기사입력 2008.05.15 12:23 / 기사수정 2008.05.15 12:23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지난 1983년 슈퍼리그로 출범한 K-리그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결코, 짧지 않은 이 기간 동안, 그러나 한국프로축구는 1년 먼저 출범한 프로야구에 비해 범국민적인 인기를 받지 못했다. 출범 초기와 99년 K-리그 트로이카(고종수, 안정환, 이동국)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시기,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직후를 제외한다면 K-리그는 늘 찬밥신세였고 중계는 물론 스포츠뉴스의 순서에서도 항상 뒷자리로 밀려나 있었다.
K-리그는 늘 '재미없고 수준 낮은 리그'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왔다. 수준 높은 유럽축구가 우리나라 안방에 본격적으로 파고들면서 그러한 오해는 더더욱 굳건한 편견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새로 멋지게 바뀐 트로피(개인적으로 이 정도 멋진 트로피를 가진 리그는 전 세계적으로 몇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처럼 심판들의 경기진행과 선수들의 태도가 바뀌면서 K-리그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인기도만 변하면 모든 게 만족스럽겠지. 그렇다면, 그 '재미없는' K-리그가 올해를 시작으로 한국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을 하는 바람을 담아 이 칼럼을 열어가고자 한다.
▲ 올해 새롭게 바뀐 K-리그 우승 트로피. 우승팀의 이름이 매해 새겨질 것이다.
축구 좀 좋아한다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집에서 놀다가 우연히 K-리그 TV중계를 보게 되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한다.
'야, 정말 수준 낮아 못 봐주겠다.'
'K리그는 재미없어'
'저기 관중석에 앉아있는 정신이 나간 녀석들은 도대체 누구지?'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과 같이 노는 날을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정신이 나간 녀석들' 중 하나인 사람으로서 심히 억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K-리그는 그 친구들이 좋아할 EPL이나 세리에A, 프레메라리가나 이들이 참여하는 UEFA챔피언스리그에 비하면 분명히 수준이 낮다.
그러나 K리그는 유럽리그가 우리나라에서 결코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있다. 그건 바로 현장성이다. 우리는 유럽리그를 기껏 하여 40인치 남짓한 TV화면으로 전달되는 중계카메라가 잡아내는 영상만을 통하여 볼 수 있다. 카메라는 경기장 전체를 한번에 담아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우리가 외치는 함성이나 응원, 안타까움, 격려를 선수들에게 전달해 주지도 못한다.
더 나아가 지금 경기를 펼치는 그 팀이 '내 팀'이라는 프로스포츠에서의 중요한 소속감 또한 가지기가 어렵다. 많은 한국 축구팬들은 클럽과 자신의 인생을 동일화시킬 정도로 '내 팀'을 사랑하는 유럽 축구팬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
K-리그는 바로 유럽의 1부리그들이 줄 수 없는 현장성을 우리에게 줄 수 있으며, 그걸 먼저 느낀 사람들이 '어리석게도' K-리그 경기의 관중석에 앉아(혹은 경기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지금부터 제시하는 10가지는 바로 그러한 현장성을 어떻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말하면 '축구팬으로서 (K-리그에) 내 인생의 팀을 만드는 방법'이라고까지 감히 말할 수 있겠다.
1. 좋아하는 팀을 정하라!
이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이다. 프로스포츠의 핵심은 경쟁이고 응원이다. '내 팀'이 있지 않다면 경쟁도 남의 일이요. 응원은 더더욱 쓸데없는 일이다. 좋아하는 팀이 없다면 그 어떤 경기도 재밌게 볼 수 없다. K-리그는 수준이 낮아서 좋아할 수 있는 팀이 없다고? 하지만, 그 맛 없는 중고등학교 급식 시간에도 그 와중에 더 맛있는 반찬이라고 더 달라고 배식당번한테 떼쓰는 게 우리 아닌가. 당신이 좋아할 만한 팀은 K-리그에 분명히 있다.
만약 당신이 K-리그에서 기존에 좋아하던 팀이 없었다면 연고지 개념은 이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자기 동네 팀'은 쉽게 나와 내 고장과 동일시가 될 수 있고 '내 팀'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자신이 사는 동네의 팀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연고지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기준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내 팀'이란 감정을 가장 쉽게 줄 수 있을 뿐이다. 서울사는 성남, 수원 팬도 많고 목포 사는 포항, 부산 팬도 많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 아닌가.
그러나 K-리그 팀은 수도권보다 지방에 훨씬 많다! 꼭 사는 지역을 따라갈 필요없이 집안의 고향, 아니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따라서도 팀을 고르는 것도 좋고, 내 스타일에 맞는 축구를 구사하는 팀을 고르는 것도 좋다.
좋아하는 스타플레이어를 따라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는 약간의 한계가 있다. 물론 그 선수를 통해 그 팀을 좋아하게 되면 좋겠지만, 마이클 조던을 좋아했던 90년대 NBA팬이 지금도 과연 시카고 불스의 팬일까?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EPL 팬의 80%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EPL에서 사라지면 EPL에 관심을 거의 갖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이 한창 최고조에 올랐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우리는 MLB를 항상 챙겨봤고, 심지어는 공중파에서도 아침에 중계를 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김병현이 있으니까 보스턴을 응원했지, 보스턴이 좋은데 거기에 김병현이 가서 더 좋았다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그 리그에 대한 애착이 생기지 않는다. 12시까지 중계를 기다리다 막상 출전 명단에 박지성이 없다면 TV전원을 끄고 자러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K-리그에 '내 팀'이 생겼다면 당신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물론 다음 단계가 더욱더 재밌고 흥미로울 것이다.
2. 편견을 버려라!
앞에서도 밝혔듯이 K-리그는 유럽축구리그보다 수준이 높지 않다. 특히 가끔 터져주는 K-리그 특유의 뻥축구 타임이 작렬할 때는 고등학교 수학시간보다 더 하품이 나고 시계를 자주 쳐다보게 된다. (도대체 언제 끝날 거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소위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펼친다는 EPL 경기도 정말 졸릴 때가 종종 있다. K-그도 요즘엔 예전과 달리 하위권 팀 간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이런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하필이면 그런 경기가 중계가 될 뿐이다!- 오히려 치고받는 공방전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경기가 많다. -다만, 하필이면 그런 경기가 중계가 안될 뿐이다!- K-리그의 전반적인 태도가 과거의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려던 것에서 '지더라도 즐거운 축구'를 구사하자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K-리그 감독들의 '공격축구' 타령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대구FC가 이런 경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고 생각한다.
K-리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느린 경기 템포를 야기하고 경기 흐름을 끊는 파울콜이나 경기지연 행위 역시 올해부터 심판들의 달라진 경기진행 방식 속에서 매우 줄어들었다. 특히 인저리타임을 전후반 가리지 않고 6분씩 때려버리는 것도 관중 입장에선 꽤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전한다면 축구 경기가 TV에서 보던 것과 얼마나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면서 편견이 저절로 깨어질 것이다. 고로 이 단계는 세 번째 단계와 자연스럽게 연동한다.
3. 시즌권을 끊어라!
좋아하는 팀이 있고, K-리그를 즐거운 마음으로 볼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경기장로 향하자. 어차피 K리그는 공중파와 케이블TV에서 보기 힘들 뿐 아니라 TV로만 볼 것이라면 차라리 유럽축구를 보는 게 더 낫다. 앞에서 말했던 '현장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무조건 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경기장 티켓은 성인의 경우 보통 5천원~2만원의 가격인데, 매 경기 티켓을 사는 것보다는 시즌권을 추천한다.
이미 시즌이 시작한지 두 달이 넘어갔지만, 아직까지도 시즌은 많이 남아있고 대부분의 구단은 시즌티켓이란 이름으로 5~8경기 관람료 정도의 금액으로 남은 전경기(통상 정규시즌과 컵대회를 합쳐 20회 정도)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10경기 시즌권 등이 있는 구단도 있다. 구단에 따라 시즌권 구매자에게 덤으로 머플러, 유니폼, 티셔츠 등을 선물로 주니, 사실 이건 대박인 셈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이점뿐 아니라, 시즌권을 구하면 '내 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더욱 커진다. 내가 팀의 소액주주 내지는 주인이 되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시즌티켓은 '내 팀'이 나에게 해주는 팬서비스이자 동시에 내가 '내 팀'에게 안정적인 입장수익과 관중수를 제공시켜줄 수 있는 그야말로 윈-윈 서비스이다. 시즌권은 각 구단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며, 가격은 3만원에서 25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서포터즈 석(골대 뒷편 좌석)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 3만~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W석은 지정석으로서 가장 비싼 좌석이며 (TV중계 화면과 똑같은 방향으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좌석이다.) 그 반대편에서 마주보는 E석은 중간 가격대를 형성한다.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4. 유니폼과 머플러를 구입해주는 센스!
유니폼과 머플러는 축구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이들을 몸에 걸치는 것은 경기장에서도 꽤 훌륭한 패션을 만들어주지만 내 방 한구석에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벅차오르는, 가슴 뿌듯한 느낌을 준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당신은 '내 팀'을 가졌다는 기쁨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겠다. 유니폼 가격은 구단마다 달라서 레플리카의 경우 2만 5천원~5만원, 어센틱의 경우 4만원~8만 원에 판매가 된다. 유니폼이 너무 비싸다면 머플러의 구입을 추천한다. 머플러는 보통 1만원에서 1만 5천원에 판매가 된다.
▲ K-리그의 유니폼과 머플러,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포항유니폼, 대전유니폼, 전남머플러, 전북머플러
머플러는 응원시에도 손목에 묶거나 두 손으로 펼쳐들어 훌륭한 응원도구로 쓸 수도 있고,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목도리가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유니폼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그 팀의 컬러에 맞는 옷을 입고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머플러 정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효율성이 뛰어나므로 하나쯤 구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5. '내 팀' 선수가 누구인지를 알라!
유니폼과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내고 자랑스러운 시즌권을 내밀고 경기장에 들어간 당신. 그러나 막상 경기를 보니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다. '저 선수는 국가대표에서 한번 본 것 같긴 한데…. 쟤는 마지막으로 본 게 2006년 스위스전이네…그리고… 음…'나머지 선수들에 대해선 그들의 등번호밖에 모르는 당신. 이쯤 되면 위닝에서 커서를 Player Name이 아닌 '1P' 정도로 설정하고 게임을 하는 느낌일 것이다. '내 팀'의 선수라면 '내 선수'들임에도 말이다.
(본인들과 팬들은 인정하기 싫을지 몰라도) 2000년대 초반 국민적인 인기를 받은 GOD가 '육아일기'에서 재민이를 키우기 전에 멤버 5명의 이름을 모두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됐을까? 나조차도 GOD의 1,2집 노래를 꽤 좋아했으면서도 윤계상이란 멤버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과 외모를 일치시킬 수 있고 그들에게 관심과 친근감을 가지게 되면서 그것이 음악으로 연결되어 그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음악적 인기까지 누리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내가 응원하는 팀이라도 누가 누군지 모른다면 같은 플레이를 보고도 감흥이 훨씬 덜하다. 같은 박지성을 보면서도 대한민국 사람과 미국 사람의 감흥은 다르지 않겠는가?
영화 '비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웬만큼 K-리그를 좋아하지 않고는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를 한 명이라도 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비상'을 통해 선수의 면면을 알게 되면, 최소한 임중용이 얼마나 멋진 인천의 주장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인천의 경기를 보면 그냥 수비수의 헤딩 클리어가 아닌 임중용의 호수비가 보이기 될 것이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 'K-리그 꼴지'였던 인천유나이티드의 2005년 성공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오만석의 나레이션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인천의 경우처럼 잘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있다면 그것을 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겠지만, 이런 영화가 없는 구단이 K-리그에는 13팀이나 있다. 그런 팀들을 알기 위해서라면 축구 잡지를 구독하거나 경기장에서 인상깊게 봤던 선수의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6. 구단과 서포터즈 홈페이지에 가입하라!
그 구단에 대해서 가장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좋은 말만 들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구단의 홈페이지와 서포터즈 사이트이다. 그 팀의 장점을 알고, 좋은 점을 보게 되면 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더 나아가 여러 팬이 올리는 그 팀 팬으로의 삶, 에피소드, 선수들의 대한 소식 등을 매일 접하게 될 수 있다. 구단 홈페이지는 주로 팀과 선수들의 기록, 최근 근황이나 동정 등을 알기에 적합했지만, 서포터즈 홈페이지는 게시판 등의 활동을 통해 나와 같은 '내 팀'을 가진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회원 수가 많은 서포터즈일수록 그들 내에서 지역별, 연령별 등으로 소모임을 구성하여 회원들간에 더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느껴봤겠지만,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어깨동무를 하며 손뼉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매력 아니겠는가?
덤으로 가끔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팀의 서포터즈들이 홈페이지에 난입(?)하여 소동이 일어나는 재미도 있다. 그들의 일방적인 비방과 시비걸기는 당신의 혈압을 올리고 당신이 더욱더 팀을 변호하고 애정을 쏟게 되는 계기를 마련시켜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열 올리고 경기장에서 훌리건 흉내를 내진 말아라. 훌리건은 10대 사춘기 소년들을 제외하고 영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결코 자랑스러운 존재는 아니다.)
7. 컴퓨터 게임의 도움을 빌려라.
인터넷을 보면 유럽축구선수 기사 밑에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이 선수 정말 잘해요. 위닝에서도 쏘면 다 들어감.'
'정말 좋은 선수야…. FM에서도 프리킥이 20이라니까?'
물론 이런 댓글에는 또 격렬(?)한 댓글들이 달리기 마련이지만, 게임은 아주 쉽게 우리가 선수를 기억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오락을 하면서 처음 봤던 선수를 실제 중계에서 보게 되면 '아! 저 선수!'라는 반가움을 넘어 경기 내내 괜한 애정이 생긴다.
기자의 경우에는 Mario Balotelli라는 인터밀란의 한 유망주를 FM(풋볼매니저)란 게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가 실제 축구기사에서 봤을 때 엄청난 반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흑인이란 사실에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마리오는 분명 버섯을 좋아하는 백인이란 느낌이 들지 않은가! ) 평소에 EPL이나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로의 팀으로만 경기해왔다면 K-리그로, 그 중에서도 '내 팀'으로 한번 경기해볼 것을 추천한다. 꽤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TIP: FM은 K-리그 로스터 패치를 꼭 하길 바란다. 데이타의 양은 우수하지만 질은 사실적이지 못하다. 선수들의 능력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낮아서 재미가 없다. 위닝은 K-리그 팀을 생성시켜주는 로스터 패치를 받아서 그 팀으로 유럽의 강팀들로 구성된 리그나 컵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에 도전해보면 좋을 것이다. 위닝 실력도 매우 늘 것이고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인지 대번에 감이 올 것이다. (마스터리그해본 사람은 Espimas나 Minanda, Castolo를 잊을 수 없지 않은가?)
8. 모든 도박이 불법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대한민국에도 국가의 이름으로 '합법화'된 도박이 있다. 강원랜드의 카지노, 과천의 경마장, 광명의 경륜장…. 하지만 이곳은 너무 돈이 많이 들거나 담배 피는 사람이 너무 많거나, 어려서부터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패가망신한 사람들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가는 게 꺼려진다.
그러나 도박이란 게임의 묘미를 뭔가 깨끗하고 적절한 가격에서 느끼고 싶다면 우리에겐 스포츠 토토가 있다. 편의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며 승·무·패 정도를 맞추는 간단한 방식이다. 득점까지 맞추는 방식도 있고 이는 당연히 배당률이 높다. 스포츠 토토를 구입하고 경기를 보는 것은 경기에 대한 몰입도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차원이 다르게 만들어 준다.
정말 2천 원밖에 안 걸었는데도 스릴 만점일 때가 있다. 그게 돈이니까.
9. 나에게 알맞은 좌석을 선택하라!
이제 당신은 시즌권도 있고, 유니폼에 머플러를 걸쳤고, 구단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선수들 이름도 쫙 꿰고 있으며 왼쪽 바지주머니에는 구겨진 스포츠토토 영수증도 들어있다. 그럼에도, 경기장의 어느 자리에 앉는지에 따라 당신이 경기를 보면서 느낄 재미는 달라질 수 있다. 대형 TV가 있는 100명 수용할 수 있는 호프집과 14인치 TV와 테이블 3개가 전부인 동네 실내포장마차, 둘 중 어디서 축구경기를 볼지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그 정취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전을 제외한 K-리그의 모든 팀은 홈팀 서포터즈가 N(북)석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축구장에서도 가장 격렬한 팬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N석이다. 열정적인 응원과 구호, 깃발, 응원가가 넘치는 반면 조용하게 축구를 관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이들에겐 E석을 추천한다.
W석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에 따라 E석의 시즌권 가격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N석 시즌권을 구매했지만 E석에서처럼 '관전'하고 싶다면 N석 양쪽 끝의 대각선 자리의 끝 부분으로 가도록. 그나마 N석에서 앉아서 볼 수 있는 자리이니까. 하지만, 2002년 '붉은 악마'의 기억처럼 축구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정신없이 응원하면서 보는 게 재일 재밌다. 매주 주말 N석에서의 축구 관람은 매주 주말을 월드컵 때의 축제처럼 살아가게 해준다.
▲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FC서울의 '수호신'과 수원삼성의 '그랑블루'. 그랑블루는 3만여 명, 수호신은 1만 5천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다.
10. 응원가를 익혀라
영화 훌리건스(원제: Green Street - 반지와 제왕의 '호빗'이 주인공으로 나오신다)에서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주제곡 'I'm forever blowing bubbles'가 여러 번 나온다. 영화를 본 다음에 이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실제로 존 듀어든 칼럼리스트도 이 곡을 EPL 최고의 서포팅송 중 하나로 여겼다.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가 멋진 응원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워낙 그들의 서포팅송에 흡인력이 있어 대규모의 응원이 더욱 즐겁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응원가란 대부분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덕분에 중독성이 강하다. 더불어 하루종일 그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팀에 대한 애정까지 생긴다.
개인적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의 길거리 응원과 전 국민의 '붉은 악마'화는 (비록 상업적인 이유에서였지만) SK텔레콤의 '붉은 악마 응원 배워보기' 광고가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다고 단언한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TV에서 나오는 이 광고들을 통해 사람들은 '응원의 방법'을 알았고 자신 있고 즐겁게 응원에 동참했다. 응원가를 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응원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더욱 매력이 있는 것은 K-리그의 서포터즈 문화와 응원가 문화는 아직 유럽 축구에 비해서 깊은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I'm forever blowing bubbles'나 리버풀의 'You will never walk alone'같은 전통있는 응원가는 없지만, 그런 전통 있는 곡으로서 이어져 갈 수 있는 '내 팀'의 응원가를 내가 게시판이나 오프라인의 참여를 통해 얼마든지 건의하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팀의 응원가를 내가 만든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마치면서
어떤 사람들은 축구를 보면서 축구 경기 그 자체만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의 가장 중요한 구성소는 경기 그 자체뿐 아니라 경기를 둘러싼 팬과 관중이다. 유럽축구의 중계는 경기 자체는 보여줄 수 있을지언정 경기를 둘러싼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의 열기를 느끼게 해줄 순 없다. 그건 애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느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재미 때문에 경기 그 자체는 유럽축구에 비해 떨어지는 K-리그를 보려고 '정신이 나간 녀석'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당신이 K-리그에서 소비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있는 10가지 방법은 바로 그 현장성을 당신이 소비하는 요령에 대한 일종의 Tip이다. 주말 새벽에 박지성과 호날두, 카카의 플레이를 보며 눈이 즐거웠다면 주말 오후는 박주영과 조재진, 이관우의 이름을 외치며 몸으로 축구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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