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NBA 사무국이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가드 케빈 듀랜트(팀공헌지수 리그 109위)를 신인왕으로 선정하여 발표했다.
슈팅가드로 팀경기시간의 66%를 소화하면서 28.2점 6.1리바운드 3.4도움 1.3블록슛 자유투시도 7.7회를 기록한 듀랜트의 개인 성적은 신인왕으로 손색이 없다. 높이의 우위를 활용한 골밑슛의 야투정확도는 60.4%나 된다.
그러나 속을 들여보면 듀랜트는 ‘최악의 신인왕’이란 과격한 표현을 써도 무방하다. 듀랜트가 슈팅가드로 기록한 실책은 4.1회이다. 반면 듀랜트를 상대한 슈팅가드의 실책은 2.4회에 불과하다.
점프슛의 조정야투정확도(3점슛에 가중치를 준 조정통계)가 39.7%에 불과함에도 듀랜트의 공격 중 점프슛이 차지하는 비중은 74%나 된다. ‘난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다.
듀랜트의 결정력도 너무도 과대평가됐다. 전체공격 중 공격시간 21초 이후가 28%로 적지 않지만 조정야투정확도는 38.6%에 불과하다. 공격시간 10초 이전이 52.6%인 것과 비교하면 듀랜트의 배짱과 담대함에 대한 찬사는 공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듀랜트의 슈팅가드 수비도 허술하다. 정규리그에서 듀랜트를 상대한 슈팅가드는 24.8점 5.5리바운드 5도움 조정야투정확도 51.4%를 기록했다. 슈팅가드로 듀랜트의 PER(선수효율성지수, 15가 리그평균이다.)은 17.9인 반면 상대 슈팅가드의 PER은 18.5다. 한마디로 ‘신인왕’인 듀랜트의 개인활약이 상대 슈팅가드보다 부족하다는 얘기다.
물론 듀랜트가 스몰포워드에 어울리는 206cm 97.5kg의 체격으로 슈팅가드로 뛰기 때문에 수비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신인왕’ 선정에 이런 사정을 참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수비가 좋지 못하면 상대보다 나은 활약이라도 해야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듀랜트는 슈팅가드로 23.6회의 슛을 시도, 이 부분에서 단연 소닉스 1위다. 부정확한 점프슛을 난사하고 수비도 좋지 못하고 상대보다 부족한 활약을 펼치는 ‘신인’이 팀에서 가장 많은 슛으로 에이스를 자청했다.
아무리 듀랜트가 지난해 신인지명 2순위 선수라고는 하지만 세계최고의 리그인 NBA에서 이토록 검증없이 한 팀의 에이스가 된 경우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듀랜트 같은 수준의 선수가 에이스를 자청한다는 것은 슈퍼소닉스가 정규리그 20승 62패 승률 24.4%로 리그 30개 팀 중 29위에 머물 정도로 형편없는 팀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현재 리그 최고선수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러브란 제임스(팀공헌지수 리그 1위)는 2003년 신인지명 1순위로 NBA에 입성했지만 2003/04시즌을 앞두고 ‘자신은 에이스가 아니다.’라며 겸손을 보였고 포인트가드로 29%의 시간을 소화하며 한동안 팀의 전면으로 나서는 것을 자제했다. 하지만, 당시 제임스는 좋은 포인트가드 수비와 심각하진 않은 슈팅가드 수비를 보여주면서 상대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쳤기에 이미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선수였다.
지금까지 열거한 단점을 가진 듀랜트가 조직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긴 매우 어렵다. 물론 개인능력이 부족해도 헌신적인 움직임으로 대중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상대보다 뛰어나지도 못한 선수가 에이스를 자처하며 슛을 난사하는 유형의 선수가 조직력만 유독 좋을 리가 만무하다.
슈퍼소닉스의 ‘에이스’이자 이번 시즌 ‘신인왕’인 듀랜트의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는 무려 -8.8이다. 즉 슈퍼소닉스는 듀랜트가 출전 중 일 때보다 뛰지 않을 때 8.8점을 더 얻었다는 얘기다. 개인능력과 조직력에서 모두 부정적인 듀랜트의 팀공헌지수 역시 양수일 리가 없다. 이번 시즌 듀랜트의 팀공헌지수는 -2.3으로 슈퍼소닉스에서도 9위(이적선수 포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팀에 가장 보탬이 된 신인은 누구일까? 팀경기시간 10%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휴스턴 로케츠의 포워드 칼 랜드리가 최우수 신인이다. 파워포워드로 16%를 소화하며 21.8점 13.3리바운드 1.4도움 조정야투정확도 60% PER 21.9란 놀라운 성과를 냈다.
공격 뿐 아니라 상대 파워포워드를 17.3점 9.5리바운드 2.8도움 2.9실책 반칙 4.7회 조정야투정확도 44.4% PER 13.8로 묶은 수비도 훌륭했다. 소속팀 로케츠의 22연승과 서부콘퍼런스 4위(5번 시드)라는 성적도 장점이다. 그러나 역시 신인왕으로 거론하기엔 출전시간이 부족하다.
기준을 출전시간의 50%로 바꾸면 토론토 랩터스의 저마리오 문(팀공헌지수 리그 42위)이 진정한 신인왕이다. 스몰포워드로 41%를 소화하며 14.1점 10.3점 2도움 2.4블록슛 조정야투정확도 52.9% PER 16.9, 파워포워드로 12%를 뛰며 16.1점 11.8리바운드 1.9도움 2.4블록슛 조정야투정확도 48.7% PER 17을 기록했다.
점프슛 44.1%, 골밑슛 68.4%, 공격시간 21초 이후 51.3%인 조정야투정확도도 훌륭하다. 203cm 93kg의 신체조건으로는 버거운 파워포워드 수비는 상대에게 19.9의 PER을 허용하며 어려움을 실감했지만, 상대 스몰포워드에게는 14.5의 PER만 내줘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소속팀 랩터스도 41승 41패 동부콘퍼런스 6위를 기록했다.
NBA 첫 시즌임에도 미국 하부리그를 전전한 경력 탓에 1980년생·만 27세로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일 수도 있지만 이런 성공사례는 오히려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런 경험 덕분에 NBA 신인임에도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가 6.7이나 되는 뛰어난 조직 기여를 보여줬을 것이다.
물론 듀랜트의 잠재력은 전문가와 팬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신인왕을 잠재력이나 (정확도를 배제한) 수치상의 득점력만으로 선정할 이유가 있을까? 훗날 듀랜트의 발전과 상관없이, 이번 시즌 듀랜트처럼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은 신인왕이 또 나올지 의문이다.
듀랜트·랜드리·문과 함께 최근 신인왕의 수상 시즌 조정통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글의 마무리를 대신하겠다.
1. 케빈 듀랜트 (시애틀 슈퍼소닉스)
2008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슈팅가드 45.3% / 점프슛 39.7%, 골밑슛 60.4% / 공격시간 21초 이후 38.6%
PER: 슈팅가드 17.9
허용 PER: 슈팅가드 18.5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8.8
팀공헌지수: -2.3
2. 칼 랜드리 (휴스턴 로케츠)
2007/08시즌 NBA 신인
조정야투정확도: 파워포워드 60% / 점프슛 44.6%, 골밑슛 70.3% / 공격시간 21초 이후 60.2%
PER: 파워포워드 21.9
허용 PER: 파워포워드 13.8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2.3
팀공헌지수: 5.8
3. 저마리오 문 (토론토 랩터스)
2007/08시즌 NBA 신인
조정야투정확도: 스몰포워드 52.9%, 파워포워드 48.7% / 점프슛 44.1%, 골밑슛 68.4% / 공격시간 21초 이후 51.3%
PER: 스몰포워드 16.9, 파워포워드 17
허용 PER: 스몰포워드 14.5, 파워포워드 19.9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6.7
팀공헌지수: 4.4
4. 브랜든 로이 (포틀랜드 블레이저스)
2007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슈팅가드 50% / 점프슛 46.7%, 골밑슛 56% / 공격시간 21초 이후 49.3%
PER: 슈팅가드 18
허용 PER: 슈팅가드 19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0.7
팀공헌지수: 0.8
5. 크리스 폴 (뉴올리언스 호니츠)
2006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포인트가드 47.5%, 슈팅가드 43.1% / 점프슛 42%, 골밑슛 52.3% / 공격시간 21초 이후 40.9%
PER: 포인트가드 22.8, 슈팅가드 24.9
허용 PER: 포인트가드 17.6, 슈팅가드 17.9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1
팀공헌지수: 4.6
6. 에메카 오카포 (샬럿 밥캣츠)
2005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파워포워드 45.5%, 센터 43.2% / 점프슛 32.4%, 골밑슛 61.1% / 공격시간 21초 이후 36.9%
PER: 파워포워드 18, 센터 17
허용 PER: 파워포워드 17.9, 센터 16.2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1.3
7. 러브란 제임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2004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포인트가드 44.8% 슈팅가드 42.7% / 점프슛 35.6%, 골밑슛 60.5% / 공격시간 21초 이후 37.8%
PER: 포인트가드 17.9, 슈팅가드 19.3
허용 PER: 포인트가드 14.6, 슈팅가드 16.5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1.5
8.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피닉스 선스)
2003년 신인왕
조정야투정확도: 파워포워드 48%, 센터 46.3% / 점프슛 30.7%, 골밑슛 58.8% / 공격시간 21초 이후 38.5%
출전/휴식 대비 득실차: -2.6
사진: 시애틀 슈퍼소닉스 공식홈페이지 (nba.com/sonics)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경기당 48분 환산기록을 반영했다.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