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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국만의 행사'가 아니다

기사입력 2008.04.29 18:01 / 기사수정 2008.04.29 18: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올림픽 성화 봉송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올림픽의 이념을 전 세계를 돌며 함께 공유하고 만끽하는 것이 순수한 의도에서 본다면 성화 봉송의 근본적인 정신이다. 그러나 올림픽의 모토는 이미 오래전에 퇴색해 버렸고 올림픽 개최국만이 아닌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행사인 성화 봉송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서 터졌다.

성화 봉송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과 시민 단체들의 인원은 불과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를 저지하려고 나선 중국 유학생들과 그 밖의 중국인들은 무려 만 여명에 이르렀다. 도저히 수적인 인원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유럽에서도 중국인들의 올림픽 찬성 구호와 성화 사수는 일어났으며 성화가 도착하는 나라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를 보호하려는 중국인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 중국인들의 집단적인 물결이 광기를 뛰어넘어 ‘폭동’으로 번진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수도인 서울 도심에서였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올림픽에 반대하는 인권인들과 시민단체들의 저지를 막다 못해 올림픽 반대 단체들은 물론, 경찰과 시민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점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4월 27일,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서울에서 봉송이 이루어지는 날에 일어난 참사는 올림픽에 대한 어떠한 정신을 엿볼 수 없는 행위였다.

올림픽은 개최국의 국익을 놓이기 전에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행사이다. 그러므로 개최국을 방문할 다른 국가들에게 비칠 개최국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배려와 온정을 베푸는 것이 개최국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개최국인 중국은 처음부터 이런 기본적인 의식은 안중에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국가는 티베트에서 벌어진 독립요구 문제를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 유혈사태로 강압하면서 그것을 해외의 언론들이 취재하는 권리조차 강탈해 갔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을 두고 중국 내에서 나오는 일관적인 구호는 바로 ‘최강국 중국으로 가자!’란 구호이다. 올림픽을 통해 개최국의 실리를 따지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점이지만 그것에 앞서 중요한 것은 올림픽은 개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행사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입장은 이미 개최국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오로지 자국의 이익과 권익만을 내세우는 역사상 가장 이기적인 올림픽 대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서 지난 1936년에 나치 정권하에서 벌어진 베를린 올림픽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의견들이 속속 나왔었다. 그러나 이것은 무리한 비교라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이 훨씬 지난 이 시점에서 나오는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애국심과 민족적인 집단행동은 나치 정권 아래 치러진 베를린 올림픽과 유사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아무리 자국에 대한 긍지와 보호를 내세우는 시위가 이루어져도 철저하게 비폭력으로 가야만 최소한의 설득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과 경찰들, 그리고 주변에 있었던 시민들에게까지 돌과 각종 위험한 공구들을 내던지며 그것에 모자라서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한 이번 중국인들의 모습은 감히 올림픽을 치를 나라의 자격마저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성화 봉송이 이루어진 타국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중국 정부는 사과입장을 밝히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중국 정부와 언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있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자국인들을 옹호하는 말들을 내놓고 있다.

오로지 중국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옹졸함과 극에 치달은 광기 어린 민족의식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가장 염려스런 올림픽 대회로 물들여가고 있다. 개최국만을 생각하는 올림픽 대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 올림픽에 반대하는 다른 국가들의 생각도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올림픽 개최국이 될 수 있다.

올림픽 개최국은 단순히 이익을 보는 것을 넘어서 세계의 여러 나라에 자국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놓는다. 그러나 타국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를 묵과하고 폭력이란 최악의 도구로 올림픽 정신을 모독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개최국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올림픽은 개최국만을 생각하는 행사가 아니다. 개최국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망각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올림픽은 단순히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미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사진=2008 베이징 올림픽 엠블럼 (C)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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