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허지웅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했다.
1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말하는대로’에는 방송인 김제동, 영화평론가 허지웅, 로봇공학자 데니스홍이 함께했다.
허지웅은 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교수였다. 학교에서 얻어온 갱지가 쌓여있었다. 늘 이야기를 썼다. 다 괴물 이야기였다. 뭔가가 습격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 사람들은 왜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못살게 굴지? 괴물이 뭐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결벽남으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허지웅은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다. 고시원에 살 때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 곳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어차피 내가 다 몸으로 닦게 돼 있다. 그러다 이사를 왔고 청소 습관을 지녔다"고 고백했다.
이어 버스킹에 나선 허지웅은 시민 앞에서 "가장 고민하는 주제다.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허지웅은 "운이 없어서 좋은 어른을 못 만났다. 좋은 어른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다. 멘토가 필요했다. 아버지도 가정 사정 때문에 일찌감치 내 곁에 없었다. 19살 이후혼자 힘으로 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3개씩 하고 학비, 등록금, 생활비, 집세를 마련했다.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커리어 중 하나인 피팅 모델도 있다"고 했다.
허지웅은 "많은 걸 달성한 건 텔레마케터였다. 저만큼 많이 판 사람이 없었다. GPS, 멤버십 카드도 팔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시나리오를 쓴다. 팀장이 걷어서 검사를 한다. 내 시나리오를 똑같이 복사해서 팀원들에 나눠준다. 끝나는 날까지 단 한번도 뽑히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부장님이 좋았다. 청년 세대에 연민도 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해줘서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부장님이 팀원들의 두 달치 월급을 갖고 도망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부장님을 찾아서 얘기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은 뭐라 말로 옮기지 못할 정도로 끔찍했다. 좋은 어른이자 롤모델이었는데 그 분이 '너도 나이 먹으면 이렇게 될 거다' 라고 했다. 그리스 비극의 저주처럼 느껴졌다. 그 전까지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이런 사람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끔찍했다"고 털어놓았다.
허지웅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소주를 3병 원샷을 하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꼬부라지는 혀로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직장이 학비가 나오는 직업이었는데도 내주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때 너무 힘들고 창피했다. 방에 홀로 틀어박혀 울었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러다 영화 한 편을 봤다. 내게는 인생 영화다.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이 서른 살 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10만 원과 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다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의 경기 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날 바로 3일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그게 '록키'라는 시나리오였다. '록키'는 스텔론 자신의 이야기다"라며 영감을 준 영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 힘만으로, 온전한 힘만으로 살아도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까 했는데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내게는 그 답이 글쓰기였다. 키보드를 칠 힘만 있으면 끝까지 쓰겠다. 다음 세대에 좋은 어른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버스킹을 마무리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JT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