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26 12:55 / 기사수정 2008.04.26 12:55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지난 3월 8일 개막 이래 벌써 6라운드까지 치른 '삼성하우젠 K-리그 2008'.
총 26개 라운드중 4분의 1, 리그 터닝포인트인 13라운드까지는 거진 절반 정도 치른 셈이니 전기, 후기 따지려고 든다면 전기 중반을 넘길 무렵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6라운드를 치렀을 뿐임에도 시즌 개막에 앞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예상은 반절 이상 공수표 내지는 부도수표가 돼버렸고, 그나마 예상에 부합해주고 있는 팀들 중에서도 개막 이후 한동안 자릴 잡지 못해 팬들의 가슴에 그을음을 남긴 팀이 몇 팀 있으니 이번 시즌은 예상에 피가 마르고 결과에 당황하는 한 시즌이 될 모양이다.
내가 아니면 누가 널! - 수원과 성남
일단 가장 예상에 부합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팀을 꼽자면 수원과 성남이 아닐까.
지난 몇 라운드에 걸쳐 쫓고 쫓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수원과 성남의 1위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승점 2점차로 매 라운드 하루 차이 내지는 몇 분 차이로 1위 자리를 주고받는 두 팀의 대결은 K-리그 관전에 재미를 더하는 부분. 특히 '우리 팀이 아니면 누가 상대를 잡겠는가'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은 무패행진 수원의 유일한 무승부 상대가 성남이었다는 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하락세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때는 적어도 올림픽 폐막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한 경기, 그리고 두 경기 - 서울, 인천
서울과 인천 역시 어느 정도 예상에는 부합하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이 각각 한 경기와 2경기 차로 3위와 4위에 자리 잡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남은 전반기 7경기 중에 1위 경쟁에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진운으로 따져봐도 당장 성남과 2위 다툼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만 1위 경쟁을 벌이려면 적어도 5월에는 접어들어야 할 듯. 성남이 울산, 포항 등 7,8라운드에서 빠듯한 상대들을 맞이하는 반면 수원은 제주와 전북을 맞이할 예정이니 말이다.
게다가 3위인 서울이 4위와의 승점 차 역시 한 경기로 벌여놓은 데 비해 4위 인천의 경우 5위부터 9위까지의 팀들과 승점 차가 최소 1점, 최대 3점에 불과해 자칫 7라운드에서 무너진다면 한동안 중위권에서만 맴돌아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상위 4개 팀 중에서는 가장 아슬아슬한 위치인 셈.
어라? 순위가 왜 이래? - 대구, 울산, 포항, 경남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까지 가차없이 짓밟은 팀들은 바로 이 5위부터 8위까지의 4개 팀이다. 지역적으로 봐도 참 재미있는 내용. 1위부터 4위가 모두 수도권 팀들이라면 5위부터 8위까지는 모두 영남권 팀들이니 말이다.
이 중에서도 대구의 약진은 개막전 4-2 패배 때만 해도 절대 예상할 수 없던 부분. 대구가 이 4개 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예상 밖의 내용이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신바람 축구'를 내걸고 K-리그 최고의 공격축구를 구사한 덕분이라고들 하는데 문제는 3승3패의'도 아니면 모'라는 딱 부러지는 결과. 특히 이길 때나 질 때나 똑같이 화끈하니 팬들로서는 가끔 '도도 개도 아닌' 결과가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 기록한 2연속 무득점 패배가 주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일부에서는 지난 시즌과 같은 하락세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니 지금보다는 리그 후반이 더 기대가 되는 팀 중 하나.
한편, 7위 포항이야 전남과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리그에서 제 성적을 못 내는 게 이해가 가지만 울산이나 경남이 대구보다 순위가 낮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울산은 포항의 6라운드 대 상승으로 초긴장 상태. 승점은 물론 2승2무2패에 골득실차까지 0으로 동일한 가운데 다득점 원칙으로 간신히 한 계단 앞선 탓이다. 이 와중에 7라운드에서는 성남과 맞붙어야 하니 언제 포항이나 경남에 추월당할지 모를 일. 다행히 3위 서울과의 승점차도 3점에 불과하니 7라운드만 잘 잡는다면 다시 상위권 복귀도 노려볼 만하지만 말이다.
8위에 올라서 있는 경남은 개막전 4-2 대승으로 시작부터 주목을 받은 이후 두 번째 승리까지 4번의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아무래도 3번의 원정전을 모두 놓친데다 제주와 가진 홈 대결에서도 막판 통한의 만회골에 무승부로 만족해야 했기 때문. 7라운드 역시 홈에서 치러진다는 점은 호재이지만 무승을 기록하며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대전과의 원정전을 낙관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무시할 수 없는 그들 - 전남, 광주, 부산
한편, 9위부터 11위까지를 장식하는 세 팀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예상의 범주를 지키는 중이다. 오히려 6라운드 이후에 보여줄 결과가 더 무서울 팀들.
포항과 더불어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4라운드까지 1무3패의 저조한 성적을 선보인 전남. 사실상의 조 예선 탈락이 점쳐지던 지난 4월9일 태국 촌부리 팀과의 대결(1:0으로 이기고도 조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2연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9위까지 뛰어올랐다. 전남은 23일 태국 원정에서 비겨 사실상 8강 진출이 힘들어진만큼 미련없이 리그에만 매진할 확률이 높다. 이번 시즌 최고의 복병으로 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광주 역시 집단 세균성 장염만 아니었다면 대구와 더불어 이번 시즌 가장 예상을 뒤엎을 팀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이번 시즌 프로 13개 구단의 살림꾼들이 대거 입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이 예상되긴 했지만 설마 개막전에서 성남을 무승부로 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난 3라운드 부산전까지만 해도 1승2무로 무난한 기록을 유지한 터라 문제의 생고기 비빔밥을 원망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만약 그들이 그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했다면 순위표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첫 대결에서 전북에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모았던 부산이지만 그 이후로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승점 3점을 챙길 거라 생각했던 대구 원정 길에서 일격을 당하지 않나, 광주는 무득점으로, 제주는 후반전 단 한 골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6라운드에서 맞이한 전남 원정전 역시 전반에 내준 PK만 아니었다면 적어도 승점 1점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만약 조직력이 좀 더 정비가 되고 안정환의 플레이와 호흡을 맞출 누군가가 등장한다면 빠른 상승세도 노려볼만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최하위권 3개 팀의 지지자들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다 못해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제주야 사령탑이 바뀐 탓도 있어 상반기는 그럭저럭 두고 보는 중이라고 하지만 전북과 대전의 초저공행진은 보는 이들이 당황할 지경.
특히 조재진의 전격 영입을 비롯해 각팀의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한 전북의 행보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는 선제골을 넣고도 2-1 역전패를 당한데다 포항의 무승부로 한숨 돌리나 했더니 매년 리그 하위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대구에게 3-0대 패를 기록해 개막 이전에 언론을 장식한 낙관적인 시즌 예상을 제일 제대로 뒤집어 엎었다는 불명예를 얻어야 했다. 다행히 6라운드에서 광주를 잡으며 꼴찌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최하위 대전과의 승점 차는 겨우 1점에 불과한데다 7라운드 상대가 하필 대전. 게다가 원정전이다. 단 1주일 만에 다시 최하위 추락의 위기에 놓인 셈.
물론 컵 대회에서는 3전 2승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들이 소속된 B조에서만 2개의 경기가 연기되면서 전북과 울산만이 3경기를 치렀을 뿐 나머지 4개 팀은 모두 2경기에 그친 상황이다. 이 역시 조별 예선이 모두 끝나는 5월까지는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대전은 참 운이 안 따른다고 할 수밖에. 물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무색하지는 성적이긴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적어도 충분히 납득할 여지가 있다. 그들의 3패 중 제주를 제외한 두 팀이 각각 수원과 성남이라는 점만 봐도 그들의 초반 대진운을 짐작할만하다.
그래도 나머지 3경기를 모두 비기며 승점 3점을 챙긴 덕분에 적어도 1승에 따라서는 10위까지의 도약도 노려볼만하다. 비록 14개 팀 중 가장 얇은 선수층과 시즌 초반부터 고종수와 팀 간의 불화 문제가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오는 등 일찌감치 내우외환의 수렁에 발을 걸친 터라 중위권 진입까지는 아직 요원하지만 말이다.
대신 컵 대회 성적은 전북과 마찬가지로 좋은 편이다. 비록 성남의 행정적인 문제로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전북 1패의 주인공이자 상승세의 광주를 잡는 저력을 선보이며 전북에 이어 조 2위에 올라있다. 그들이 이번 시즌 대구, 광주와 더불어 K-리그 최고의 고춧가루 부대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벌써 6라운드, 혹은 아직 6라운드
겨우 6경기 만에 K-리그 14개 팀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고, 또 아직도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이 6번의 라운드를 통해 K-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은 흥미진진한 질문들을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나가고 있다.
과연 수원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1위를 지킬 것인가. 성남의 1위 탈환은 이뤄질 것인가.
인천은 또 한 번 선두 경쟁에 이름을 올릴 것인가 대구의 기세는 어떻게 급변할 것인가.
포항-전남 제철 가는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물론 답은 나왔다!)
6라운드 만에 수많은 질문이 물 위로 떠올랐다.
과연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질문이 더 만들어질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질문이 답을 얻을 것인가.
벌써 6라운드. 겨우 6라운드. 지켜보면 볼수록 피가 마르고 입이 타들어가는 '삼성하우젠 K-리그 2008'의 남은 일정에 또 한 번 기대를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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