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14 10:20 / 기사수정 2008.04.14 10:20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까보레, 데닐손, 데얀, 스테보, 루이지뉴, 모따, 슈바. 이상 7명은 지난 시즌 K-리그 득점 1위부터 7위까지의 명단이다. (결코, 외국인 선수 득점순위가 아니다!)
8골을 넣은 이근호와 우성용이 8위와 9위를 차지하며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지난 시즌 K-리그는 그야말로 '외인천하'였다. 어시스트조차 따바레즈, 뽀뽀, 까보레, 에닝요가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하며 공격포인트를 올린 국내 선수를 찾아보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은 다르다. 까보레는 J리그로 떠났고, 데닐손과 데얀은 팀을 옮겼지만 이것은 단순히 한 두 외국인 선수의 이적으로 생겨난 변화가 아니다. 이번 시즌 K-리그의 득점순위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다. 그리고 그들을 밀어낸 것은 다름 아닌 '토종 영건'이다.
'슈퍼 루키' 조동건, 화려하게 비상하다
현재 득점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4골을 넣고 있는 에두(수원), 두두(성남), 그리고 조동건(성남)이다. 그 중 조동건의 기록은 특별하다. 건국대를 중퇴하고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조동건은 데뷔 경기에서 2골, 그 다음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득점 1위로 올라섰다. 에두와 두두가 5경기 만에 넣은 골을 3경기 만에 모두 넣은 것이다. 조동건은 3연속 득점포가 기대되었던 인천전에서 아쉽게 골을 넣지 못했지만 두두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3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조동건의 신인 데뷔 기록은 '박주영 열풍'을 이끈 2005년의 박주영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데뷔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박주영조차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진 못했으며, 7월에 들어서야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제기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최성국, 김동현 등 쟁쟁한 공격수가 자리 잡고 있는 성남에서 신인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도 조동건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다림의 보상, '영록바' 신영록의 포효
수원의 초반 상승세를 그 어떤 전문가가 예상했을까. 김남일이 빠진 중원에 마땅한 해결사도 없어 보이는 수원은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수원의 최근 경기력은 몇 년 사이 최고라고 평가할 정도로 빼어나다. 김남일의 이적 공백을 '신인' 박현범이 잘 메워주고 있는데다, 마토와 이운재가 버티는 수비라인은 성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주목할만한 선수는 신영록이다. 2003년 수원에 입단한 후 신영록은 10경기를 넘게 경기를 뛴 시즌이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빼어난 활약도 그에게 소속팀 주전자리를 보장해주지 못할 만큼 수원의 공격진은 두터웠다.
2007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FA 자격을 얻었으나 수원 잔류를 선언했던 신영록은 부상으로 이탈한 나드손의 공백을 메우며 화려하게 주전으로 등극했다. 지난달 29일 경남전에서 1골 1도움으로 공격포인트를 신고한 신영록은 13일 열린 서울전에서 두 골을 득점하며 홈팀 서울을 침몰시켰다. 신영록의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은 셈.
득점왕을 달리는 에두가 건재한 상황에서 신영록은 라이벌전 두 골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우며 주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 선수답지 않은 힘과 돌파력을 가진 공격수 신영록을 K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소리 없이 강한 '대구 사나이' 이근호-장남석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는 수도권 구단에 비해 지방 구단 선수들은 활약에 걸맞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구 소속의 이근호와 장남석은 언론의 홀대 속에서도 좋은 기록을 올리고 있는 선수다. 사이좋게 3골씩 득점하며 득점 순위 4위과 6위에 올라있는 장남석과 이근호는 변병주 감독의 '거침없는 공격축구'를 이끄는 핵심선수로 부상했다. 2군의 설움을 딛고 대구에서 '비상'한 이근호는 이번 시즌에도 특유의 공격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 신인왕 후보로 올랐던 장남석 역시 지난 시즌 벤치 설움을 딛고 이번 시즌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토종 영건은 즐비하다. 데뷔 시즌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서울)은 시즌 초반 2골을 신고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고, 울산의 이진호 역시 신인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복귀한 후 이번 시즌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다.
외국인 선수의 현란한 발놀림도 좋지만, K-리그의 매력은 역시 토종 공격수의 호쾌한 골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2008 K-리그는 그 어느 시즌보다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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