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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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4강행 KT&G, 울려퍼졌던 '그들의 기쁨'

기사입력 2008.04.01 08:07 / 기사수정 2008.04.01 08:07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두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잠실학생체육관은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마치 전에 열렸던 올스타전을 때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때도 경기를 보기 위해 수많은 농구팬이 몰렸지요.

이번엔 역시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SK는 엊그제(29일)  KT&G에 1패를 당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또 진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낙오되어버립니다. 이번엔 자신들의 홈이기에 만반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듯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아는 듯이 이날 잠실학생체육관 안은 수많은 빨간 풍선과 사람들로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원정팀인 안양 KT&G의 팬들도 한 곳을 차지하고 하얀 풍선을 흔들며 질세라 응원했지요.

역시나 홈에서의 SK는 기선을 제압하며 KT&G와 엎치락뒤치락 점수 쟁탈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KT&G도 질 수 없다는 듯 맞대응하며 코트를 누볐습니다. 그 와중에도 넘어지고 구르는 선수들이 속출했습니다.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말이지요.

 

특히 경기 중반 양희종은 입 주위를 감싸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잠시 철렁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반에 눈에 띄었던 건 초반 교체로 출전해 연달아 파울을 유도, 자유투까지 얻어내 착실하게 성공했던 신제록의 활약이었습니다.그리고 이때부터  KT&G는 본격적으로 점수를 내며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연달아 터지는 SK의 3점슛을 얻어맞으며 2-3쿼터 역시 혼전의 연속이었지요. 정말 플레이오프경기 답다 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예전까지 치뤄왔던 경기의 분위기도 아니고 무엇보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부터가 어딘가 달라 보였기 때문입니다.

운명희 4쿼터, 종료 51초를 남기고 두 팀 모두 89:89로 동점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정말 두 팀 선수들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피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1분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KT&G의 공격에서 챈들러는 너무나도 쉽게 3점슛을 깨끗하게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홈 분위기를 바꿔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현호가 자유투 2개까지 얻으며 KT&G가 이제 4강 직행을 이루려던 순간 신의 장난처럼 자유투 하나를 실패하게 됩니다. 점수는 3점 차, SK에게 아직 공격 시간이 남아 있던 때 SK 선수들과 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공격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고 도리어 KT&G에게 공을 뺏기며 파울까지 하게 되어 또 챈들러에게 자유투를 내주며, 4강행의 불씨를 살리려던 희망은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체육관 안에는 마치 KT&G의 팬들만 있는 것처럼 함성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SK의 팬들은 하나둘씩 체육관 안을 떠나갔습니다. 

 

KT&G선수들은 2시간 동안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그리고 팬들은 2시간 동안 코트를 내달려준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아주 잠시 동안, 그들은 서로 기쁨을 나누며 다시 사라졌습니다. 선수들은 들어갔지만, KT&G의 팬들은 구호를 외치며 한동안 그 기쁨을 마음껏 내보냈습니다. 이긴 자는 이렇듯 기뻐하지만, 정작 이 홈의 주인인 SK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사실 어떤 경기든지 결과도 좋지만 내용도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라는 단기간의 경기에서는 물론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찌됐든 이겨야 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서로 부딪치고 공을 뺏으며 챔피언이라는, 그 높을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평소보다도 더 다른 분위기를 띄우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지금 코트에서 뛰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그 이유뿐입니다. 이겨서 원하는 곳을 올라가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뛰는 것입니다.

아마 이날은 어떤 팀이 이길 거라고 쉽게 예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그 팀의 실력만 가지고는 평가할 수 없는 날이기 때문이지요.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 체육관 안의 분위기, 자신들의 컨디션 등등 수많은 변수를 가지고 선수들은 뛰었고 KT&G는 4강행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얻었습니다. 반면에 SK는 6년 만에 올라간 플레이오프에서 안타까운 좌절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KT&G는 앞으로 동부를 만나 또 다른 경기를 치러야 하고, SK는 시즌은 끝났지만 또 다시 다가오는 새 시즌을 향해 땀을 흘려야 할 것입니다. 특히 KT&G는 정규리그 우승팀인 동부와 이번 주 토요일에 그것도 원정으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상대이니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두 팀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가 2시간 동안 펼쳐질지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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