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김고은의 대표 작품은 오랫동안 데뷔작품인 영화 '은교'였는데, '도깨비'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배우 김고은은 21일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부 지은탁 역할을 맡아 19살부터 29살까지 넘나드는 천의 얼굴, 발랄한 여고생부터 알 수 없는 슬픔에 미쳐가는 여자까지 폭넓은 캐릭터 소화 능력을 보여줬다.
김고은의 연기는 1화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살 생일에 자기 앞에 나타난 도깨비(공유 분)와 얼떨결에 캐나다에 가게 된 지은탁이 "결심했어요. 아저씨랑 결혼할래요.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것 같거든요"라며 쉴틈없이 "사랑해요"라고 말한 장면은 도깨비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심쿵'한 순간이었다. 고등학생 역할이었지만 '은교'와는 전혀 다른 지은탁이었다.
또 김고은의 연기에 놀란 건 늙지 않는 도깨비와 달리 10년의 세월을 연기했을 때다. 도깨비가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돌 때 지은탁은 19살에서 29살이 됐다. 29살의 라디오 PD 지은탁에게서는 성숙미와 함께 어둠과 우울함이 발견됐다. 무엇을 잊었는지도 모르는데 사라진 기억 때문에 처절하게 눈물 흘렸다. 단순히 화장을 짙게 하고 머리를 짧게 잘라서가 아니라, 목소리 톤부터 눈빛에 이르기까지 완벽히 10년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캐나다 장면이 극의 순서에 맞게 촬영된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김고은과 공유는 처음 캐나다에 가서 단풍잎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 이후 분수대 근처에서 장난치는 장면, 도깨비가 첫사랑을 자각하는 장면, 29살 지은탁이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장면까지 한 번에 찍었다. 마치 모든 대본을 다 읽고 촬영하는 것처럼 지은탁의 감정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이 밖에도 도깨비가 박중헌(최병철)을 단죄하고 무로 돌아간 이후 오열하는 장면, 미래의 자신을 위해 김신을 기억하라고 기록하는 것, 10년 후 캐나다에서 기억을 떠올리고 소리치는 것 등 슬픔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줬다. 많은 사람이 '도깨비'를 통해 김고은을 다시 봤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촉망받는 배우로서 로맨틱 코미디를 훌륭히 해낸 김고은의 주가가 더욱 상승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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