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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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름다운'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기사입력 2008.03.18 14:30 / 기사수정 2008.03.18 14:3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축구도 참 이상합니다.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 결과만 두고 볼까요? 강등 위기에 허덕이는 미들즈브러는 선두 아스날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경기를 보여주었고,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 대부분을 앞서갔습니다. 결국, 아스날의 극적인 동점골로 비겼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아스날이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경기였습니다. 또한, 강등권의 풀럼은 리그 5위 에버튼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풀럼은 이번 시즌 극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41년 동안 홈에서 에버튼에 지지 않았다는 '전통'의 힘은 역시 무서웠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더비 카운티의 경기 역시 맨유의 대승이 기대되는 경기였습니다. 더비는 이번 시즌 여러 팀에게 대패를 당하며 다른 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팀이니 말입니다. (그 예외가 뉴캐슬입니다. 뉴캐슬은 더비에게 귀중한 1승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나 강등 탈출의 희망을 버린 더비 카운티는 맹렬한 기세로 맨유를 밀어붙였고, 승점 3점을 가져갈 뻔도 했습니다. 경기 결과는 1-0 맨유의 승리였지만 더비의 경기력은 결코 맨유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모든 경기 결과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축구고, 스포츠입니다.

1승 7무 22패 현재 순위 20위, 30경기 동안 14골을 넣고 64골을 실점한 더비가 리그 2위 맨유를 맞아 선전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심리적 부담을 떨쳐버린 것이었습니다. 승격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다음 시즌 대비를 들어간 더비는 실점에 대한 부담없이 공격적인 모습으로 맨유에 맞섰습니다. 한편, 1위 아스날을 추격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맨유는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전 경기서 첼시가 더비를 상대로 6-1 대승을 거두었다는 사실 역시 심리적으로 맨유를 압박했습니다.

맨유의 또 다른 문제는 중앙 미드필더였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스콜스와 안데르손을 출격시킨 이유는 더비가 수비에 치중할 경우 마음 놓고 공격에 치중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더비가 공격적으로 나오자, 두 선수는 역할 분담에 혼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안데르손과 스콜스 모두 공격적인 재능 못지않게 수비적인 재능 역시 뛰어난 선수이지만, 두 선수는 단 한 차례(1-2로 패배한 맨체스터 시티전) 호흡을 맞춰보았기에 역할분담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두 선수가 우왕좌왕하면서 공격 전개는 빠르게 이어지지 못했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좋은 패스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 경기는 자칫 맨유가 패할 수도 있었습니다. 퍼디난드에게 휴식을 주며 오랜만에 중앙 수비수로 나선 웨스 브라운은 오랜만에 맡는 중앙수비가 익숙지 않은 듯 제대로 볼 처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퍼디난드가 없는 비디치 역시 불안한 것 마찬가지였고요. 반 데 사르라는 노련한 골키퍼 대신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벤 포스터가 골문을 지킨다는 사실 역시 수비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을 것입니다. 벤 포스터의 결정적인 선방이 아니었다면, 맨유 수비는 리그 최소 실점이라는 명예에 걸맞지 않게 두 골 정도 실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맨유가 이겼습니다. 루니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호날두의 감각적인 결승골로 말이죠. 호날두와 루니의 컨디션은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좋은 찬스 상황에서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더 많은 골을 넣는 데 실패했습니다. 어쨌거나 그 중 한 골이 골망을 흔들었고, 그 한 골은 맨유에게 승점 3점을 안겨다 주기 충분했습니다.

이것 역시 축구입니다. 90분을 잘 뛰고도 지는 경기가 있는 법입니다. (맨유와 포츠머스의 FA컵 경기가 그랬죠.) 그리고 그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한 방'입니다. 호날두는 이 날 많은 찬스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결승골 상황에서 호날두의 원터치 슛은 그야말로 '감각적'이었습니다. 그러한 감각,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을 집어넣을 수 있는 뛰어난 기술과 판단력이 현재의 호날두를 있게 한 힘입니다.

또 하나 호날두를 칭찬할 점은 골에 대한 강한 집념입니다. 자신이 놓친 찬스의 숫자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그가 골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뛰는지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자신의 골로 팀이 승점 3점을 챙기며 리그 1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호날두가 아이처럼 기쁜 마음으로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을까요? 

리그 최하위 더비를 상대로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맨유로서 불만스러운 대목입니다. 그러나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는 맨유에게 승점 3점은 매우 귀중한 점수였고, 그 3점을 만들어준 선수는 호날두입니다. 지난 시즌 맨유가 우승할 당시 호날두의 '원맨쇼'가 맨유에게 얼마나 많은 승점을 안겨다 주었는지 떠올려본다면, 호날두의 개인기를 무턱대고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1명이 함께 어우러지며 골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 중 1명이 빛나면서 골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 축구입니다. 최고의 개인기를 가진 호날두가 각광받는 것도, 이타적인 플레이의 달인인 박지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그들이 축구가 가진 다양한 매력 중 한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축구를 본다면, 더욱 즐겁게 축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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