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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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TALK!] 우승을 향한 BIG4의 '무한도전'

기사입력 2008.03.17 15:18 / 기사수정 2008.03.17 15:18

박형진 기자

<퍼거슨 감독은 과연 10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인가?>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07/08 시즌이 시작할 당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은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습니다. 두 팀은 각각 페르난도 토레스와 카를로스 테베즈라는 정상급 공격수를 영입하면서 팀 전력을 탄탄하게 갖추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가라고 있는가 봅니다. 맨유는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리버풀은 베니테즈 감독의 경질론이 부상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팀은 아스날이었습니다. 아스날은 티에리 앙리가 빠지면서 전력의 약화가 우려되었으나, 앙리가 빠진 아스날은 파브리가스와 아데바요르가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앙리의 공백을 200% 메워버렸습니다. 첼시는 시즌 초반 무리뉴가 사임하고 그랜트 감독이 부임하면서 혼란을 겪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랜트 감독은 자질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의 약진, 블랙번의 고공행진과 아스톤 빌라의 약진이 있었지만 시즌 후반기로 접어들며 프리미어리그는 '빅 4' 위주의 우승경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당초 리버풀과 첼시가 우승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맨유와 아스날이 주춤하는 사이 첼시와 리버풀은 꾸준히 승점을 쌓으며 3위와 4위 자리에서 선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맨유 : 선수가 많아도 문제?

맨유는 최근 3연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에 복귀했지만, 토트넘전 무승부와 맨체스터 시티전 패배의 타격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맨유의 로테이션 정책이 있는데요, 특히 맨유는 현재 5명의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돌아가며 골고루 기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번 다른 선수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조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퍼거슨 감독이 4-4-2와 4-3-3을 번갈아 쓰는 것도 선수들에게 혼란을 초래하며 조직력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맨유는 노장 선수들의 노쇠화라는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습니다. 무승부를 거두었던 토트넘전과 패배한 맨시티전, 그리고 최근 신승을 거둔 더비전에는 모두 스콜스와 긱스가 선발 출장했습니다. 두 선수는 분명 맨유의 레전드급 선수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스콜스는 부상 복귀 이후 많은 경기를 출장했지만 아직까지 과거의 좋았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번 바뀌는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와도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긱스는 스피드의 문제를 노련한 볼 터치로 극복하고자 하지만, 이제는 볼을 건드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도 버거워 보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정상급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체력 안배와 불만 해소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빡빡한 일정을 견디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말 필요한 경기에 호흡이 잘 맞는 최고의 선수를 기용할 수 없다는 것이 맨유의 우승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스날 : 우리는 선수가 적어서..

아스날은 맨유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성적만을 두고 볼 때 아스날은 최근 6경기에서 승점 10점만을 획득하며 빅 4 중 가장 나쁜 성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거두며 승리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아스날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버밍엄, 미들즈브러, 위건 등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을 상대로 거둔 무승부인지라 웽거 감독의 위기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스날의 위기는 다름 아닌 얇은 스쿼드 때문이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시즌 초 전문가들이 아스날의 우승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이유 역시 경험 부족과 얇은 스쿼드였으니깐요. 시즌 초반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이런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는듯했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쿼드가 탄탄한 팀이라면 주전 선수를 대신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선수가 있지만, 아스날은 주전 11명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이 후보 선수들은 워낙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큰 경기에 내보내기엔 미심쩍은 수준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스날은 에두아르두와 로시츠키가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고,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월콧마저 부상으로 잠시 빠져있습니다. 갓 부상에서 복귀한 반 페르시를 주전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웽거 감독의 입장에서는, 맨유의 탄탄한 스쿼드가 탐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첼시 : 큰 경기에 약하다!

그랜트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첼시는 좀처럼 패하지 않는 팀, 승률이 높은 팀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만 감독이 늘 강조하는 '재밌는 축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첼시는 무리뉴 감독이 사임하며 언론의 관심에서 다소 밀려난 경향이 있으나, 조용히 승점을 쌓으며 어느덧 선두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29경기에서 승점 64점을 얻은 첼시는 만약 맨유가 볼튼전에서 패배할 경우 승점 상 아스날, 맨유와 함께 공동 1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랜트 체제 첼시의 고민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칼링컵 결승 패배로 언론에 의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그랜트 감독은 리그에서도 빅 4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랜트 감독은 데뷔전인 맨유와의 경기에서도 0-2로 패배했고, 아스날에게도 0-1로 패배했습니다. 리버풀과는 모두 무승부를 거두었으니, 이번 시즌 첼시는 빅 4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셈입니다. 첼시가 막판 역전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남은 아스날, 맨유와의 홈 경기에 승리하는 것이 관건일듯합니다.

리버풀 : 제라드와 토레스가 없다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지불하며 토레스를 영입했던 리버풀은 내심 리그 우승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탄탄한 미드필더진에 최고의 공격수가 들어왔으니 팬들의 기대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리버풀은 리그에서 너무나 많은 승리의 기회를 놓쳤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조별예선 탈락의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또한, 리버풀은 빅 4 중 유일하게 2연패를 경험한 팀이기도 하며 첼시와 마찬가지로 빅 4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리버풀이 요즈음 쾌속 순항을 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은 첼시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후 내리 5연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던 인테르를 만났지만 그마저 합계 3-0으로 제압하며 8강에 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리버풀의 약진은 제라드와 토레스의 맹활약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라드는 미드필더로서는 경이롭게도 이번 시즌 19골을 득점하며 리버풀의 공격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고, 27골을 득점한 토레스는 이번 시즌 해트트릭만 3번 기록하는 등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거꾸로 해석하면, 두 선수가 없는 리버풀은 상당히 약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두 선수 중 하나라도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빠진다면 리버풀로서는 걷잡을 수 없이 팀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다른 세 팀과는 달리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리버풀의 고민입니다. 리버풀은 5위 에버튼에 단 3점 앞서있어 리그 일정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끝까지 알 수 없는 프리미어리그

당초 아스날과 맨유의 2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던 우승 경쟁은 이제 첼시가 가세한 3파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무서운 기세의 리버풀은 상위권 팀이 미끄러질 경우 가차없이 치고 올라갈 기세고요. 한편, 11위 토트넘 이하로는 그 누구도 강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이번 시즌 순위경쟁의 특징입니다. 12위 위건(31점)과 19위 풀럼(23점)의 승점차는 단 8점. 8경기 동안 누가 나락으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강등 후보 중에는 전통의 명가 뉴캐슬(15위), UEFA컵 진출팀인 볼튼(18위)도 있습니다.

8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 주말 경기는 혼란스러운 판세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일요일(현지시간), 맨유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리버풀을 만나고 첼시는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아스날을 만나게 됩니다. 상위권 4팀이 서로 자웅을 겨루는, 그야말로 '슈퍼 선데이'인 셈이죠. 흥미로운 대결이 있는 이번 주는 왠지 월요일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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