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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대전 김민수, 봄이여 오라

기사입력 2008.03.09 23:32 / 기사수정 2008.03.09 23:32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3월 이 봄날, 아직 겨울의 기운이 다 가시지 않았지만 수원 월드컵 경기장 관중석에는 오랜만에 색색의 꽃이 피어올랐다. 

푸른 꽃이 뒤덮인 수원의 N석 건너편엔 자줏빛 꽃이 활짝 . 피어 소리 높여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이름을 외쳤다. 그렇게 시작된 봄, 그라운드 안에서도 하나의 봄이 피어올랐다.


대전 시티즌, 등번호 16번 김민수. 참 흔하고 평범한 이름을 지닌 이 선수는 올 해 대전에 입단한 프로 1년차, 그야말로 생짜 신인이다. 프로에서는 신인취급을 받는 김민수지만, 그는 지난 해 내셔널리그에서 맹활약한 경험이 있는 중고 신인이다.


그가 프로입성을 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남대를 졸업한 그는 여느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드래프트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를 부르는 구단은 아무 곳도 없었다. 그의 축구 인생에 첫 겨울이 들이닥쳤다. 

 




그렇게 첫 번째 드래프트를 실패한 뒤 그는 내셔널리그 인천 한국철도에 둥지를 틀었다.  19경기에서 8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주포가 되었지만 그를 주목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날에도 그의 이름에 환호하는 관중은 없었다. 봄이 왔지만 그 봄을 같이 느껴줄 누군가가 없었다. 쓸쓸하기 만한 그라운드가 그는 슬펐다. 절치부심. 그는 꼭 자신의 플레이에 환호해줄 누군가가 있는 곳에서 뛰겠노라 그렇게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두 번째 드래프트의 결과는 그를 조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를 불러주기로 약속한 팀은 그 약속을 깨버렸고, 결국 번외지명으로 대전의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입성까지 참 버거운 일도 많았다. 그리고 가진 프로 첫 무대. 개막전이 프로 데뷔전이 되었다. 상대는 수원 삼성, 홈도 아닌 원정에서였다. 주눅들 법도 한데 이 신인, 무서운 게 없다보다.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29분 최근식과 교체될 때까지 김민수는 대전의 공격을 이끌며 성공적인 프로 신고식을 치렀다. 그렇게 그에게 두 번째 봄이 오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로 첫 경기, 정신없을 법도 했건만 그는 자신의 특기인 빠른 발을 이용한 드리블로 수원 문전으로 달려갔다. 전반 15분 김용태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도 한 차례 선보였다. 후반엔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 수원 공격진들의 발을 묶는 등 활발한 활약을 보였다. 



슈팅을 시도한 뒤 아쉬움을 아낌없이 표현하거나 팀 선수들을 향해 큰 소리로 파이팅을 독려하는 모습은 인천 한국철도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이 바뀌었을 뿐, 자신의 플레이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경기 후 자신과 맞붙었던 수비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철저한 분석을 내놓으며 오히려 연륜이 붙은 내셔널리그 수비수들이 더 어렵다고 나름의 평을 내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민수는 자신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하지만 신인다운 당당함을 가지고 대답해 나갔다. 데뷔전인데 긴장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형들이 데뷔전을 치를 때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갈 것이고, 무척 긴장될 거라고 해서 경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니 긴장되지 않았다"며 데뷔 소감을 밝혔다.


수원 삼성과의 대결인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수원과 대전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고, 다만 결정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 것 같다"며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풀타임 출전도 가능하건만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고, 수원과 대전의 차이는 결정력일 뿐이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민수의 올 시즌 목표는 10골과 내셔널리그에서 차지하지 못한 신인상 수상이다.


축구 선수로서의 최종목표를 묻는 질문에 당연히 국가대표가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축구화를 신었으면 꼭 한 번쯤은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축구선수로서의 가장 큰 최종 목표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김민수에게선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 비쳤다.


물론 오늘의 활약이 시즌 내내 이어진다는 보장도, 그가 계속해서 대전의 공격을 책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확답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처음으로 내딛은 이 봄의 발걸음은 가볍고 활기찼으며 경쾌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인 국가 대표라는 마지막 봄까지는 얼마나 더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새롭게 피기 시작한 봄이 그의 가슴속에서 쉽사리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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