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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돈의 칼'이 아닌 '도덕의 칼'을

기사입력 2008.02.25 14:08 / 기사수정 2008.02.25 14:08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의 연봉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센테니얼은 활약이 연봉 수준에 못 미치는 고액 연봉자들의 거품을 줄이겠다는 방침이고 선수들은 타 구단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센테니얼의 방침이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7개 구단에도 영향을 미치며 선수 몸값의 거품을 걷어낼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사기 진작이 다른 구단만큼 용이할 지는 불투명하다. 센테니얼 선수들 또한 100% 고용 승계를 요구한 만큼 경제적인 손실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팀워크를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전신 현대 유니콘스의 불안함 속에서 분투했던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축 경영'이라는 기치 아래 선수들의 연봉을 '싹둑' 잘라내는 것 또한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연봉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 한국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만 리그처럼 변질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2000년 SK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해체 후 재창단'할 때 들였던 금액은 25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8년이 가까운 현재 야구단의 가치는 뚝 떨어졌다. 그 이전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구단을 거저 주겠다는 데도 야구단을 운영하려는 기업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야구단의 가치를 떨어뜨린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2004년 9월, 프로야구는 물론 연예계까지 파급을 미쳤던 병역 비리는 프로야구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물론, 학창 시절 정규 수업과는 유리된 채 야구에만 몰두한 선수들에 대한 동정 심리도 있었으나 '병역 비리'를 저지른 선수에 대해 '먹고 살려고 의무를 팽개친 파렴치 범'으로 인식한 팬들도 상당수였다.

비리를 저질렀던 상당수 선수들이 죄값과 병역 의무를 마치고 프로야구에 복귀하는 등 시일은 많이 지났다. 그러나 병역 비리가 퇴색시킨 프로야구의 이미지는 아직 제대로 희석되지 않았다. 프로야구는 '이미지'를 파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박노준 센테니얼 단장과 쌍방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외야수 김실의 예를 들어보겠다. 김실은 90년 대 초 니혼햄 파이터스의 외야 한 자리를 지켰던 주전 출신이다. 엔고 현상이 심했던 90년대 당시 한국 무대로 건너 올 레벨의 선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실이 일본을 떠난 데에는 '남성 편력이 심했던' 여성과의 파경이 이유가 되었다. 김실은 당시 작전 수행 능력과 빠른 발, 넓은 수비 범위로 니혼햄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2번, 9번 타자로 주로 나섰다. 배팅 파워가 부족했고 어깨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테이블 세터 진에 놓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다나카 미노루'라는 확실한 일본 이름을 얻기 위해 택했던 결혼이 김실에게는 '독'이 되었다. 스모 요코즈나와의 스캔들을 일으키는 등 남성 편력이 심했던 피앙세로 인해 김실은 상처를 입고 1994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김실의 잘못이라면 '반려자'를 잘못 선택한 죄밖에 없다. 그러나 '가정 문제'에 대해 엄격한 일본 야구는 '피해자' 김실까지도 용인하지 않았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이리키 사토시 또한 김실과 비슷한 케이스다.

당장 선수 연봉을 지출하는 것에만 연연해서는 안된다. 몸값의 거품은 분명 걷어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삭감은 피해야 한다. 선수 몸값에 대한 제대로 된 잣대를 들어 인식시키고 선수 본연의 자세를 망각한 선수에 대해서는 강력한 철퇴를 준비해 '프로야구 이미지 쇄신'에 앞장서는 자세가 중요하다.

만약 시즌 중 지나친 음주로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가 있다면 기량과 발전 가능성에 관계없이 '읍참마속'의 예를 들어 곧바로 임의탈퇴 처리하는 등, 센테니얼 구단 내부의 자체 규약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눈에 보이는 성적을 올리는 데는 차질을 빚겠지만 센테니얼 선수단, 나아가 프로야구 이미지를 깨끗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야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태동, 어느덧 26년의 시간이 흘렀다. 프로야구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는 자녀를 대동하고 야구장으로 향할 시기다. 선수 몸값의 거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위와 위신을 세우고 '깨끗한' 프로야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담배 회사'를 스폰서로 참여시킨 구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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