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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임창용의 '무한도전'

기사입력 2008.02.19 12:58 / 기사수정 2008.02.19 12:58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한 때 국내 최고의 마무리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고, 선발투수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임창용(32. 사진,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 그러나 현재는 야쿠르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한 명에 불과합니다.

임창용은 현재 오키나와의 온화한 기후 속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전에는 우라소에 시민 구장에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다니엘 리오스(36), 다카다 시게루(62) 감독이 주목하는 좌완 사토 켄(27) 등과 함께 캐치 볼, 내야 수비 연계 훈련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야쿠르트의 가족이 된 임창용

임창용은 스프링캠프 첫 날 인터뷰에서 "괌에서 자율훈련을 마치고 오키나와에 도착했을 때는 70% 정도의 몸상태였다. 스프링캠프가 끝날 쯤에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다카다 감독 또한 임창용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사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모습도 있습니다. 야쿠르트는 예전부터 다른 팀에 비해 선수들의 분위기가 가족적인 팀입니다. 한 예로 금지약물 실태 보고서인 '미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슬러거 애덤 릭스(36)의 경우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시즌 반 이상을 결장, 캠프 참여 첫 날에는 다소 기분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외야수 미야데 류지(29)가 살갑게 다가왔고 릭스는 현재 다른 팀 원들과 스스럼 없이 훈련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임창용 또한 다른 동료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고 팀 원들도 그를 따뜻하게 맞으며 '팀의 일원'으로 인정해 나가고 있지요.

임창용은 예전, 개인사정으로 인한 문제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야구장에서의 임창용은 성실한 선수입니다. 임창용이 2005' 시즌을 앞두고 해외 진출에 실패한 뒤 삼성 라이온즈와의 재계약에 난항을 겪던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포수 진갑용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임)창용이는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를 꼭 잔류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실력을 떠나 성실한 태도로 다른 선수들과 융화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성실한 훈련자세와 일본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모습. 일단 캠프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입니다.

구위를 갖춘 후 제대로 된 도전장을

그러나 일본은 실력이 없다면 도태되는 야구 시장입니다. 주전과 비주전 간의 실력 격차도 한국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아 한 시즌 반짝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시 벤치 멤버로 전락하거나 2군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임창용은 아직 실력 면에선 다카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임창용은 구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현재 커브와 체인지업을 확실하게 연마하는 데에 염두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확실하게 살아나지 못한다면 임창용이 2008'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카다 감독은 캠프를 시작하면서 "구위가 좋은 투수를 시즌 때 중용하겠다."라는 방침을 내세우기도 했지요.

야쿠르트는 이전에 비해 계투진이 허약해졌고 마무리 투수 또한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 시즌 야쿠르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는 13세이브를 올리고 방출된 다카츠 신고(40. 시카고 컵스)입니다.

2004' 시즌 일본 최고 구속(158km/h) 기록을 세우며 '꽃미남 마무리'로 각광받았던 이가라시 료타(30)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실전 감각을 찾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빠른 공을 던지며 이가라시와 함께 '로켓 보이스'를 이뤘던 이시이 히로토시(31)도 어깨 수술 후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만일 둘 중 한 명이 구위를 되찾아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임창용이 낙담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지난 시즌 우완 계투 중 가장 많은 경기(50경기)에 등판했던 베테랑 기다 마사오(40)는 직구 구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 오른손 릴리프 진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방출된 후 야쿠르트에 입단한 하기와라 준(35) 또한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이던 2002년 후반기에 '151km/h를 던지는 마무리'로 활약했던 우완입니다.(3승 4패 10세이브 평균 자책점 2.64) 그러나 하기와라 또한 직구 구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 국제경기 경험도 갖추고 있는 임창용이 제 구위를 찾는다면 노장들을 제치기에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제는 전성 시절에 비해 팔을 낮춰 던지고 있는 임창용이 구위를 얼마만큼 끌어올리느냐에 있습니다. 임창용은 땅을 긁어 던지는 듯한 언더스로 와타나베 슌스케(32. 지바 롯데 마린스) 처럼 변화구로 타자를 농락하던 선수가 아니라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던 사이드 암 투수입니다.

임창용의 커브와 체인지업이 일본 정상급 타자들의 방망이를 농락할 만한 정도의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자신에게 어색한 언더스로 피칭이라면 투구 밸런스마저 흐트러져 스프링 캠프 때 흘렸던 땀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화려한 성적으로 거액을 받으면서 대한해협을 건넌 것이 아닌, 꿈을 위해 일본에 건너간 임창용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값질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아시아 야구 선수권을 통해 한국은 일본 야구와의 실력 격차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도전 정신'을 품고 일본에 진출한 임창용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면 이는 국내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수만큼 유망주를 육성하고 기회를 부여한다면 한국 야구 역시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1년 기본 1500만엔(약 1억 3천만 원)의 적은 연봉을 감수하고 제비 둥지를 튼 임창용. 그의 2008' 시즌을 기대해봅니다.

<사진=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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