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착한 드라마는 강했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가 10일 해피엔딩으로 종영했다. 루이(서인국 분)와 복실(남지현)은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우연으로 시작된 사랑이 아닌 운명이었다.
루이는 "복실, 내가 그 말 너에게 영원히 해줄게. 나만 믿어. 복실 사랑해"라며 프러포즈했다. 복실 역시 "나도 사랑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포옹하며 달콤한 키스를 나눴다.
뚜껑을 열기 전 최약체로 평가받던 ‘쇼핑왕 루이’는 입소문을 타며 수목극 강자로 거듭났다. 루이와 복실의 청청 러브라인, 감성적인 연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초반에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재벌 후계자 루이와 산골 소녀 고복실의 로맨스라는 설정은 그동안 지겹도록 본 재벌남과 가난한 여자의 러브스토리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첫 회는 역시나였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극과 극의 삶을 사는 루이와 복실의 모습이 비치며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예상하게 했다. 21세기에 오대산 산골에서 현대 기기 없이 살아가는 복실이나 프랑스 대저택에서 만화 같은 삶을 사는 루이는 현실감이 없는 캐릭터 같았다.
복실이 가출한 동생 복남(류의현)을 찾으러 간 서울에서 우연히 루이와 만나는 모습도 예상하는 흔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상실증이란 설정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루이는 선구(김규철)의 음모에 휘말려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복실은 복남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루이가 복남의 행방을 알 거라고 생각해 동거하게 됐다. 기억상실증은 진부한 소재였지만 복실의 동생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요소가 얽혀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루이와 복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그려졌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사랑이 싹트는 모습은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게 이어졌다.
무공해 힐링 러브라인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삼각관계 같은 진부한 소재도 '쇼핑왕 루이'에서는 재기발랄했다. 키다리아저씨 중원(윤상현)의 행동을 귀엽고 코믹하게 담은 덕분에 루이, 복실, 중원의 삼각 러브라인이 답답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악한 캐릭터도 없었다. 그룹의 후계자가 될 루이를 다치게 하려던 선구와 복실을 뒤에서 괴롭히거나 황금그룹을 탐내는 선구의 딸 마리(임세미)가 이 드라마의 유일한 악역이었다. 하지만 여느 드라마의 극악무도한 악역과는 달랐다. 마리는 허당이면서도 사랑스러운, 2% 부족한 악녀였다. 선구 역시 죄책감에 전전긍긍했다. 루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고 결국 자수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잘 어우러졌다. 주인공 남지현과 서인국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서인국은 루이만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이질감 없이 연기했다. 남지현 역시 순수하고 맑은, 그러면서도 당찬 고복실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오대환, 황영희, 윤유선, 김보연 등 조연 군단들 역시 유쾌한 '케미'를 발산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