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테헤란(이란), 조용운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새역사에 도전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밤 11시45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역사'를 당당히 입에 올렸다. 1974년 처음 이란과 원정 A매치서 패하면서 시작된 42년의 원정 무승의 악몽을 이번에 끊겠다는 단호한 결의였다.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에 늘 사로잡혔던 한국은 이번에야말로 징크스를 탈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지난 9일 일찌감치 결전지에 입성해 현지 적응 훈련에 나섰다. 제대로 된 훈련장 하나 협조해주지 않는 이란의 텃세에 시달렸지만 시차와 고지대 적응에 있어 준비한대로 성과를 보였다. 대표팀은 이란 원정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이제 결전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목표는 당연히 승리다. 현실적으로 타협한다 해도 최소한 승점 1점을 획득해야 한다. 가장 안정적이고 자신있는 라인업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카타르전에서 선보였던 4-1-4-1 대신 기존의 4-2-3-1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FW: 석현준일까 지동원일까 김신욱일까
안정적인 카드는 석현준이다. 정통 공격수로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이란 수비진을 괴롭히려면 석현준이 안성맞춤이다. 다만 석현준의 최근 컨디션이 걸림돌이다. 카타르전에서 보여준 석현준은 다소 실망적이었다. 그래선지 석현준은 전반만 뛰고 김신욱으로 교체가 됐다. 카타르전 이후 이란으로 이동해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렸을지가 관건이다.
지동원의 원톱 카드도 이란 원정에서 만져볼 만하다. 이미 지동원은 최종예선 3경기 중 2경기를 원톱으로 뛴 바 있다. 무엇보다 지동원의 최근 컨디션이 아주 좋다. 꾸준하게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지동원은 대표팀 합류 전 리그에서 골맛을 봤다. 예열을 마친 지동원은 카타르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려 3-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빼어난 활동량에 결정력도 올라온 지동원도 원톱 카드로 안성맞춤이다. 만약 지동원이 2선으로 내려간다면 카타르전처럼 이청용과 선발 경쟁을 점쳐볼 수 있다.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물오른 모습을 보여주는 김신욱도 원톱 후보 중 하나다. 김신욱은 카타르전을 통해 자신의 높이에 대한 강점을 보여줬기에 신임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표팀은 이란에 입성한 뒤 치른 훈련에서 좌우 크로스를 통한 높이로 승부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김신욱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고다. 내려선 이란을 맞아 김신욱의 높이 카드를 초반부터 꺼낼지 후반 확실한 승부카드로 내세울지 고민이다.
MF: 한국영일까 김보경일까
승리가 필요하다지만 밸런스와 안정감은 필수다. 안방에서 다득점 승리가 필요했던 카타르전에서는 기성용을 공격적인 카드로 썼지만 이란 원정에서까지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 다시 기성용의 짝을 찾는 작업이 시작됐고 첫손에 한국영이 꼽힌다. 투쟁적이고 기술이 좋은 한국영은 기성용의 파트너로 장시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수비적인 기여가 좋아 이란의 빠른 역습을 차단하기에 안성맞춤 자원이다.
이란을 상대로 한국이 주도하는 경기를 펼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선을 바꿔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도 한가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보경을 통해 공격에 더욱 힘을 주는 조금은 파격적인 카드도 예상 가능하다. 김보경은 이란과 최근 경기를 분석하며 "개인의 볼 관리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원에서 이 역할을 해줄 최고의 카드가 김보경이다.
DF: 장현수의 자리는
수비라인에 고민이 많다. 이란전은 늘 상대의 몇 안 되는 공격 기회를 막지 못해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무실점이 필요한 경기인 만큼 수비안정이 최우선이다. 장현수의 자리가 관건이다. 슈틸리케호에서 장현수는 오른쪽 풀백으로 사실상 고정됐다. 다만 원래 포지션이 센터백이기에 풀백에서 아직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기력이 나오고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팬들은 장현수의 풀백 기용을 두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란전은 장현수의 쓰임새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다. 홍정호의 퇴장 징계로 센터백에 공백이 생긴 지금 장현수의 센터백 복귀도 하나의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확률은 높지 않다. 김기희와 곽태휘의 호흡이 좋고 오른쪽 수비수 대안이 없는 점이 크다.
GK: 김승규일까 김진현일까
슈틸리케호의 골키퍼는 여전히 주전경쟁 중이다. 늘 2명의 골키퍼에게 번갈아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그래도 현재 1순위 골키퍼는 김승규다. 중국전에서 정성룡에게 선발 자리를 내줬던 김승규는 시리아전에서 철벽 수문장 역할을 해낸 뒤 카타르전에서도 후반 위험한 장면을 잘 차단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두 경기를 통해 대표팀의 주전은 자신임을 확실하게 알렸다. 다만 이란 원정을 경험하지 못한 변수가 있다.
김진현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뛰어본 것이 큰 무기다. 아자디는 해발 1200m에 위치해 일반적인 상황과 볼 진행 속도나 낙하지점 예상이 쉽지않다. 경험이 반드시 필요한 장소고 김진현은 2년 전 이란 원정을 뛰어봤다. 비록 1실점하며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차징 파울을 불어주지 않은 오심이었기에 설욕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페인과 A매치 이후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어 출전 여부를 점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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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