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비트',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이 '아수라'로 돌아왔다.
김성수 감독은 지난 9월 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에서 악인들의 지옥 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김성수 감독의 '감기' 이후 약 3년 만의 복귀이자 정우성과는 15년 만의 재회였기에 '아수라'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또한 정우성을 비롯해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작품이었기에 '아수라'에 대한 궁금증은 컸고, 개봉 6일 째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저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이전에는 '아수라'의 뜻을 잘 몰랐습니다. 첫 제목은 '반성'이었는데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기가 나쁜 짓을 하고 느끼는 사람과 아예 반성하지 않는 사람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생각했는데요, 처음 구상한 계기도 비슷합니다. 그동안 영화는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착한 사람이 나쁜 폭력을 이기는 과정을 그렸고 통쾌한 감정으로 따라가는 틀이었는데 '아수라'는 그런 틀을 비틀어보고 싶었어요. 현실에서는 선한 사람이 악인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착하고 나쁜 폭력의 틀이 아닌 방식으로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수라'는 화려한 캐스팅을 통해 개봉 전부터 최고의 화제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주변 동료들은 '왜 이런 영화를 하냐'며 말도 안되고 비상업적이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근사한 배우가 있어야 가능했고 출연 제안을 받은 배우들은 흔쾌히 출연에 응했다. 김성수 감독은 주목에 대해 배우들 때문에 주목 받는 것이라며 영화를 보고 그 주목과 기대가 부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등에서 함께한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의 재회는 그 자체로도 많은 화제가 됐다. 김성수 감독은 '아수라'를 준비하며 정우성에게 가장 먼저 상의를 했다. 김성수 감독의 이야기를 들은 정우성은 "재밌겠네요"라며 출연을 결정했다. 젊은 날의 한 시절을 함께 보냈고 작품으로 인해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두 사람이기에 '아수라' 현장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정우성 씨는 친한 동료고 좋아하는 동생입니다. 정우성 씨가 영화를 촬영하며 많이 힘들어했어요. 다쳐도 워낙 현장에서 티를 내지 않는 배우인데 이번에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그러니 힘들다고 말하더라고요. 정우성이란 이름부터 개인의 이름이 아닌 약간 형용사가 가미된 인칭대명사 같은 느낌인데 20년 동안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다 벗어놓고 우성 씨가 촬영하더라고요. 많이 힘들어 했는데 오히려 힘들어 하는 모습이 극중 끼어있는 남자인 한도경의 모습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많이 괴롭혔죠. 하하. 우성 씨도 보람도 있지만 굉장히 힘들다고 했어요. 점점 마르더라고요."
극중 작대기 역을 맡아 정우성과 함께 묘한 신경전을 보였던 김원해의 활약도 눈부셨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의 추천으로 김원해를 캐스팅하게 됐다. 착하고 진지한 그가 악의 세계의 하수인인 역할을 어떻게 할지 걱정했지만 직접 머리를 자르고 등장하며 완벽히 달라진 모습으로 온 김원해의 모습에 김성수 감독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김성수 감독은 재밌는 역할을 던지면 자신의 색으로 분석하고 해체하는 김원해와 함께 다음 작품도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김성수 감독은 극중 선과 악의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는 문선모 역의 주지훈에게도 칭찬을 전했다.
"원래 다른 배우가 있었는데 그만두게 됐었어요. 주지훈 씨는 추천으로 만났는데 정우성 씨의 영화를 수십번 봤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외울 정도였죠. 주지훈 씨에게는 두 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귀엽고 장난기 있는 면도 있으면서 영민하고 때로는 야비한 듯한 얼굴도 있어요. 신기하고 재밌었죠. 주지훈 씨는 본능적인 감성으로 하는 연기가 있습니다. 주지훈 씨가 선모 역을 해준 것은 진짜 행운이었습니다."
김성수 감독은 중국에서 영화도 제작하고 사업도 하며 여러 일을 했지만 동시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은 그에게 쉽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은 세월이 지나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수라'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 꿈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아마 모든 감독들의 꿈이 아닐까요? '아수라'는 하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뭔가 씻김굿을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영화가 저를 완전히 소진시켰죠. 앞으로도 현장에서 배우들과 재밌게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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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