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처음’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무언가에 대한 첫 도전은 늘 떨리기 마련이지만, '처음'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건 없다. 46세, 중년의 나이에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한 이가 있다. 배우 송일국 이야기다.
이루지 못할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처럼 기회가 왔고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이력을 추가하게 됐다.
송일국은 현재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데뷔 18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섰다.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 순간 무대에 서 있더라고요. 아직도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분명한 건 한 회 한 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노래에 비중이 많지 않아 다행인데, 워낙 후배들이 잘해줘서 저는 잘 묻어가고 있어요. 시작할 때 저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요.”
주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한 송일국이 뮤지컬에 발을 디딘 계기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추천에서 비롯됐다. 과거 송일국이 출연한 연극 ‘나는 너다’를 인상 깊게 본 최정원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안 마쉬 역으로 그를 추천한 것이다.
송일국은 “최정원 선배님과 원래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이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정원 선배님이 추천해준 만큼 누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게는 꿈이었어요. 이룰 수 없는 꿈이요. 평생 노래를 해봤겠어요. 춤을 춰봤겠어요. 춤이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이번에 꿈을 이뤘어요. 어머니가 배우여서 어렸을 때 초대권이 많았는데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 배우들이 진정한 배우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부럽지만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꿈을 이뤘어요. 저 같은 중고신인이 하기 좋은 역할이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연기는 그의 주 분야이지만 노래는 걱정이 많았다. 줄리안 마쉬의 넘버가 많진 않지만 노래와 거리가 먼 그이기에 연습에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첫 연습 때 최정원 선배님의 표정이 안 좋았다. 노래를 저렇게까지 못 할 줄은 모르셨을 거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편하게 하라. 대사 하듯이 하면 된다’고 말해주셨어요. 윤복희 선생님도 왔다 가셨는데 편하게 하라고 하더라고요. 노래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사하듯 감정 넣어서 하면 된다고요. 노래 잘하는 분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말 듣고 감정대로 했다가 망했어요.(웃음)”
첫 뮤지컬인 만큼 남들보다 배의 노력을 해야 하는 그다. 그의 말대로 매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하면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톤도 그렇고, 뮤지컬 발성의 톤이 높은데 아직 사극했던 무거운 발성이 남아 있어서 제 대사만 뒤로 먹더라고요. 지금도 안 되고 있긴 하지만 고치고 있어요. 묻히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죠.”
‘출연을 후회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숨을 길게 내쉰 그에게서 부담과 긴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에 함께 하는 것에 후회하지 않는단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고요. 음악선생님과 뮤지컬에 나온 노래는 끝냈고 지난주부터 이태리 가곡을 들어갔어요. 뮤지컬에 나오지 않은 노래를 하니 이제 노래가 재밌더라고요. 하하하.”
TV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뮤지컬에 도전한 것에 소속사의 반대도 있었다. 그래도 그가 출연을 강행한 건 작품과 배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꿈이었어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회사에서는 반대했었어요. 뮤지컬이 웬말이냐고 했죠. 소속사에 JYJ가 있어서 공연 기획팀이 따로 있는 것이 다행이었어요. 공연기획팀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잘 알고 줄리안 마쉬 역이 어떤 역인지 알아서 잘 설득해줬죠. 꿈의 무대라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고 운 좋게 꿈을 이뤘네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②] 송일국 "다음 목표? '맘마미아' 하고파, 하하'"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