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44
스포츠

그라운드의 卍과 十, 절실함이 빚은 '해프닝'

기사입력 2016.06.01 06:30 / 기사수정 2016.06.01 06:08

박진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잘 하려는 마음이 만든 '해프닝'이었다.

지난 2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 NC가 수비하는 과정에서 중계 화면에 다소 황당한 화면이 잡혔다. 2루 쪽 그라운드 불교의 '卍'과 기독교의 '十'자가 수십 개 그려져 있었다. 양 팀의 2루수인 박민우와 서동욱이 수비 시 새긴 것이 어느 순간 개수가 많아진 탓이었다.

이튿날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날의 일은 팬들 사이에서 종교 전쟁(?)으로까지 사태가 확산이 되고 말았다. 또한 그라운드에 글자를 새김으로써 공격, 주루, 수비 과정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도 고민해야 한다는 일각의 걱정스런 시선도 있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라운드에 무엇을 그리는 것에 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라며 "그러나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력에 영향을 줄 때에는 KBO 차원에서 제재를 할 수는 있다"고 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향후에 이번 해프닝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 수는 있으나 논의가 되고 있지는 않다"라며 "그러나 경기의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룰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번 일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양 선수가 잘하려는 선의의 마음이 빚어낸 해프닝이었다. 올 시즌 초 박민우는 결정적인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2군 행을 통보받기도 하는 등 수비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해프닝이 발생하기 전날(28일)에도 박민우는 실책을 기록했다.

NC 관계자는 "박민우 선수는 평소에도 마음의 안정을 위해 흙과 잔디 경계선에 작게 그렸었다고 한다"며 "그날(29일) 공교롭게 논란이 됐다. 박민우 선수는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면서 죄송하다, 앞으로는 다른 방법으로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라 전했다. 이어 "경기가 끝나고 서동욱 선수가 먼저 박민우 선수에게 전화를 해 서로 미안하고 괜찮다는 의사를 교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가 새긴 卍 옆에 十을 새긴 서동욱도 선수로서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신자인 서동욱 역시 잘하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썼다고 한다. KIA 관계자는 "서동욱 선수도 선의의 마음이 앞선 행동이었다"고 했다.

지난 31일 LG와 KIA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기태 감독 역시 이 사태를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얼마나 절실했으면..."이라고 말했다.


parkjt2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박진태 기자 parkjt21@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