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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두 번째 MVP 롤팀 맡은 권재환 감독

기사입력 2016.04.05 00:02 / 기사수정 2016.04.05 00:02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2012년 초 한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창단 인터뷰를 맡은 적이 있었다. 인천에 있는 한 숙소에 있던 15명의 선수와 두 명의 코칭스태프를 만났고, 파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흰색 티셔츠를 각각 나눠 입은 선수들의 첫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MVP 블루와 레드, 그리고 화이트였다.

2013년 MVP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삼성 갤럭시에 인수되고 2014년 롤드컵 이후 소속 선수들이 중국행을 택하며 다시 MVP라는 이름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MVP가 다시 돌아왔다. MVP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챌린저스부터 다시 시작한 것. 이름만 같고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태어난 MVP는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캐스파 컵 우승으로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ESC 에버, 정식으로 창단한 Ever 8 Winner 등 그 어느 시즌보다 챌린저스의 수준은 높았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챌린저스 스프링 정규 시즌이 끝났다. 정규 리그 1위 팀은 바로 MVP. 챌린저스 진입 첫 시즌에 바로 승강전에 진출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올해 다시 MVP가 등장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4월 1일 MVP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된 권재환 감독은 MVP 팀 분위기를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았다.

권재환 감독은 전역 후 이형섭 당시 FXOpen 감독의 권유로 스타크래프트2 코치로 e스포츠 지도자의 길을 시작했다. 그리고 FXOpen 도타2 팀이 창단될 때 전담 코치로 AOS 종목 코치가 됐다. RTS보다 AOS 장르 종목에 자신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으로 권재환 감독은 새로운 종목에 도전했다.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팀 선수 간의 끈끈한 팀워크를 볼 수 있고, 서로의 플레이 성향을 이해하고 공과가 확실한 결과에서 서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FXOpen 도타2 팀이 해체되며 권재환 감독은 잠시 게임을 떠났다. 게임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지냈지만,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MVP에서 새로 재창단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을 맡아달라는 부탁에 권재환 감독은 다시 코치 일을 시작했다. MVP는 이미 한 번의 성공을 거둔 팀이기에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팀이라는 장점도 있는 팀이었지만, 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다고.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나아가면 언젠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팀을 맡았다.

마음대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전권을 받은 권재환 감독은 확실한 기준을 세워 선수를 선발했다. 실력도 중요했지만, 활발하고 서로 마찰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선수를 찾았지만, 서포터 포지션을 맡을 선수가 부모님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팀을 나가게 됐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을 맞았지만, 의외로 권재환 감독의 고민은 쉽게 풀렸다. 2015 시즌 CJ 엔투스에서 서브 서포터로 활동했던 ‘맥스’ 정종빈이 합류 의사를 밝힌 것. 권재환 감독은 정종빈에 대해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다. 그리고 아재 개그도 잘해서 처음 온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잘 어울렸다”고 자랑했다. 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만큼 형 역할도 잘하고 있다고.

팀을 처음 만들면서 자신감은 있었지만, 첫 시즌 이렇게까지 성적을 잘 낼 거라고는 권재환 감독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권재환 감독이 이끄는 MVP는 재창단 첫 시즌에 바로 1위를 차지하고 승강전 진출을 확정한 것. 작년 케스파 컵 이후로 ESC 에버의 경기력이 엄청났지만, 좋은 숙소 분위기가 MVP에게 큰 힘이 되었다.


권재환 감독이 선수를 선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분위기와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피드백이 MVP의 실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각자 게임을 하면서도 배운 부분을 다른 선수에게 잘 전달하며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이미 선수 경력이 있던 바텀 듀오는 다른 선수들에게 경험을 잘 전달했다는 것이 권재환 감독의 평가다. 서로 장난치고 친한 형제같은 팀 분위기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물론 선수들은 숙소에서 권재환 감독을 형으로 부를 정도로 모든 팀 구성원들이 똘똘 뭉친 결과 첫 시즌부터 MVP가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 시즌에서 보인 좋은 결과로 MVP는 당시 코치였던 권재환 감독을 승격시켰다. MVP 도타2 팀 감독을 겸임했던 임현석 감독이 도타2 팀의 선전으로 도타2 팀에 전념하게 되면서 MVP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권재환 감독이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숙소에서는 여전히 형으로 불리고, 팀 내부에서도 변한 건 없다고. 

권재환 감독은 임현석 감독 역시 그가 필요할 때 언제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스타크래프트2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같은 MVP 내의 다른 종목 코칭스태프들도 새내기 감독인 권재환 감독이 필요할 때 아낌없이 도움을 준다고. 권재환 감독은 이러한 분위기가 MVP가 창단하는 종목마다 승승장구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중요한 밴픽 역시 권재환 감독이 준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내 모든 선수가 같이 상대를 분석해 밴픽을 완성한다. 누군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토의하고 동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결정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의견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더 중요히 하며, 독단적인 결정보다는 합의를 더 중요시하는 권재환 감독의 방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챌린저스에서 1위를 확정했지만, 권재환 감독의 목표는 MVP를 롤챔스 섬머 시즌에 승격시키는 것이다. MVP는 이번 시즌 승강전에서 스베누 소닉붐이나 콩두 몬스터를 상대한다. 권재환 감독은 두 팀 모두 어려운 팀이라고 평가했다. 스베누 소닉붐은 최근 기세가 정말 좋고, 콩두 몬스터 역시 채우철 감독의 풍부한 노하우가 장점인 팀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MVP의 기세라면 충분히 두 팀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권재환 감독의 자신감이다.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준비를 하고 MVP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결국 MVP는 잘 될 팀이라는 게 제 자신감이고, 선수들 역시 어디에 데려다 놔도 잘할 선수라고 봅니다. 팬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면, 그 선택에 후회되지 않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꼭 두 번째 MVP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감은 있지만 자만하지 않는 권재환 감독의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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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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