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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사이드] 벵거를 '실패전문가'로 만든 패배들

기사입력 2016.03.19 06:10 / 기사수정 2016.03.18 19:47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아르센, 좋은 추억을 남겨줘 고맙지만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야.'

아스날에서만 20년간 장기집권 중인 아르센 벵거(67) 감독이 거취에 큰 비상이 걸렸다. 무관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스날 팬들이 먼저 들고 일어섰다. 헐 시티와 경기서 팬들이 내건 현수막 문구가 지금의 현실을 대변한다. 

올 시즌 아스날은 무관이 유력해졌다. 지난 두 시즌 우승 트로피가 목말랐던 아스날에 단비가 되어줬던 FA컵도 올해는 들어올릴 수 없게 됐다. 리그컵은 일찌감치 짐을 쌌고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전력차만 확인한 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남은 대회라고는 2003-04시즌 이후 잡히지 않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그마저도 9경기 남겨두고 선두 레스터 시티와 11점 차이로 극복하기 쉽지 않다. 지난달 헐 시티전부터 꼬인 매듭을 아직까지 풀지 못하면서 무관에 가까워졌다. 이처럼 아스날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늘 넘어졌다. 

2007-08시즌 ㅣ 앙리가 떠났던 그해

팀의 상징이던 티에리 앙리가 떠난 2007-08시즌, 아스날은 무너질 것이란 평가와 달리 시즌 초반 10연승을 내달리며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앞세운 어린 아스날을 만들어낸 벵거 감독의 철학이 일을 낼 것이란 낙관론이 커져갔다.

기대가 커질 수록 아스날은 부담을 가졌고 서서히 힘이 빠졌다. 결국 리그 종료를 9경기 남겨두고 1위 자리를 추월당했다. 미들스브러, 위건 애슬레틱과 같은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이 컸다. 위태롭던 상황서 만난 첼시는 우승 경쟁을 이어갈지 아니면 낙오될지 결정하는 분수령이었고 아스날은 벽을 넘지 못하고 3위로 떨어졌다. 이때 순위가 밀린 아스날은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우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격차는 불과 승점 4점으로 첼시만 잡았다면 충분히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는 해였다. 



2009-10시즌 ㅣ 북런던더비 눈물

올 시즌 아스날이 우승 레이스서 떨어져 나간 것은 토트넘 홋스퍼와 비긴 것이 크게 작용했다. 무승부도 이럴진데 늘 이겨오던 토트넘에 당한 패배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때가 그랬다. 아스날은 시즌 중반 급격히 흔들리며 선두권과 9점차로 벌어졌던 때가 있었다. 당시 아스날을 2-0으로 이겼던 첼시의 페트르 체흐는 "아스날은 이번 패배로 우승 경쟁 합류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스날은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해 역전 우승을 꿈꾸는 단계까지 치고 올라왔다. 북런던더비만 제대로 넘겼다면 해볼 만한 승부였지만 대니 로즈와 가레스 베일에게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꿈이 부서졌다. 11년 만에 북런던더비를 패한 아스날은 결국 그해 우승컵을 첼시에게 넘겨줬다. 



2010-11시즌 ㅣ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아스날에 있어 충격이 컸던 시즌이다. 내심 정상을 자신했던 칼링컵 결승서 버밍엄 시티에 패해 우승컵을 놓치며 암운이 드리워진 아스날은 어지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렸던 리그 우승마저 통한의 페널티킥 실점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시즌 33라운드서 리버풀을 만난 아스날은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을 주고받는 드라마를 썼다. 먼저 페널티킥으로 기세를 올린 쪽은 아스날이었고 마지막 순간 비운의 주인공이 된 쪽도 아스날이었다. 종료 직전 허용한 페널티킥으로 승점 1점 추가에 그친 아스날은 선두와 격차가 6점이 되면서 힘이 빠지고 만다. 결국 다음 경기서 이청용이 득점 장면에 관여한 볼턴 원더러스에 1-2로 패하면서 우승권에서 확실하게 멀어졌다. 리버풀전 고비를 넘지 못한 여파가 분명했다.



2013-14시즌 ㅣ 외질도 영입했건만

돈으로 축구하는 시대 유일한 로맨티스트였던 벵거 감독도 돈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시점이 2013년이다. "이적시장은 미쳤다"던 벵거 감독도 대세를 따라야 했고 막대한 이적료를 사용해 영입한 이가 메수트 외질이다. 외질 효과는 대단했다. 아스날은 외질의 패스를 바탕으로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내달리며 우승의 꿈을 키워갔다. 이듬해 3월 첼시를 만나기 전까지만.

당시 첼시 원정은 벵거 감독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경기였다. 아스날 사령탑 부임 후 1000번째 경기였다. 아스날은 공로상과 재계약 이야기를 흘리며 첼시전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아스날은 첼시에 0-6으로 대패를 당했고 벵거 감독은 물병까지 집어던지며 화를 삼키지 못했다. 자신의 1000번째 경기서 가슴만 1000번 쳐도 모자랄 답답한 경기를 한 아스날은 첼시전 패배로 우승 가능성이 사라졌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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