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느림의 미학'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통했다.
유희관(29,두산)은 24일 일본 아이비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맞대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유희관은 하세가와 유야(좌익수)-가와시마 게이조(3루수)-나카무라 아키라(우익수)-야나기타 유키(지명타자)-요시무라 유키(1루수)-에가와 도모야키(중견수)-혼다 유이치(2루수)-카이 타쿠야(포수)-이마미야 겐타(유격수)로 이어지는 소프트뱅크 타선을 상대했다.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주역멤버 중에 이대호, 우치카와 세이치, 마쓰다 노부히로만이 제외됐지만 사실상 1군에 가까운 라인업이었다.
일본 우승 팀 앞이었지만 유희관의 '느린 공'은 기죽지 않고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비록 2회 홈런으로 실점을 했지만 이날 유희관은 3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답게 직구 최고 구속은 132km/h에 머물렀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골고루 섞어 완급조절과 제구력으로 승부를 봤다.
유희관은 지난해 18승 5패 평균자책점 3.94로 토종 투수 최다 승수를 거뒀다. 지난 해 뿐 아니라 최근 3년간 꾸준히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그러나 느린 구속에 항상 시즌을 앞둔 유희관을 향해서는 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유희관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고 있다. 첫 해 잘하면 분석이 안돼서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두자릿수 승수를 거뒀을 때에도 그 다음 해에는 타자들에게 공략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유희관의 말이다.
팬들의 시선에 섭섭할 법도 있지만 유희관은 "매경기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는 말로 올 시즌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일본 우승팀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면서 유희관이 가지고 있는 '느림'의 힘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아직 스프링캠프인 만큼 시즌 활약을 자신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그러나 이날 호투는 올 시즌 유희관의 활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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