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프로농구에서 ‘24초 계시기 논란’이 또 일어났다.
지난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에서 나온 사건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KCC가 73-71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종료 1.5초 전 KCC 전태풍이 던진 3점슛이 림에 꽂히면서 KCC가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공동 1위 자리를 지킨 KCC와 사실상 1위가 멀어진 오리온스의 대결이라 정규리그 한 경기가 아닌, 단기전에 가까운 빅매치였다.
그런데 이 경기 중계장면으로 확인해 보면, 3쿼터 종료 3분56초를 남기고 진행된 KCC 공격에서24초 계시기만 작동되고, 전체 경기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는 멈춰 있다. 명백한 경기 운영 실책이다.
그런데 계시기 오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2003시즌 챔피언결정전 원주 TG(동부의 전신)와 동양 오리온스의 5차전 도중에도 계시기가 15초간 멈췄던 적이 있다. 6차전을 앞두고 KBL은 5차전 재경기를 결정했지만, 동양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해당 시리즈 우승은 TG가 가져갔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피해자는 오리온이었다.
공통점 : 한 골 차 접전, 그리고 사고
2003년 4월 11일에 열린 2002~2003 챔프 5차전 경기는 TG의 98-97 승리로 끝났다. 2016년 2월16일 경기는 KCC의 73-71 승리였다. 패자는 모두 오리온이었다.
한 골 차로 승패가 결정난 경기에서 진행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은 곧바로 결과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된다. 2003년과 2016년 두 차례의 ‘계시기 오작동’이 모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03년 챔프전에서는 4쿼터 종료 1분16초 전 오리온이 76-70으로 앞선 상황에서 24초 계시기가 15초간 멈춰 있었다. 그 사이에 TG가 3점슛을 성공시켰고, 승부는 연장까지 이어졌다. 당시 경기는 3차 연장까지 갔다.
2016년 정규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는 3쿼터 종료 3분56초를 남기고 오리온이 46-43으로 앞서가고 있을 때 문제가 터졌다. 이때 경기장에서는 24초 계시기만 작동되고, 경기 시간 계시기는 멈췄다. 공격을 시도한 KCC는 공격을 성공시키진 못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날 경기는 40분에서 24초 더 진행됐고, KCC의 위닝샷은 종료 1.5초 전에 터졌다.
차이점 : 경기 규칙
2003년에는 오리온의 이의제기 이후 KBL이 재경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KBL 관계자는 “이번엔 재경기가 열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KBL이 지난 2004년 경기규칙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규칙을 바꿀 때 FIBA(국제농구협회) 룰을 토대로 개정했다. 경기 종료 후 20분 안에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는 규칙도 FIBA 룰을 참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16일 경기 후 20분이 지나기 전에 이의제기를 하진 못했고, 17일 부단장이 공식적으로 KBL 사옥을 방문해 이의를 제기했다.
만일 오리온이 16일 경기에서 KCC를 이겼다면, 17일 현재 순위는 단독 1위 모비스(34승18패)-단독 2위 KCC(33승19패)-단독 3위 오리온(32승21패)이 되면서 승차가 좁혀질 수 있었다. 16일 KCC-오리온전과 상관 없는 모비스가 이번 ‘계시기 오작동’ 관련 징계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비스와 KCC가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동률을 이룰 경우, 상대전적이 앞선 KCC가 정규리그 우승컵을 가져간다. 이번에 일어난 계시기 오작동 사건은 단순히 KCC와 오리온 두 팀뿐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나비 효과'처럼 정규리그 전체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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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