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오키나와(일본), 나유리 기자] 이승엽(40,삼성)이 '선배'를 강조하는 것은 '아들뻘' 신인 최충연에게 "형이라고 불러보라"고 짓궂은 장난을 칠 때 뿐이다. "나는 그들과 같은 선수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게 설명이다.
이승엽은 프로에서 줄곧 정상에서만 있었던 선수다. 아마추어때부터 '초특급 유망주'로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의 고졸우선지명 선수로 입단했다. 당시 1억원이 넘는(1억3200만원) 계약금으로 기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탄탄대로였다. 20년이 넘는 프로 생활에서 나열하기에도 숨찬 기록들을 남겼다. 일평생 한번 받기도 힘들다는 리그 MVP 5회 수상에 골든글러브만 10번 수상했고, 총 5차례 KBO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지바 롯데-요미우리의 호성적을 견인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큰 경기에 강한 활약을 보여줬다. '약속의 8회'는 이승엽의 홈런과 함께 찾아왔다.
하지만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섣부른 기술 충고를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그들과 동등한 프로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조언은 결코 아끼지 않는다. 늘 정상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이승엽도 빛을 발산하기까지의 어두운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인상을 휩쓴 구자욱 뿐만 아니라 여전히 삼성에는 가능성 있는 타자 유망주들이 많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냐"고 묻자 이승엽은 손사레를 쳤다. "조언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선수다. 나는 그냥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승엽은 "내가 오래 뛰었고, 일본에서도 뛰어봤고 다양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야구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정도를 이야기해주는 정도다. 같은 선수 입장에서 기술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별히 싹이 보이는 후배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웃으며 선을 그었다. "모두가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부가 설명이 붙었다. 이야기 중 이승엽은 "특히 1,2군을 왔다갔다 하는 정도의 선수들이 1군에서 더 많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후배들에게 '야구를 잘하면 좋은 점이 많다.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좋은 대우도 받고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게 내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마음 고생'과 '어려운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일본에서 뛰었던 당시의 경험이 겹쳐져 있다. "한국에서야 정상이었을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최고가 아니었다"는 이승엽은 "2~3년 정도는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안다. 또 작년에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서 후배들을 보니까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무조건 야구는 잘하고 봐야한다. 후배들에게 '2군 야구는 재미 없다. 어떻게 해서든 1군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의식이 뇌리에 박혀있게 하고 싶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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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프로는 발전할 의무가 있다” 이승엽의 왕좌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