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아영 기자] 가수 테이가 칠전팔기 정신으로 '복면가왕'에 재도전했지만 이번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라는 철옹성에 막혀 가왕 등극에 실패했다.
14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가왕 결정전에 올라 놀라운 무대를 펼쳤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 매 라운드 다른 목소리를 뽐내며 판정단을 혼돈에 빠뜨렸다.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맞붙었던 1라운드에서는 연륜이 느껴지는 거친 목소리로 열창했다면 조관우와 솔로곡 대결을 벌인 2라운드에서는 이승환 모창을 하며 '천일동안'을 불러 판정단을 완벽히 따돌렸다. 나이대부터 직업까지 모두 숨긴 것.
사실 여기에는 테이만의 사연이 있었다. 테이는 지난해 죠스가 나타났다로 출연했는데 독특한 음색 때문에 정체가 금방 탄로났다.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재출연한 테이는 칼을 갈고 나온 모습이었다. 어려운 노래들을 모창으로 척척 해내는가 하면 각설이 역할에 빙의해 웃음까지 책임졌다. 테이라고 쉽게 추측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테이에게 가왕의 자리는 멀기만 했다. 테이의 실력이면 가왕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대진표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노래왕 통키 이정은 테이를 꺾더니 5연승 가도를 달리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까지 이기며 가왕이 됐고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기운은 너무나 강렬했다.
가왕은 실력만 받쳐준다고 해서 허락되는 자리가 아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가왕은 실력에 더해 그날의 대진표와 방청객의 성향 등이 모두 맞아 떨어졌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 테이의 기는 충분했지만 운이 조금 부족했다. 테이 본인이 가장 아쉽겠지만 '복면가왕'에서 그를 오래 보고싶었던 시청자도 실력자와 실력자가 맞붙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할 것이다.
그래도 '복면가왕'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누가 가왕이 되도 이상하지 않을 때, 가왕과 가왕 후보가 치열한 접전일 때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비록 가왕 쟁탈에는 실패했지만 테이는 자신의 신분을 완벽하게 숨긴 훌륭한 복면가수였다. 테이 정도의 재치와 실력이라면 내년에 다시 와도 판정단과 방청객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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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