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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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키운' 박원 "우즈도 가치관 다르면 함께 못한다"

기사입력 2016.01.10 07:17 / 기사수정 2016.01.10 22:42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라도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함께 하지 못한다. 코치는 기술뿐만 아니라 선수의 인성을 다듬어줘야 할 '선생'이기도 하다."

전인지를 키워낸 박원 골프 아카데미 원장이 가슴 속에 새긴 철학이다. 

2015년 한국, 미국, 일본 메이저대회 제패 등 세계 골프계를 휩쓴 전인지. 예의 바른 자세, 차분한 말투와 인성 등, 전인지는 박원 원장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장 근접한 선수일지도 모른다.

전인지의 매니지먼트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 박원 원장이다. 국내 일정을 마친 전인지를 전지훈련 베이스캠프가 있는 미국으로 보내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전인지 외에도 돌봐야 할 제자들이 수두룩하다. 바쁜 그를 겨우 의자에 앉혔다. 인터뷰는 7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남서울CC 제2 연습장에서 진행됐다.

▲전인지의 스타성, 인성에서 발견

약 5년 전. 전인지의 아버지가 불쑥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박원 원장도 마다치 않았다. 올바른 성품을 가진 전인지에서 '스타성'을 발견했다. 기술만큼 인성도 중요시했다. 결국 전인지의 매니지먼트까지 도맡게 됐다.

-전인지 프로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5년 전 한 아마추어 대회를 방문했다. 그때 (전)인지 아버지가 날 찾아오셨다. '딸을 맡기고 싶다'고 하더라.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외모, 인성 등 모든 면에서 스타성을 발견했다."

-당시 전인지가 많이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사실 인지가 국가대표에서 성적은 뛰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체격 조건도 그렇고 조금만 다듬어주면 폭발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지에게서 미래 가치를 봤다."


-인터뷰에서 전인지 프로가 박원 원장을 자주 언급한다.
"선수와 코치가 돈독한 관계를 쌓으려면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는게 중요하다. 내가 신뢰를 주는 게 우선이었고, 인지도 내 말에 메모까지하며 집중했다. 선생으로서의 역할을 하려 했다."

-매니지먼트도 담당하고 있던데.
"옛날부터 내가 가르치는 선수 중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스폰서 계약 등을 할 때도 매니지먼트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유명하지 않은 선수는 계약이 어렵고, 그래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선수들을 돌봐줬다."

-올바른 성품으로도 주목을 받는 전인지다.
"우리나라 매니지먼트사는 선수들에게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받는다. 또 그 외 일상적 업무를 해주는 것이 전부다. 그 점이 아쉽다. 매니지먼트는 선수의 인성까지 책임져야 한다. 코치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선수들에게 인성 교육도 병행한다."

-무엇을 강조하나.
"예절이다. 우리 선수들은 캐디와 클럽을 주고 받을 때도 절대 한 손으로 건네지 않는다. 반말도 안된다. 주변에서 칭찬을 듣기 시작하면 선수들도 좋아한다. 결국 주변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좋은 에너지가 퍼진다. 선수 부모들이 '너무 간섭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면 타이거 우즈라도 관심이 떨어진다. 선수들에게 예를 가르치고 골프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려 한다."

▲'비 골프인' 박원 "인맥, 프레임, 부러운 건 사실"

박원 원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고려대학교에서 무역을 공부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환경관리정책을 공부했다.

골프는 취미였다.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다. 책을 사 이론을 직접 공부했다. 박사 논문을 일찍 제출하고 필드에서 잔디 냄새 맡기를 좋아했다. 친구 말고 골프 코치와 더 친하게 지냈고, 결국 골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골프 코치의 학력치고는 특이하다.
"아놀드 파머 시절부터 골프를 좋아했다. 유학하는 동안에도 골프를 챙겨봤다. 대학교 (교수) 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 하필이면 IMF가 터졌고 일자리가 없었다. 미국에서 조교를 할 당시 우리 대학에 학교 간의 교류 등을 통해 방송인들이 많이 왔었는데, 당시 인연으로 나를 알던 분들이 골프 해설 자리에 추천해줬다. 2003년부터 해설과 함께 본격적으로 코치를 시작했다."

-자존심 센 선수들이 잘 따르지 않을 때도 있었을텐데.
"나를 찾아온 선수들은 내가 필요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절실했기 때문에 내 지도를 따랐고, 딱히 트러블은 없었다."

-어려움도 많았겠다.
"나는 경영학 쪽을 전공했고, 박사도 환경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쪽 분야 전문가들 중, 비전공자들도 많다. (전공이 다르다고)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전공자인 나보다도 더 전문가들이다. 골프계에서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섭섭하진 않다. 때로는 다른 이들의 인맥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몫이다.

-'대스타'를 키워냈다. 다음 목표는.
"한국에선 이미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다. 외국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다. 현재 내게 레슨을 받는 대만 국적의 베이브 류(Babe Liu)가 JLPGA 데뷔를 앞두고 있다. 기대가 크다."

etwoods@xportsnews.com / 사진 ⓒ 조희찬 기자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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