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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구애' KIA, 헥터 노에시 영입 뒷 이야기

기사입력 2016.01.04 13:07 / 기사수정 2016.01.04 15:14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4년간의 구애. 이 정도면 짝사랑이다. 하지만 끈질기게 두드렸더니 화답이 왔다. 헥터 노에시(29,KIA)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IA 타이거즈가 새로 영입한 도미니카 출신의 외국인 투수 노에시는 올해 연봉 170만 달러(약 20억원)로 거액 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2년차인 190만 달러(약 22억원) 에스밀 로저스(한화)보다는 적은 액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과 성공 가능성은 로저스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생인 노에시는 2011년에 빅리그 데뷔했고, 메이저리그 통산 107경기(53선발) 동안 395⅓이닝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가장 유명세를 떨쳤던 것은 2014시즌이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선발로 27경기를 뛰며 8승 11패를 기록해 주전급으로 자리잡았다.

2014년의 성공으로 가능성을 높였던 노에시는 지난 시즌 초반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6월 중순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노에시 야구 커리어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KIA에게는 기회였다. KIA는 4년째 호시탐탐 노에시와 접촉할 수 있기만을 기다렸고, 꾸준히 신분 조회를 했다. 그때마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대형 유망주'인 노에시를 '이적 불가 선수'로 못박았다. 하지만 2014년 성공과 2015년 기복 덕분에(?) 이번에는 계약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오랜 구애 끝에 얻은 결실이다.



◆ 프로포즈 대작전

KIA 스카우트팀 권윤민 대리는 "노에시는 우리 뿐만 아니라 KBO 모든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만큼 노에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4년전부터 꾸준히 신분 조회를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KIA는 2014시즌 활약으로 연봉이 올랐다가 2015시즌 부진했던 노에시와 드디어 접촉을 할 수 있게 됐다. 

가능성이 생기자 의외로 계약은 수월했다. 마이너리거 특히 남미쪽 선수들에게 KBO는 더이상 기피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잘만 하면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리그 수준도 높다는 소문이 나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친 선수들은 한국행을 무척이나 희망한다. 또 KBO에서 성공하면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일본으로 가는 길도 열린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또 노에시도 KIA의 끊임없는 구애를 알고 있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계약이 순탄치 않아지자 이왕이면 그간 자신을 가장 원했던 팀을 선택해 계약을 맺은 것이다.


◆ "제 남편은 술도, 춤도 못해요."

직접 노에시를 만난 KIA 스카우트팀은 깜짝 놀랐다. 수줍음이 있으면서도 점잖고, 매너있는 성격이 보통의 도미니카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의 활발한 남미 선수들은 KBO 구단과 계약을 하면 가장 먼저 "언제 쉬나", "음식은 맛있나", "쉬는 날은 보통 어떻게 보내나" 같은 질문을 하지만 노에시는 "시즌 일정이 어떻게 되나", "공인구 크기는 어떤가. 미국보다 작은가, 큰가", "선수단이 이동할때 정장을 착용하나", "원정 경기 최대 거리가 얼마나 되나", "선발 등판 다음날 회복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 등판 간격은?" 등을 물어 놀래켰다는 후문이다.

조용하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노에시는 계약 이후 KIA 관계자들과 만날 때 아내도 동석했다. 노에시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아내는 KIA 관계자들에게 "우리 남편은 술도 못하고, 춤도 잘 못춘다. 노는 것을 별로 안좋아한다"고 말했다. KIA 관계자들이 웃으며 "이미 계약을 했으니 솔직히 말해도 좋다"고 하자 아내는 역시 웃으며 "정말이다. 좋은 선수이자 남편이다"라고 답해 더욱 안심케 했다.

노에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남미 출신 선수들은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며 자기 멋대로 한다"는 편견이다. 이 때문에 더욱 행동을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는 귀띔도 받았다.

◆ 메이저리거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자존심

도미니카나 미국 현지에서 노에시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모두 다 한마음이었다. "구위도 너무 좋고 정말 잘 던져서 무조건 성공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으면 자꾸 '말린다'"는 아쉬움이 컸다. 

때문에 KIA 구단은 오히려 노에시가 KBO에서 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동안 KBO에서 성공을 거뒀던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잠재력이 큰 경우였다. 

묵묵히 자신의 할일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메이저리거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있는 '사나이'다. 노에시는 계약을 마친 후 KIA 관계자들에게 "내가 첫 등판한 경기는 무조건 승리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강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한마디다.

선발 등판시 평균 147~152km/h 수준의 구속을 마크하는 노에시는 부드러운 투구폼을 가졌다. 권윤민 스카우트는 "여유있게 던지는 것 같은데 공이 무척 빠르고, 몇년째 지켜봤지만 구위는 정말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3년전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지만 최근에는 부상 없이 몸 상태도 좋다.

◆ 깨알같은 로페즈 소식

KIA의 10번째 우승을 함께했던 '우승 공신' 아킬리노 로페즈는 여전히 구단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KIA 구단 직원들이 선수들을 둘러보거나 계약을 위해 도미니카에 건너가면 로페즈가 몇시간이고 운전해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만나러 간다. 로페즈는 이번에도 노에시를 만나기 위해 도미니카에 방문한 KIA 직원들을 보기 위해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곳까지 운전해 반가운 재회를 했다. 최근 마이너리그 구단과 코치 계약을 맺게 된 로페즈는 KIA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오는 오래된 인연이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AFPBBNews=News1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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