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선수들은 왜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까. 불법 스포츠베팅 혹은 거액의 불법 원정도박까지, 유독 스포츠 선수들이 여기에 빠져드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스포츠 심리학 박사인 조수경 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조 박사는 ‘운동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나 사회, 학교와 격리되다시피한 채 ‘운동 기계’로 길러지는 한국 엘리트 선수들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조 박사는 “한국의 운동 선수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학습 기회를 잃은 상태로 자란 경우가 많다. 프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늘 하던 훈련, 시합이 루틴처럼 반복된다. 선수들은 체력훈련부터 기술까지 대부분의 것을 주위에서 시키는 대로 관리를 받아왔다. 학원스포츠에서 프로 구단에 입단한 후에도 이 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이어서 “선수는 일반적인 성장 발달 단계과 비교했을 때 ‘체계적인 독립성’을 키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선수들이 프로 선수가 되면 달라지는 건 경제력 뿐이고 다른 성장과정은 비슷하다.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자기개발에 대한 에너지 매니지먼트’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의 학생들은 초, 중, 고, 대학교를 거치면서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게 된다. 그러나 엘리트 운동선수의 경우 그 과정이 단순하다. 지도자 말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면서 팀워크를 길러가는 단순한 루틴이 이어진다. 10~30대까지 꼭 거쳐야 하는 성장 발달 과정이 있는데, 한국의 엘리트 운동 선수는 이 과정을 온전하게 거치지 못해 성숙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종종 발견된다.
조 박사는 이를 두고 ‘방어기제가 현저히 약해진다’고 표현했다. 조 박사는 “특히 선수들은 그런 상태에서 원정 훈련 때 주변 카지노 등 위험한 환경에 자주 노출된다. 도덕적인 개념이 잘못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한국의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고,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조 박사는 미국과 한국의 운동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미국 프로스포츠 명문팀에 입단한 선수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선수들이 초-중-고등학교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관찰할 수 있었는데, 미국 선수들은 공부를 안 하면 퇴학시킨다. 물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우리 나라처럼 ‘엘리트 선수들은 봐 준다’는 문화 자체가 없다. 한국은 유명 운동선수의 경우 학적에 이름만 올려두고 수업을 거의 안 들어도 학교 홍보가 되니까 윈윈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교육이 선수 인성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굳이 연구하지 않더라. 왜냐하면 너무 당연해서였다”고 회상했다.
한국은 얇은 선수층과 빈약한 인프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바꾼다면 그만큼의 성적을 거두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조 박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장기적으로 운동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 지금의 10배, 20배의 스포츠 스타들이 나올 수 있다”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학승 능력이 뛰어나다. 스포츠 선수들이 인간으로서 발달해야 하는 성장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행정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현재의 육성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도박 혐의 스타가 또 나온다”고 강조했다.
etwoods@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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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015 스포츠, 불법도박의 늪에 빠지다
②불법베팅 : 대학 선수 A의 고백 “역배당 소리에 혹한다”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