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지난 10월에 발행된 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에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라는 글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한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선수들 가운데 5.5%가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274명 중에 15명이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나는 승부조작이 법률적 범죄라고 생각한다’와 ‘나는 승부조작이 스포츠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는 항목에 8%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미 4대 스포츠 전종목에서 승부조작 혐의가 밝혀졌던 감독과 선수들이 영구제명된 상황인데도 그렇다.
현재 대학 스포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엘리트 선수 A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학교와 종목,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A는 "선수들이 삼삼오오 몰려있을 때 불법도박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많은 수의 대학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사설 불법도박을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특별한 수입 없이 용돈을 받아 생활을 하는 학생들인 만큼 큰 액수가 아니라 죄의식 없이 일종의 '용돈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A 선수의 설명이다.
A선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법베팅을 해서) 돈을 잃는다. 그러나 간혹 한 두명이 일명 '역배당'에 성공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리가 들려오면 안하던 선수들도 '혹시 나도?'라는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사이트를 설명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불법 사설도박 사이트끼리 경쟁이 붙은 상황이다. 사이트에 가입할 시 일종의 가입 축하금 형식으로 5만원을 지급하던 것이 이제는 10만원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 많은 선수들은 각종 사이트에 가입하면서 사설 불법도박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들은 학생들의 무분별한 불법 사설도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걸리면 처벌을 피하지 못하는데다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학교에서는 사설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 휴대폰 검사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
불법 도박의 경우 지난 2011년 이후 처벌이 강화됐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고, 사이트 개설 프로그래머, 홍보자는 물론 이용자까지 처벌을 당하게 된다. 이용자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A 선수는 "대학 때 불법 사설 도박을 하고 프로에 진출에 한 선배들도 있다. 아마 프로선수가 돼서도 이용할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포츠토토 공정지원팀의 조린 과장은 "최근에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유소년 선수들도 스스럼없이 불법 사설도박을 하고 자랑스레 돈을 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 유혹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어린 선수부터 도박의 유혹을 극복하지 않으면 '제 2의 도박 파문'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루 빨리 불법 도박의 문제점을 깨닫고 다각도로 근절 방안이 이뤄져야 할 이유다.
bellstop@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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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015 스포츠, 불법도박의 늪에 빠지다
③원정도박 : 왜 선수들은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까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