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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완·김상훈, '오랜 친구' 장성호에게 보내는 편지 [XP 레터]

기사입력 2015.12.09 12:09 / 기사수정 2015.12.09 12:0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두사람 모두 "내가 은퇴할 때랑 느낌이 다르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오래된 친구 장성호(38)가 유니폼을 벗는다는 소식에 자기 일보다 더 마음 아파했다.

kt wiz는 7일 구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장성호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충암고 출신 고교 신인으로 1996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장성호는 20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KIA를 떠나 한화로, 한화에서 롯데로 그리고 다시 kt까지. 마지막 5년이 파란만장 했어도 장성호는 팬들에게 '영원한 3할 타자'로 남을 것이다. 

해태에서 인연을 맺어 동고동락한 홍세완, 김상훈 현 KIA 코치들이 오랜 친구 장성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 홍세완 코치가 친구 장성호에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에 대한 첫인상을 많이 오해하고 있었어. 고등학교때 너는 운동을 열심히 안하고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지(웃음). 네가 야구를 잘하는게 아니라 운이 좋은 애라고 생각했어. 놀기만 좋아하는. 그래서 질투도 했어. 내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쟤가 나보다 더 잘하지? 하고.

그런데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서 너를 처음 만났고, 우린 3년 동안이나 룸메이트를 했잖아. 그때 알게 됐지. 네가 왜 야구를 잘하는지. 그냥 운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 노력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은 선수라는 것을. 

놀다가 늦게 들어오더라도 단 한번도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았고, 해야하는 운동도 거르는 법이 없었지.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일어나서 방망이를 들고 나가 한참 후에 땀에 흠뻑 젖어 돌아온 너에게 "이 시간에 뭐하고 오는거야?"하고 물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면 까먹을 것 같아서 지금 하고 온거야"라는 답이 돌아왔지. 매번 나를 놀래켰지만,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야구를 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너는 나의 친구이자 인연이자 또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해. 장난과 농담 속에 깊은 진심이 숨어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 

며칠전에 그냥 네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더니 "다들 왜 갑자기 전화를 하냐"고 핀잔을 줬지? 그리고 "나 은퇴하기로 했다"는 한마디로 날 또 한번 놀래켰어. 너는 "우리가 역시 뭔가 통하는 것 같다. 어떻게 알고 타이밍을 맞춰서 전화를 걸었냐"고 장난을 쳤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아쉽고 슬펐어. 

어렸을때부터 나는 선배들의 모든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타자는 장성호 밖에 없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진심이야. 지금도 꾸준히 경기만 나갈 수 있다면 잘할 수 있는데 우리가 함께 나이를 먹으니까 쉽지 않더라. 그게 안타까웠어. 돌이켜보면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그래도 나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은퇴를 결심했었는데, 너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은퇴를 한다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해야하나…. 내가 은퇴하는 것보다 더 섭섭하고 아쉽고, 또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 밖에 해줄게 없어서 더 마음이 안좋네.

솔직히 내가 쑥스러워서 너한테는 직접 이야기 못하는건데, 나는 어디에서나 늘 "장성호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어릴때부터 함께해줘서 고맙고, 네 덕분에 야구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더 고마워. 

어떻게 보면 지금 박수받을 수 있을 때 떠나는 것 같아서 그것만큼은 다행이야. 멋지게 떠날 수 있는거니까. 워낙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라 뭘해도 잘하겠지. 

조만간 광주 내려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우리 친구들 모두 다 오랜만에 뭉치자. 고생했어 친구야.


◆ 김상훈 코치가 친구 장성호에게

세완이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더라. 네가 은퇴를 하기로 했다고. 평소에 은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친구들한테 전혀 하지도 않더니, 정말 놀랐어. 너는 위대한 기록도 가지고 있고 레전드에 가까운 선수인데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해태에 왔을때 너는 그해 타격왕이었지. 난 너를 배우고 싶었어. 갓 프로에 입단해 정신 없는 신인이었던 나에 비해 너는 대단해보였다. 따라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 결국 너처럼 되지 못했지만, 네가 노력하고 부지런히 야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낀게 참 많았어. 진심이야. 

그래서 너의 은퇴가 더욱 아쉽다. 나도 올해 은퇴식을 했지만, 내 친구들만큼은 선수 생활을 더 오래 했으면 하는 마음이야. 네가 올 시즌을 참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내가 생각날 때 마다 너한테 전화해서 '관리 잘해서 더 오래 해야한다'고 말했던 것도 그런 이유야. 야구선수 장성호를 더 오래 보고 싶었거든. 

이렇게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를 떠날때마다 마음이 왜 이렇게 쓸쓸할까. 물론 나보다 더 빨리 선수를 그만 둔 세완이가 가장 그렇겠지만, 이제 우리 동기들이 얼마 안남았네. 시간이 참 빠르다.

은퇴 소식을 전해듣고 바로 너한테 전화를 걸었을때. 이미 굳게 마음을 먹었을테니 "더 해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더라. 친구야.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거야. 준비 잘해서 같이 힘차게 걸어가자. 나는 남은 길이 지금까지보다 더 위대한 길이 될거라 믿어.

오랜 친구 성호야. 우리가 같은 팀에서 함께 유니폼을 벗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언젠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겠지? 네가 나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줄거라 믿는다. 나도 영원히 너의 힘이 되어줄께. 

NYR@xportsnews.com/사진=(왼쪽부터)홍세완-김상훈 ⓒ KIA 타이거즈 제공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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