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11.29 11:00 / 기사수정 2015.11.29 13:14
e스포츠가 처음 등장했을 때 부터 e스포츠의 목표는 e스포츠의 스포츠화였다. 단순히 청소년들의 승부욕 과시를 넘어 진정한 스포츠화를 꿈꿨고, 이를 위한 노력은 e스포츠를 스포츠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많은 과도기를 거쳤지만 계속 성장 중인 e스포츠, 지금까지 e스포츠가 성장하며 많은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의 e스포츠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런 부분은 함부로 다루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즈음은 같이 생각해볼 이야기고, 이번 기회를 통해 몇 가지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 이적시장, The Exodus
한국 프로게이머의 대규모 해외 진출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다른 종목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다. 현재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도 2014년부터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엑소더스'라고 부른 것. 엑소더스는 성경에서 유래한 단어로,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하는 내용인 출애굽기를 의미한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관용구도 만들어 낸 이 이야기는 이집트의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희망과 구원을 찾아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이야기다. 이 장면은 2014년 이후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에게 겹쳐보이는데, 이들 역시 다양한 이유로 해외로 건너가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프로게이머는 더 많은 연봉,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다.
2013년과 2014년 롤드컵 이후 높아진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마치 모세처럼 해외 진출을 막고 있던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몇몇 선수의 경우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해외로 나서 사기를 당하거나 계약상의 문제로 다시 한국에 복귀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선수들은 연봉과 환경, 그리고 경험을 위해 해외로 나선다. 한국보다 더 좋은 환경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일부의 경우 자신이 해외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해외행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갑을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부분의 계약은 갑을 관계로 시작하지만 게이머의 입지가 점점 높아지면 동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정도의 위치가 되면 해외에서도 그 선수를 주목하고 러브콜을 보낸다.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스카우터들은 기존의 계약보다 달콤한 조건을 제시하며 영입에 나섰다. 계약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한국 팀과, 선수가 원하는 모든 해외 팀의 영입 조건은 누구라도 해외 팀을 선택하게 된다. 더구나 프로게이머의 선수 생명은 길지 않다.
이러한 일은 한국 시장에 반가울 수 없다. 특히 중국 팀은 한국의 유망주까지 모조리 영입하는 바람에 정작 한국 팀이 영입할 선수까지 사라진 것.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롤드컵 우승 팀이 나왔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팀의 선전이 계속될수록 해외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수급되는 선수보다 해외로 나가는 선수가 많다면 한국의 리그 자체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해외 팀은 왜 고가의 연봉과 매력적인 계약 조건을 들고 한국 선수들을 영입해 가려 하는 걸까. 해외 팀 역시 투지대비 효과를 중요시한다. 자선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은 돈을 쓰면 그정도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한국 선수들의 영입은 그들의 성적 이외에도 한국 선수들을 통해 얻어내는 수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매년 오프시즌마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한국 시장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과연 한국 팀이 선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일차적으로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운영하는 만큼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해외처럼 서브 스폰서나 스트리밍 등 부가적인 수입 창출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그리고 계약 관계상의 위치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다.
해외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가시적인 홍보 효과를 넘어서 다양한 부가 수입들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예산을 무리하게 늘려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스트리밍과 같은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투자하여 몸집을 불릴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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