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열정이 다는 아냐, 그렇지만 열정마저 없다면…" (인터뷰)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정재영이 시한폭탄 상사 역할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정재영은 지난 달 25일 개봉한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수습 도라희(박보영 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정재영)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코미디. 영화는 직장인들을 비롯해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상영 중이다.

정재영은 극 중에서 일명 '영혼 탈곡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스포츠 신문사 연예부 부장 하재관으로 등장한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은 "리얼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기자들의 생활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세상은 똑같으니까, 기자가 아닌데도 이 내용과 상황들이 공감이 갔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극 속에서 정재영은 전화기를 내동댕이치며 거친 말을 내뱉는 강렬한 모습으로 첫 등장한다. 위에서의 압박에 팀원들에게는 특종을 요구하며 거친 모습을 보여야 하고, 한편으로는 존폐의 기로에 놓인 연예부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하는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재영은 "첫 등장은 사실 찍은 것 중에 가장 수위를 낮춘 장면이다. 시작부터 너무 세면 보는 이들이 '이 영화는 웃는 영화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매 장면 세심하게 공을 들였던 사연을 전했다.



그의 디테일함은 하재관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 녹아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러기아빠인 하재관은 직장을 집처럼 드나들며 생활한다. 사무실에서 손톱, 발톱을 깎는 모습 하나까지도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다.

정재영은 "실제로 사우나를 좋아해서 세면도구를 항상 가방에 챙겨 다닌다. 영화에서는 편집됐지만, 큰 베이비로션을 쓰는 장면도 있었다. 그것도 진짜로 제가 쓰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메이크업도 받지 않았다. "하재관 역할을 핑계로 분장팀을 설득했다"고 웃은 정재영은 "분장팀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얼굴이 벌겋게 나왔는데, 그게 오히려 분장한 것 같고 하재관처럼 보여서 저는 좋더라"고 만족을 드러냈다.

화를 내고, 욕을 하는 연기를 하는 데 특별한 롤모델은 없었다. '실제 내가 가장 그랬을 때의 순간을 떠올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덕분에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었다. 정재영은 "제 목소리가 원래 평상시에 좀 큰 편이다. 술이 들어가면 더 커지고.(웃음) 그래서 거의 매일 하재관이라는 인물을 빌려서 '오늘 또 한 번 질러볼까'라는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정재영은 실제의 자신은 하재관과는 정반대라며 다시 한 번 웃음 지었다.



정재영에게 이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촬영 현장은 박보영, 오달수, 배성우 등 함께 출연한 이들과의 시너지가 유난히 빛났던 유쾌한 현장이었다.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내는 애드리브도 이런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작품에 따라 캐릭터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니 애드리브를 남발하면 안 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을 하면서 좀 더 풍성하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있어서 감독님도 컷을 빨리 부르지 않으셨다. 우리(배우)끼리도 한마디라도 더 해보고 그러다보니 좀 더 시너지가 나오고, 생활감 있는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을 이었다.

정재영은 "사랑스러운 박보영의 고군분투기가 지금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당연히 공감이 갈 것이다"라고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그런 것을 지나왔던 분들이나 지금의 하재관 같은 분들 등 다양한 인물들을 보면서 '나는 어디에 끼어있나' 생각해보며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열정 아닌가.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뭐가 있겠나"라고 웃었다.

그가 이렇게 말한 진짜 속뜻은 따로 있었다. 정재영은 "열정을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 '열정'이라는 말 자체는 정말 좋지 않나. 사랑만으로는 못 살지만 사랑이 없으면 더 못사는 것처럼, 열정만으로는 못 살지만 열정이 없으면 더 못 산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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