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4선발 로테이션이 위태위태하다. 우규민(LG)의 부상이 대표팀에 드리운 악재다.
뜻밖의 사고가 터진 건 지난 5일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와의 평가전에서였다. 2차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1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4번 타자 구리엘의 타구가 그대로 우규민을 향했고, 결국 손등을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불펜으로 전화를 거는 것도 잊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을 받은 장원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우규민은 바로 근처 병원으로 이동했다. 진단 결과는 단순 타박상.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투수가 손을 다친만큼 경기력에는 문제가 생긴다. 바로 아이싱을 한 뒤 휴식을 취하면서 처음보다는 붓기가 많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여전히 손에 정상적으로 힘을 주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 상황에 누구보다도 답답한 건 김인식 감독이다. '4선발진' 구상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한 탓이다. 5일 경기 전 김인식 감독은 대략적인 투수진 구상을 밝히며 '4선발 체제'를 언급한 바 있다. "단기전이니만큼 꼭 5명을 써야할 건 없는것 같다. 선발진은 4명으로 운영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슈퍼시리즈는 그 시험대였다.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1,2차전 무대에서 양일간 한국 대표팀은 총 세 명의 선발투수를 내세웠다. 1차전은 김광현(SK) 50구와 이대은(지바롯데) 6~70구의 '1+1' 선발을 예고했고, 2차전은 우규민(LG) 3이닝을 던져준 뒤 불펜을 실험해보는 게 목표였다. 직전까지 한국시리즈를 치렀던 장원준(두산)의 경우, 실전감각이 이미 올라있다는 판단 하에 상태를 체크해보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규민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이미 이번 대표팀을 두고 투수진이 약점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상황, 전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사실 애초에 투수진을 소집하는 것 자체가 산 넘어 산이었다. 좌·우완 에이스를 맡아줄 것이라 기대했던 양현종과 윤석민이 부상을 이유로 고사하면서 불발됐다. 게다가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삼성의 도박 스캔들이 터지면서 선발의 한 기둥을 맡아주리라 기대했던 윤성환까지 중도하차했다. 이제 이미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상, 최악의 경우 교체를 한다고 해도 절대 만만치 않은 일이 됐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지는 강하다. 6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우규민은 "부러지지 않은 이상 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좋아지고 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손등에 부기가 조금 남아있지만, 손에 힘은 줄 수 있는 상태다. 통증만 없다면 괜찮다"라며 대회 출장을 자신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입장. 김인식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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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