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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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 이야기] 8인 8색 응원단

기사입력 2007.02.15 02:46 / 기사수정 2007.02.15 02:46

박종규 기자
- 오후 5시 :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하여 유니폼을 입는다.
- 오후 5시 30분 : 선수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 오후 6시 : 스트레칭과 캐치볼로 몸을 푼다.
- 오후 6시 26분 : 그라운드로 뛰어나간다. 외야수와 공을 주고받는다.
- 오후 6시 28분 : 모자를 벗고 국민의례를 한다.
- 오후 6시 30분 : 경기 시작.



필자의 일정이다. 그럼 필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 프로야구 팀의 고참선수? 아니다. 흔히 ‘볼보이’로 알려진 경기 보조요원이다. 필자는 지난 2003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매력적인 직업. 직업이라기 보다는 시간제 근무의 일종이기 때문에 더욱 이상적인 그 자리. 지금까지 짧지않은 시간동안 야구의 현장에 머물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야구관계자나 언론인이 아닌 일반 야구팬으로서 여러분께 다가가고자 한다. 팬의 시각에 맞춘 야구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잠실구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 그 중 첫번째로 8개구단 관중들의 활약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관중을 몰고 다니는 KIA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팀답게 관중동원력도 최고를 자랑한다. 잠실구장을 제 2의 홈으로 삼고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홈팀보다 더 많은 관중이 들어차 잠실구장 반쪽을 노란 물결로 물들인다. 1회초 공격 시작부터 집중력 높은 상위타선이 무섭게 몰아치면 덩달아 달아오르는 응원석.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소리에 홈팀 응원석은 넋을 잃는다. 한편 구장 경호팀에선 가장 경계해야 할 관중들로 그들을 꼽는다. 이유인 즉, 한잔 얼큰하게 걸치고 들어오시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그분들이 애용하시는 3루쪽 외야출입구에선 높은 언성이 오가는 상황이 다반사. 어느날 LG 트윈스 관중석 한켠에 KIA 관중들이 자리잡아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간 일화도 있다. 이처럼 유난히 열정적인 KIA팬들. 이들이 있기에 전국의 야구장에 열기가 가득하리라 믿는다.

응원문화를 선도하는 두산 베어스

흰색의 깨끗한 이미지답게 열광적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응원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현재 8개구단에서 통용되고 있는 응원방식은 대부분 두산에서 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뱃사공 노래'. 선수 개개인의 테마송을 만들어 직접 부르기도 한다. 무의식 중에 듣는다 해도 '아∼ 두산 응원단이구나' 하는 느낌이 올 정도다. 또한 그들은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경기후반까지 '믿는 응원'을 한다. 막판 뒷심이 무서운 두산의 10번타자는 바로 팬들인 것이다. 한편 전신 OB를 잊지 못하는 이들은 OB 유니폼을 입고 옛 응원가로 올드팬들의 향수를 달랜다. 곰같이 여유있고 뚝심있는 두산팬들. 더욱더 성숙한 응원문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눈물겹고 걸쭉한 롯데 자이언츠

부산 갈매기와 신문지응원으로 대표되는 롯데 응원석. 지방색이 물씬 풍겨난다. 일단 그들은 언어부터 다르다. 표준말로 '뛰어!' 라는 구호를 '뛰라!' 로 번역하고, '날려버려!' 라는 구호를 '때리라!' 로 번역한다. 물론 경상도의 강한 억양은 필수조건이다. 간혹 파울볼이 어른들 손에 들어가면 '아주라!' 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 옆에 있는 아이에게 파울볼을 선물하게끔 유도한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등장하면 열광하고 경기가 잘 풀리면 신나지만,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눈물을 머금고 울화통을 터뜨린다. 비록 팀 성적에 따라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그들이지만 한국야구의 흥행을 위해선 롯데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한국야구 전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말이다.

조직적인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예로부터 많이 이기는 팀이었다. 그만큼 시기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기는 팀에 매료된 팬들이 많다. 성적이 언제나 좋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관중 수는 유지한다. 기업 이미지처럼 그들은 하나되어 커다란 함성을 만들어낸다. 2002년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축구의 응원방식을 일부 차용, 안타까운 면이 있었으나 그들의 함성은 축구장에서의 그것과 비등했다. 앞으로도 스타군단으로 군림하며 정상을 달리리라 예상되므로 삼성은 프로야구 흥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관중석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SK 와이번스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하지 않고 재창단, 연고지를 옮겨 신생팀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SK. 응원방식도 독창적으로 개발해왔다. 다른 구단에서는 쓰지 않는 그들만의 시그널 뮤직. SK는 선수가 좋아하는 음악을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해 선수들의 사기를 드높인다. 많은 구단들이 나눠쓰는 음악을 탈피해 참신함을 강조했다. 팀 역사가 짧아 팬층이 두껍지 않지만 서서히 정상을 위협하고 있어 점차 그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팬으로 먹고사는 LG 트윈스

한국의 명문구단을 자처해온 LG. 스타 만들기에는 일가견이 있어 대부분 팬들이 몇몇 슈퍼스타를 보기위해 야구장을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꾸준히 야구장 출석표에 도장을 찍는 골수팬들이 많다. 그 VIP들은 주로 지정석에 앉아 훈수두기를 좋아한다. 혹 어떤 선수가 실수라도 하면 그 선수 귀에 들릴 정도로 쓴소리가 정확히 전달된다. 비록 성적이 좋지 않아도 스타를 보러 몰려오는 팬들 덕분에 언제나 LG 관중석엔 찬바람이 없다.

꾸준하고 조용한 한화 이글스

빙그레 이글스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80년대 말 ∼ 90년대 초의 황금기,  노장들의 변함없는 활약으로 기억되는 팀. 지방색답게 그들은 조용하게 성원한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향수만으로 꾸준히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해답이 없는 현대 유니콘스

공교롭게도 마지막에 자리잡았다. 성적도 좋고 스타도 있는데 관중은 없다. 서울로 진출하기 위해 인천팬들을 버린 죄값을 치르는 것인가. 수원시민들이 야구를 싫어하는가. 텅빈 관중석을 커다란 현수막으로 메우고 대문짝만한 깃발을 휘날리는 이들이 처량하다. 목터져라 응원하는 관중 개개인의 소리가 구별되어 들릴 정도. 어떻게 해야 관중 동원이 될지 해답이 안나온다.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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