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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려다가 에이스로, 라멜라의 재밌는 반전

기사입력 2015.09.28 06:10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얼마나 기다려왔던 홈팬들의 환호였을까.

토트넘 훗스퍼라는 집을 떠나려던 에릭 라멜라(23)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올 시즌 에이스의 면모를 갖추고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다.

이번 2015-2016시즌 토트넘은 공격 2선을 전체적으로 손 봤다. 이는 그대로 라멜라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재미있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올 시즌 지금까지의 실질적인 토트넘의 에이스는 라멜라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라멜라의 반전, 2년 전 그 모습으로

지난 26일(한국시간) 라멜라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홈경기에서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토트넘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내내 맨시티의 왼쪽 수비를 들쑤시던 그는 후반 34분에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서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최근 부활의 날개짓에 힘이 실렸던 그였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맨시티전은 그의 진정한 인생경기가 되면서 홈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경기 후에도 그를 극찬하는 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토트넘이 팬들을 대상으로 자체 MOM 선정 조사에서 라멜라는 78.30%의 지지율로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과 최근 2년 새 그가 보여줬던 행보를 기억해보면 놀라운 반전이다. 라멜라는 지난 2013년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문제들이 그를 괴롭혔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영어가 서툴렀던 그는 쉽게 런던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급기야 향수병이 도졌다는 소문들이 생겨났고 그라운드에서도 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매우 애매한 상황이었다. 라멜라를 탓하기도 토트넘의 잘못을 꼬집기도 어려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잘못된 만남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활약하면서 53경기 19골 11도움을 기록하며 프란체스코 토티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불릴 만큼 인정받았던 그의 기량 역시 퇴보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 달라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토트넘을 떠나 인터밀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유력해보였던 라멜라는 추진했던 이적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결국 토트넘에 잔류했다. 그냥 주저 앉아 고된 런던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보란듯이 재기하는 듯한 맹활약을 선보이면서 그를 떠났던 스포트라이트도 다시 받고 있다.





은근히 영향이 미친 손흥민과의 만남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연착륙한 손흥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적지 않게 은근히 영향을 줬다. 손흥민의 이적과 함께 토트넘은 젊고 빠르고 강한 공격진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라멜라도 포함됐다. 당초에는 손흥민과의 경쟁자로도 예상이 됐던 그지만 이제는 함께 공격진의 주요자리들을 분담하면서 서로를 돕는 관계가 됐다.

손흥민이 오면서 활발해진 토트넘의 공격은 라멜라가 경기를 편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선수들은 자신의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팀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도 표정이 바뀐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팀이 흐름을 보여준다면 그 선수의 축구도 재미있어질 수 있다.

라멜라도 그와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로마 시절에 공격적인 축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줬던 그는 한동안 공격이 더디다가 손흥민 등이 영입되면서 살아난 토트넘의 공격력에 자신도 동반돼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으로 보인다.

상대 수비를 흐트리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손흥민과 라멜라가 동시에 뜨면서 상대에게는 누구를 막을 지가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맨시티전이 대표적이었다. 이날 토트넘은 공격 2선에 왼쪽부터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라멜라를 차례로 세웠다. 전반적으로 왼쪽에 무게중심을 실었는데 이것이 라멜라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됐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왼쪽에서 스위칭으로 공격을 풀었다. 때로는 손흥민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에릭센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맨시티 수비진으로서는 이 토트넘의 왼쪽과 중앙을 오가는 두 선수를 잘 마크해야 했다. 에릭센은 패스줄기의 시작점이었고 손흥민은 이적후 최근 득점포를 가동해 와 이들에게는 위협이 됐다. 맨시티의 입장에서는 토트넘의 왼쪽 공격을 막는데 치우치느라 오른쪽 공격을 이끈 라멜라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전반전에 라멜라에게 무인지경의 좋은 득점 찬스가 난 것도 이때문이었다.

오른쪽에서 대각선으로 침투하는 라멜라의 움직임은 맨시티를 자주 긴장시켰다. 득점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주 대각선 침투로 최전방에서 골을 노렸던 라멜라는 후반 34분에 골망을 갈랐다.

라멜라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반가운 현상이다. 자신이 원했던 젊고 빠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힘도 되고 있다. 리그에서 전환점을 확실하게 마련한 토트넘은 오는 2일 AS모나코와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2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라멜라의 현재 흐름이 언제까디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라멜라, 라멜라의 맨시티전 히트맵, 득점 상황 ⓒ AFPBBNews=news1, 후스코어닷컴,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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