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묘한 상황이 펼쳐졌고,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청주 구장 제 3의 모니터를 둘러싼 논란을 각자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일 청주 한화-KIA전. 한화의 두번째 홈 구장인 청주에서 열린 이번 2연전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두 팀 모두 페이스가 처진 상황에서 5위 자리를 놓고 순위 싸움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한화와 KIA는 이틀 내내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하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그런데 2일 경기에서 갑작스런 상황이 펼쳐졌다. KIA가 4-2로 앞서있는 4회말, 실점 위기 상황. 한화는 2사 주자 1,2루 찬스를 맞이했고 KIA는 선발 양현종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그런데 KIA 김기태 감독이 무엇인가를 어필했다.
방송사 중계 화면으로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김기태 감독은 심판진을 더그아웃으로 불러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이야기 했다. 잠시 후 중계 화면상으로 보다 구체적인 상황이 포착됐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조이스틱을 직접 쥔 김 감독은 더그아웃 벽면에 설치된 3개의 모니터 중 한개 화면을 작동시켰다. 당혹스러운 표정과 함께.
잠시 후 전달된 내용은, 세개의 모니터 중 한개 화면이 조이스틱을 통해 각도와 줌인-줌 아웃을 조절할 수 있으며 그것이 오해를 살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화면을 끄고 하기로 양 팀이 합의를 마쳤다는 것이었다. 경기는 곧바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정상적으로 재개됐고, 혈투 끝에 KIA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팬심'은 그것과 달랐다.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과거에 있었던 사례들까지 끌어오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 당혹스런 한화
문제의 장면이 나온 후 청주 구장을 제 2의 홈 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화 구단은 발 빠르게 상황을 전달했다. 청주 구장은 사실 1군 경기를 하기에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 관중 시설, 선수 사용 시설은 물론이고 관계자들 모두 낙후와 노후로 불편한 점이 많은 구장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청주 구장은 1루 더그아웃에서는 우익선상 파울라인, 3루 더그아웃에서는 좌익선상 파울라인이 잘 안보인다. 사각지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각지대를 잘 보기 위해서 모니터를 설치했는데 그 점을 어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매의 눈' KIA, 상식을 생각했던 롯데
KIA가 문제의 조이스틱을 발견한 것은 2연전 중 두번째 경기. 더그아웃에 있던 구단 관계자가 경기 도중 조이스틱을 만져봤다. 모니터에서 카메라가 좌, 우로 움직이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또다른 버튼을 눌렀더니 줌-인, 줌-아웃 기능이 발견됐다. 최대한 줌-인이 들어가자 홈플레이트 가까이까지 당겨졌다. 그래서 지체하지 않고 심판진에게 해당 사실을 어필했다. 사실 KIA는 한화가 모니터를 활용한다는 어떤 증거나 확신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다른 구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능을 발견하고 공론화 시킨 셈이 됐다.
이슈가 된 이후 불똥은 엄한 곳으로도 튀었다. 올 시즌 청주 경기는 롯데와 KIA를 상대로만 배치됐다. 그렇다면, 앞서 청주에서 3연전을 치른 롯데는 왜 그 모니터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몰랐냐는 비난 의견이 나왔다. 엄밀히 말해서 롯데가 해당 모니터와 조이스틱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알고 있었다. 롯데 관계자들도 청주 3연전 당시 조이스틱을 발견했고, 모니터 각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관계자는 "몰랐던게 아니다. 다만, 상식적인 생각 안에서 그 모니터를 활용해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거란 가정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는 청주 3연전에서 2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 KBO의 입장
김기태 감독이 어필을 한 당시 시점에서는 KBO 관계자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KIA 측이 어필을 하자, 심판진을 통해 한화 측에도 해당 사항이 전달됐다.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모니터를 끄고 경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한화 벤치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밤 사이 일이 커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달군 '핫이슈'가 되면서 KBO도 재고에 들어갔다. 결국 해당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게끔 경고 아닌 경고를 내렸다. KBO는 한화 이글스 운영팀장에게 유선상으로 "모니터로 인해 경기를 치르는데 오해의 소지,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의심을 살만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불펜 모니터 2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니터 사용 금지를 요청한다"고 통보했다. 서면으로 공식 요청되지는 않았지만, 어찌됐든 한화 쪽에도 KBO의 의견이 전달됐다.
# 김성근 감독의 대노
KBO의 입장이 전달된 후 한화 김성근 감독은 대노했다. 3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그렇다면(실제로 악용했다면) 우리 쪽에만 모니터를 붙였지, 원정팀 더그아웃에도 붙여놨겠느냐. 이건 상식적인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도 희한하다. 나도 함부로 말 안하고 있는데 KBO는 이 사태에 대해 함부로 말해도 되나. 신중하게 조사한 뒤 해도 늦지 않다. KBO가 경솔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 청주시의 생각
그래서 청주 구장을 담당하는 청주시 담당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도대체 어쩌다 고성능(?)의 카메라를 설치하게 됐으며 왜 오해를 받게 됐는지 설명을 들었다.
청주 구장에 '그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14년 3월. 한화 측에서 "불편하다"고 말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청주에는 지난 2013년 익사이팅존이 설치됐다. 익사이팅존이 생기면서 양쪽 더그아웃에 '사각지대'가 생겼다. 앞서 언급한대로 3루 더그아웃에서는 좌익선상이, 1루 더그아웃에서는 우익선상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한화가 "파울라인이 보여야 경기 중 지시를 하는데 전혀 안보여서 불편하다"고 어필하자 청주시는 양쪽 더그아웃 지붕 위쪽에서 카메라를 설치했다.
더그아웃 뒤쪽 상단에 한개씩 설치된 해당 카메라는 생각보다 고가가 아니다. 청주시 관계자는 "정말 평범한 100~200만원대 방범용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또 "더그아웃 상단에 설치가 되어 있다 보니 각도상 상대 더그아웃은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증폭시킨 조이스틱의 존재에 대해서는 "카메라 앵글을 멀리에 맞춰놓으면 파울라인을 자세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세히 당겨서 볼 수 있도록 함께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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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