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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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 공판에 '네비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기사입력 2015.08.21 10:55 / 기사수정 2015.08.21 10:58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박태환의 도핑 사건에 따른 법정공방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요 증거자료들은 확실하지 않은 내용들로 밝혀졌고 일부 증언들은 서로의 사실관계가 어긋나있다.
 
여전히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한 공통분모는 있다. 바로 '네비도 주사'를 몰랐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은 네비도인데 정작 과정에 개입되어 있는 당사자 혹은 관계자들은 이 약물에 대해 잘 몰랐다. 도핑테스트에 걸릴 수 있는 약물로 운동선수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당연히 모두가 무지했다.

호의와 무지가 빚어낸 '잘못된 만남'

4차 공판에는 병원을 소개해준 안씨와 직접 주사를 놓은 간호사 차씨가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태환에 T병원을 처음 소개해준 안씨의 증언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모두 무지와 호의로부터 비롯된 결과였다. 2012년에 처음 박태환을 알게 된 안씨는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상태가 허했고 제대로 된 후원도 없던 박태환을 걱정해 T병원을 소개해주고 비타민 치료를 권유했다. 도핑에 예민한 선수들에게는 비타민도 비타민 나름이었지만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T병원과 박태환 사이에도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서로 소개를 받고 하는 과정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병원장의 딸에게 코치를 박태환이 소개해줬고 레슨을 받은 뒤 메달을 따내는 등 효과가 있었다. 그 뒤 좋아진 분위기를 파악한 안씨가 박태환의 비타민 치료 등 전반적인 몸 관리를 T병원에 부탁했고 병원장도 이를 수락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박태환도 원했던 일이었고 병원장 역시 "선수의 몸관리를 직접 맡아본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도 팬이고 고마운 일도 있어서 한번 맡아보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험이 없다면 박태환을 맡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잘못된 만남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병원은 선수의 몸상태를 관리해줄 주치의의 구실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4차 공판을 통해 나온 정보에 따르면 주요 분야는 '안티 에이징'이었다. 약물 주사나 재활 치료법 등을 통해 환자들의 노화를 방지해주는 곳이었다. 전문의는 재활의학과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운동선수 관리에는 경험이 없었다. 프로 골퍼들이 다닌다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증인으로 나온 간호사 차씨의 이야기로는 50대에서 60대쯤 되어보이는 남성 갱년기 환자여서 알고 있는 정보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지게 했다.  

약물리스트가 제공되고 확인되는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조금의 변동이 있었다. 처음에는 박태환측이 도핑에 걸리는 약물리스트를 병원에 전달하고 이를 확인 후에 치료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약물의 종류가 워낙에 많고 병원장도 약물의 내용을 잘 몰라 병원이 치료하는 약물 리스트를 보내면 이를 박태환측이 확인해주는 것으로 바꿨다. 약물리스트의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있고 박태환측이 확인하고도 잘 몰라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직접 약물을 구별하지 못한 병원장의 무지도 문제가 있다.

4차 공판에서도 나온 "나는 네비도 몰랐다"

지난 공판들과 다르지 않게 4차에 나온 이들도 네비도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간호사 차씨는 네비도를 알고는 있었지만 의사들의 오더를 받고 그냥 치료만 하는 간호사들의 일반적인 사정상 자신이 운동선수에게 네비도를 놓고 있는데도 의심 한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장과 박태환측 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있어서 오더가 떨어진 것이었고 자신은 그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들어보니 박태환을 좋은 뜻에서 돕고 싶어서 병원을 소개해주고 치료를 권유했다는 안씨의 정보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T병원에서 초반에 흡수가 빠르고 비타민의 효과가 좋은 정맥주사를 받고 있던 박태환에게 처음으로 엉덩이주사를 권한 병원장의 이야기를 안씨가 직접 박태환측에 문자로 전달했다. 여기에서 오간 문자가 눈길을 끈다.


검사측이 공개한 안씨가 박태환의 측근에게 보낸 문자는 "박태환에게 이야기해보고 (훈련으로 바빠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엉덩이주사만 맞아도 된다고 병원에서 하시니까 그것도 좋을 것 같다. 듣기로는 절대로 도핑에는 안 걸린다고 한다"고 전하고 있었다. 여기에 박태환의 측근이 보낸 답장은 "규정상 (치료내용은) 선수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 일단 박태환 선수에게는 전달했으니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며 거절의 뉘앙스를 보였다.

보통 엉덩이주사라고 하면 남성호르몬 주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상식인데 안씨는 이를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박태환에 엉덩이주사를 권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안씨는 "나는 엉덩이주사를 맞으면 경기력 향상과 피로도를 없애주는 걸로 알고 있었다. 네비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엉덩이주사나 비타민주사는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박태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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