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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이 생겼다" '에이스' 윤석민의 진심 [심층 인터뷰]

기사입력 2015.08.18 07:00 / 기사수정 2015.08.17 16:35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꽤 오랫동안 윤석민(29,KIA)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다.

20대 초반, 그는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2007년 7승 18패. 그 해 리그 최다패 투수. 그렇지만 가장 많은 패전을 떠안은 윤석민을 두고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자라고 있다"는 격려를 받았다. 

그 후에도 많은 일이 바람처럼 흔들고 지나갔다. 평균자책점 1위(2.33) 다승 2위(14승)로 시즌을 마감했던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가 극적으로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9년에는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소속팀의 정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고, 2010년 WBC 활약상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장면이다. 

2011년. 20년만의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오르며 어려운 후보들을 제치고 시즌 MVP까지 차지한 그는 '어린이'에서 '에이스'가 됐다. KIA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투수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다양한 공을 뿌리는 오른손 투수로 성장했다.

올해 3월.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국내로 유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래서 두가지 반응이 엇갈렸다. 여전히 젊고,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국가대표 투수가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며 돌아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고단한 여정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에이스'에 대한 환영.

윤석민은 다시 KIA의 투수가 됐다. 물론 여전히 여러개의 숫자가 윤석민을 따라 다닌다. 연봉과 계약 기간, 세이브와 블론 세이브 갯수, 평균자책점, 팀의 순위…. 그러나 그는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잘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난 잘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9회말 실점 위기에서 합의 판정으로 결과가 번복되며 경기가 끝났을 때 정말 기뻐보였다. 시즌 초반에는 다시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녹아든 느낌?

"사실 그 주(6연승)는 좀 특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3이닝 세이브도 해봤고, 다음날 또 나와서 극적인 합의 판정으로 승리를 했으니까. 기억에 남는게 뭐냐면 내가 잘해서 이겼으니까 첫번째로 기분이 좋았고, 경기가 합의 판정으로 끝난게 너무 재미있었다. 예전에 합의 판정 제도가 없었을 때였다면 그대로 연장전에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달라진 제도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두배로 좋더라(웃음)."



-1년 가량 팀을 떠나있었다. 2년전 KIA와 지금 KIA의 선수단 분위기에 차이가 있나.

"무작정 분위기가 좋았다, 나빴다고 비교하기에는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팀 선수들이 다들 야구를 즐기고 있고, 코칭스태프가 무거운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신다.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끔 하다보니 선수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게 보인다. 정말 매 경기 즐겁게, 화이팅 넘치게 플레이를 하고 있다."

-돌아와서 마무리 중책을 맡았고, 잘 해내고 있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고, 예전에 비해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최근 2년 동안 안좋은 시즌을 보냈다.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2년과 다르게 구위도 좀 찾았고, 구속도 많이 올랐다. 여기서 말하는 '만족한다'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 희망이 다시 생겼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사실 마무리가 처음은 아니다. 입단 초기에도 불펜, 마무리로 활약했었다. 그때와 지금의 공통점, 차이점을 찾는다면.

"그때 나는 어렸다. 마냥 경기에 나가는게 재미있었고, 열심히 했다. 지금은 벌써 프로 11년차다(웃음). 노하우나 경험도 많이 쌓였고, 생각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타자를 상대할 때도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신감 하나로 포수만 믿고 당당하게 던졌다.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어리니까 (안타를)맞는게 당연한거고 스트라이크만 자신있게 던지자고 생각했다. 그땐 그랬다. 지금은 사실 부담감이 많다. 이제는 어린 선수가 아니니까 무조건 잘해야하고, 무조건 지켜야 한다. 음… 잘 모르겠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와 지금의 나는 그런 부분이 다르다."

-팀내에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아 중고참급이다. 투수조 조장도 맡고 있고.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편인가?

"나도 좋은 분위기를 만드려고 하지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하려고는 안한다."

-왜?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내가 잔소리 들을만한 짓을 했을 때 스스로 깨닫는다. '잘못했구나' 하는 것을.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일지라도 어린이도 아니고, 굳이 내가 한번 더 '너 잘못했어'라고 이야기 해서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 스스로 깨닳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무슨 권한으로 싫은 소리를 하겠나(웃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매우 두텁다.

"잘 모르겠는데(웃음). 매일매일 불러서 '잘하고 있어'라고 하시진 않을 것 아닌가. 물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표정이나 눈빛으로 느낄 수 있다."

-윤석민이 마운드로 걸어 올라갈 때는 늘 관중석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나온다. 

"사실 경기 중에는 굉장히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잘 못듣는 편이다. 둔하기도 하고.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반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시즌 초반 어깨 상태를 두고 우려하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프로에서만 10년 동안 공을 던졌는데 어깨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상한 곳 없이 100% 건강한 선수들이 이상한 것 아닐까(웃음). 누구나 아픈 곳은 있기 마련인데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잘 관리하며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지금은 컨디션이랑 어깨 상태가 괜찮다. 작년, 재작년에 비해서 훨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보낸 1년을 돌아본다면.

"처음 국내 복귀가 확정되고, 돌아와서 말씀 드렸었던 그대로다. 아쉬운 점도, 남는 점도 분명히 있었다. 이제 그런 것들은 내 안 깊숙히 담고 앞으로에 집중하고 있다. KIA가 좋은 성적을 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트리플A에서 인연을 맺었던 스틴슨, 에반은 모두 "'윤'이 있었기에 한국으로 올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던데. 얼마나 잘해줬길래(웃음).

"내가 잘해준게 아니라 스틴슨, 에반이 날 챙겨줬다(웃음). 사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굳이 만들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말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똑같았다. 그냥 조용히 내 할 일만 했다(웃음). 스틴슨이나 미크(에반)는 그런 내게 '오늘 우리 모여서 저녁 먹을건데 너도 같이 먹자'는 식으로 편하게 대해줬다. 거절한 적도 많았고, 함께 어울린 적도 있었다. 그런게 참 고마웠다. 가끔 심심하고, 따분할때 날 챙겨줬으니까."

-그러면서도 정말 한 팀에서 뛰게 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 같다.

"에반이나 스틴슨도 그렇고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도 대부분 그 생활을 힘들어 한다. 워낙 이동 거리가 멀어 체력적으로 힘들고, 돈도 많이 못 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내게도 '한국은 어떠냐'고 묻기도 하고. 물어보면 잘 대답 해줬다. 그때는 우리가 '나중에 같이 한국에서 뛰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했었는데 그게 지금 현실이 됐다(웃음)."

-개인적인 목표, 성적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잠시 생각하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20대 중반까지는 있었다. 조금 더 어렸고, 이루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를 하기도 하고, 내가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아니다. 자연스럽게 내 개인보다는 팀 성적을 생각하게 됐다. 팀 성적이 좋아서 분위기가 오르면, 나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야구하는게 즐거워진다. 올해 목표는 무조건 가을 야구 그리고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다시 한번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고 싶다. 바라는 것은 그것 뿐이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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