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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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가 K리거들을 깨운 힘은 '자율'이었다

기사입력 2015.08.10 07:12 / 기사수정 2015.08.10 07:23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때로는 무언의 가르침이 말 한마디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자율성을 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5 동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펼칠 장으로 여겼던 동아시안컵에서 7년만에 우승컵까지 다시 가져오면서 자신감과 함께 많은 소득을 얻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승 2무로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상과 처음으로 A매치를 뛰었던 신예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한몫했다. 긴장도 되고 부담감도 있었을텐데 무리 없이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 이들 뒤에는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남다른 시각과 지도가 있었다.

대표팀이 소집되고 슈틸리케 감독은 K리거들의 틀에 박힌 플레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국내 축구 문화에 대한 한탄이었다. 그동안 어릴 때부터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경기를 하는 것이 몸에 베여 프로무대에서도 같은 버릇을 보여왔던 것이 우리 선수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이에 대한 문제점을 자주 지적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오랜 습관을 버리는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했다. 수비수 이주용은 "감독님께서 K리그 선수들은 시키는데로만 뛰는 것 같다고 하셨다"면서 "자유로움속에서 뛰어야 발전한다고 말했다. 무엇인가 강요하기 보다는 믿어줬다"고 설명했다.

전술 훈련보다는 체력과 기본기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도 이때문이었다. 전술을 연습할 때는 감독의 지시사항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엇인가 틀에 박힌 것을 요구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르게 팀을 이끌었다. 기본적인 전술의 틀과 방식만을 설명해줄 뿐 그 이외에는 체력을 회복하고 패스의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훈련을 진행해왔다.

'어떻게 뛰어라, 어디로 움직여라'는 말보다 선수들에게 맡겼던 그의 방식은 '매직'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스스로 경기들을 풀어가고 운영하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동아시안컵에서 승승장구했다. 중국을 완파하고 일본을 압도하면서 분위기를 띄운 한국은 북한전에서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단지 골만 없었을 뿐 이들이 보여준 활약상은 세련미가 넘쳤다. 이재성과 이종호, 김승대 등 2선 공격진은 최전방 이정협 등과 호흡을 맞추면서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율의 효과에 대해 크게 만족해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방식이 올바른 방식으로 가져가고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지시하고, 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술적인 요구되는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선수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축구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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