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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무해갓' KT 김대엽과 나눈 유쾌한 스타2 이야기

기사입력 2015.07.16 04:00 / 기사수정 2015.07.16 04:03

박상진 기자

e스포츠에서 생긴 여러 가지 단어 중 인기 있는 단어는 바로 "콩라인"이다. 결승에는 여러 번 진출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머무른 선수를 지칭하는 말로, 그 대표적인 주자는 현재 '더 지니어스' 에서 활약 중인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홍진호. 홍진호의 뒤를 이어 여러 선수가 콩라인을 탔다. 준우승만 연달아 다섯 번 겪다가 최근 우승한 SK텔레콤 T1 어윤수가 그간 대표적인 콩라인이었다.

2015년 시작된 스타리그에서 콩라인보다 더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든 선수가 있다. 두 시즌 모두 엄청난 기세로 4강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시즌 우승자를 4강에서 만나 탈락한 선수다. 바로 KT 롤스터 김대엽.

스타리그 시즌1에서 조성주에게, 시즌2에서 김도우에게 아쉽게 탈락한 김대엽은 5연속 준우승 후 우승한 어윤수, 2연속 준우승 중인 조중혁과 2연속 4강에 머문 자신 중 누가 제일 안타까운지에 대한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내가 제일 답답하다. 준우승자들은 결승 무대라도 밟아 봤으니까."

아쉬움이 많이 담긴 대답이었다. 그러나 김대엽은 인터뷰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말대로 힘든 순간이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그의 긍정적인 생각 때문. '무해갓(무해한 신)'이라는 그의 별명대로였다.


그래도 2연속 4강 성적은 잘한다면 잘하는 성적 아닌가. 스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넥슨 아레나가 나한테 편하다. 프로리그와 스타리그를 모두 넥슨 아레나에서 하니까 적응이 된 거 같다. 내 집같이 편안하다."

두 번 연속 아쉽게 4강에서 탈락했는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조성주와 김도우에게 졌을 때 느낌이 같았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해야 하나? 두 경기 모두 내가 같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졌고, 그래서 더 화가 난 거 같다."

실수라면 어떤 실수인가.


"내가 준비한 대로만 플레이했다. 경기 전 연습하면서 각 맵마다 어떤 걸 할지 준비한다. 그러나 경기를 하다 보면 상황이 바뀌면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데, 그냥 연습한 대로만 경기했다. 그게 너무 아쉽다."

김도우와 경기에서 문제의 1초 때문에 경기력에 영향을 받은 거 같다.

"스타리그 시즌2 3세트 경기에서 1초 차이로 상대 예언자가 나왔다. 그 예언자에 일꾼을 많이 잡혀서 그냥 경기를 내줬다. 그래도 그때는 세트 스코어가 2대 1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4세트에서 갑자기 몰래 암흑 기사를 시도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냥 연습한 대로 하기로 했다. 거기서 암흑 기사로 플레이했으면 이겼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이번 스타리그 시즌3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예전에는 개인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리그 우승이다, 아니면 결승 진출이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빨리 떨어지더라. 이번에는 눈앞의 경기만 집중할 생각이다. 16강에 집중하고, 8강에 올라가면 8강에 집중하고."

개인 리그도 잘하지만, 프로리그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나도 참 신기하다. 이런 걸 보면 난 천상 회사원인 거 같다. 프로리그는 이미 몇 년 간 해와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요령이 생긴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믿을 만 해지니 감독님이 에이스 결정전에도 내보내시더라."

 이번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는지.

"올해 초 나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바로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에 진출하는 것이다. WCS 포인트 16위 안에 들면 되는 일이니까. 다행히 스타리그에서 포인트를 많이 확보했지만, GSL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아직 불안하다. 그래서 내게 스타리그 시즌3은 정말 중요하다."

16강 이상 올라가려면 조 편성이 제일 중요한데, 두 번의 지명식 모두 이슈가 되었다. 첫 시즌 조 추첨식에서는 도중에 화장실을 간 거로 많은 웃음을 주었는데.

"그때 정말 화장실이 급했다. 생방송인데 내 차례는 점점 다가오고 자꾸 다리가 후들거리더라. 그리고 긴장이 되어서인지 빨리 화장실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즌2 조 지명식에서는 괴로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당시 같은 팀인 이승현이 같은 조에 있던 주성욱을 내 조로 보내려고 하더라. 몇 번이나 '같은 팀이니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 했는데도 그냥 계속 보낸다고 하길래 나도 포기하고 조중혁이나 조성주에게 열심히 부탁했다. 다행히 시즌2에서는 각자 다른 조가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번이 세 번째 조 지명식인데, 계속 시드권이 있는 선수 중 마지막에 지명하게 되어 힘들다. 내게 지명 권한은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강한 선수가 우리 조에 들어오게 되니까. 이번 지명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 힘든 조가 될 거 같다."

같은 조에 만나고 싶은 선수와 피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딱히 만나고 싶은 선수는 없고, 우리 조에 저그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팀킬, 특히 주성욱과 만나기 싫다. 주성욱이 연습 때 정말 잘해서 피하고 싶다."

이제 데뷔 7년 차가 되었는데,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는?

"예전 일은 시간이 지나서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는 거다. 내게 위기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인 순간이다.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다섯 번 준우승 끝에 우승을 차지한 어윤수를 보고 든 생각은.

"드디어 어윤수가 우승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승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팀이지만 어윤수와는 친한 사이라 나도 기뻤다. 그리고 '나도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나더라."

올해 KT롤스터에 선수 이동이 잦은 편이었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둔 선수도 있고, 같이 생활을 하게 된 선수도 있다. 김성대가 올해 군 문제로 은퇴를 선언했다. 예전부터 많이 힘들어했고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이 바뀌며 더 힘들어했다. 계속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결국 입대 문제로 결심한 거 같다.

반면 강현우와 이승현, 서성민이 새로 팀에 입단했다. 강현우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시절 같이 생활했고,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이승현이 처음 우리 팀에 온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다. 게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게임하는 걸 보니 잘하더라. 서성민은 처음 합류했을 때 정말 조용했는데, 친해지고 보니 실제 말이 정말 많은 선수더라. (웃음)"


'무해갓'이라는 본인의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음에 든다. 부모님 종교가 불교신데, 종교적 분위기와 무해한 내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숙소에서는 돌변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부정하지는 않겠다. 장난기가 심한 편이다. (웃음) 전태양이 거의 유일한 장난 파트너고 정말 잘 받아준다. 연습생인 박근일도 진지하게 들어는 주는 거 같고... 룸메이트인 주성욱은 자기 기분이 좋으면 농담을 받아준다. 이승현은 쿨한 분위기가 있어서 장난쳐도 재미가 없을 거 같고, 이영호는 반응이 재미없어서 장난을 안 건다."

며칠 전 단체로 워터파크에 다녀왔는데 어땠나?

"재미있게 놀다 왔다. 파도 풀에서 놀던 중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누가 날 물속으로 밀어 넣더라. 한참 허우적대다 누가 그랬는지 뒤를돌아 보니 감독님이었다. 나도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 날도 줄무늬 바지를 입었더라. KT 롤스터 선수들이 자꾸 줄무늬 옷을 입는 걸 보고 팬들이 안타까워 한다.

"그날 줄무늬 반바지를 입은 건 우연일 뿐이다. 줄무늬 반바지는 하나뿐인데 그걸 왜 입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근데 그 바지가 편하긴 하다. (웃음)"

프로리그에서 다양한 승리 세레모니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세레모니를 추천한다. 총 쏘는 세레모니는 당시 빅뱅의 '뱅뱅뱅'이라는 노래가 나와서 감독님이 추천했던 거다. 류원 코치님이 거신 빌드를 추천하면서 이 빌드로 이기면 거신 세레모니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세레모니 자세까지 코치해주셨다."


KT 롤스터 코칭스테프 세 분은 어떤지.

"강도경 감독님은 같이 생활한 지 오래되어 이제 감독님이 아니라 형 같다. 류원 코치님은 날 너무 잘 챙겨주시고, 김윤환 코치님도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형 같다."

KT 롤스터 리그 오브 레전드 팀과 교류는 있나?

"딱히 교류는 없다. 숙소와 연습실을 따로 사용해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회사 차원 행사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같은 게임단 소속이니 계기가 있으면 친하게 지내도 좋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올해 처음으로 스타리그 4강에도 올라갔지만, 두 번 연속 4강 탈락이라 나만큼이나 지켜봐 주시는 팬들도 속상하셨을 거 같다. 이번 시즌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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