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타율 2할6푼8리, OPS 0.806. 데이빈슨 로메로(29)가 두산유니폼을 입은 지난 한 달간 거둔 성적이다. 4번 자리를 맡은 외국인 타자 치고는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두산 김태형(48) 감독은 로메로를 두고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감독이 재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시즌 두산의 외국인 농사는 흉작이다. 1선발 더스틴 니퍼트(34)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선발투수 유니에스키 마야도 앤서니 스와잭으로 교체됐다. 올시즌 8경기만 출전한 뒤 잇단 부상에 시달리던 잭 루츠(29)는 결국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이런 잭 루츠를 대신해 지난 5월말 영입한 선수가 로메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로메로의 상태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지난 6월 5일 첫 출전한 뒤 10경기 기록은 38타수 7안타 2홈런, 타율은 1할 후반대와 2할 초반대를 넘나들었다. 비록 10만 달러로 비교적 저렴하게 데려온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댄 블랙(29)이 kt의 타선을 이끌며 보여줬던 폭발력을 비교하면 두산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로메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7일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4번타자이니 삼진 걱정말고 방망이를 최대한 휘두르라고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게 말한다고 바로 맘처럼 되는 게 아니다. 선수 본인이 일단 맞아나가는 걸 느끼는 순간이 와야 가능하다"며 "주문하려고도 해봤지만, 그것에 신경쓰다가 다른 자신의 좋은 점들까지 잃어버릴까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하는 다른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바로 '컨택 능력'이다. 김 감독은 "처음엔 들어오는 변화구 하나를 그냥 보내도, 그 다음에 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은 맞춰내 파울을 만든다"며 "타석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 또 하나는 '장타력'이었다. 김 감독은 로메로를 두고 "기본적으로 장타력은 있다"고 평가하며 "홈런을 치면 더 좋겠지만, 희생플라이도 곧잘 쳐낸다"고 덧붙였다.
로메로가 보인 불안한 수비 장면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1루만 계속 보다가 갑자기 3루로 가서 수비를 하다보니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또 "그래도 경기 후반에 잡은 건 괜찮았다"며 로메로의 점점 나아지는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런 감독의 믿음 때문일까. 최근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점점 4번타자로서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로메로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5푼5리까지 기록했고, 최근 5경기에서는 8타점을 쓸어담으며 두산의 타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일 LG를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보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뒤 가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로메로는 "매 경기 믿고 기용해주시는 감독님께 감사한다. 계속 뛰다보니까 적응이 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김 감독의 믿음에 로메로가 보답하기 시작했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사진=로메로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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