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전주, 조용운 기자] "그래도 경기는 재미있었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2-0으로 앞서다 2-2가 된 아쉬움 속에서도 전남 드래곤즈의 노상래(45) 감독은 재미 있는 90분을 보낸 것에 그나마 만족하고 있었다.
슈퍼매치에 대한 아쉬움을 호남더비가 확실하게 털어냈다. 전북 현대와 전남의 전라도 라이벌전은 90분 동안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두 팀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8라운드에서 2-2 팽팽한 싸움을 펼쳤다.
18라운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실점에 대한 겁을 잔뜩 먹었던 90분을 보냈다면 호남더비는 정반대 양상이었다. 전북은 골을 넣겠다는 일념이 강했고 전남도 골을 허용하는 것보다 넣을 생각이 앞서 있었다.
시작부터 전술 싸움이 흥미로웠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과 에두 투톱을 기용하며 불안을 감수했다. 그는 "둘을 활용한 4-4-2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상대로 마찬가지다"라며 창에 힘을 줬다.
이를 본 노상래 감독은 4-4-2로 나서 숫자가 부족해진 전북의 허리를 집중 공략했다. "김동철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출전시켰는데 선발은 잘 대응한 것 같다"면서 이길 수 있는 방도를 찾은 것에 웃어보였다.
그라운드는 더욱 치열했다. 전북은 색깔대로 초반부터 공격에 힘을 줬고 전남은 중앙에서 힘싸움을 하면서도 해법을 측면에 위치한 오르샤를 앞세워 공격을 풀어갔다.
전남의 분전은 곧바로 골로 만들어내면서 경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전반 12분 오르샤의 첫 골과 21분 이종호의 추가골은 경기를 더욱 재밌게 만들었다.
전반 내내 부진하던 전북은 후반 들어 180도 달라졌다. 왼쪽 수비수로 나선 최철순을 제 포지션인 오른쪽으로 돌리고 에닝요를 투입하면서 공격과 문제점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최강희 감독은 골을 넣기 위한 방법을 과감히 빼들었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뒷공간이 상당했지만 경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이후 전북의 파상공세는 상당했다. 후반에만 9개의 슈팅을 퍼부으며 맹공을 펼쳤고 32분과 34분 2분 사이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원점까지 돌렸다. 순간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전남도 무조건 지키는 경기를 하지 않았다. 노상래 감독은 "전북이 공격으로 나오면서 수비 뒷공간을 공략했는데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밀리는 상황에서도 해법을 찾느라 고심했음을 전했다.
이기기 위한 방편을 찾고 골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 호남더비의 90분은 축구의 재미를 충분히 안겨줬다. 경기가 끝나고 삼삼오오 돌아가는 팬들의 입에서 "재미있었다"는 말이 호남더비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호남더비 ⓒ 전북 구단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