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대주자 한 명이 경기를 이기게 할 수도 있다."
넥센은 지난 21일, LG에게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박동원의 스퀴즈로 경기를 끝낸 것이다.
넥센은 4-4 동점이던 9회말, 서건창이 우전2루타로 출루했고 대주자 유재신이 투입됐다. 이후 윤석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박동원이 초구부터 번트 모션을 취했다. 스퀴즈. 눈 깜짝할 사이 유재신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경기는 결국 넥센의 승리로 끝이 났다. KBO리그 통산 32번째 끝내기 스퀴즈였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사인을 낸 벤치, 그리고 벤치의 그 사인을 완벽히 플레이로 옮겨낸 선수들이 합작한 승리였다. 그리고 또 하나, 대주자 유재신의 빠른 발은 경기를 더욱 수월하게 끝낼 수 있게 했다.
염경엽 감독에게 '대주자'라는 역할은 조금 특별했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그리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고, 대부분을 대주자로서 보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살아 남기 위해' 더 많이 보고, 많이 공부 했다.
염경엽 감독은 "대주자도 절대 쉬운 자리가 아니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서 그 부담을 이겨 내기 쉽지 않다. 또 상대의 약점을 전부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도 대주자이던 선수 시절부터 상대 투수들의 투구 버릇을 보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은 "대주자가 죽는다면 역적이 되고, 패배의 독박을 쓰게 되지만 반면 대주자 한 명이 경기를 이기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피곤하면서 티도 안나는 자리다. 하지만 대주자 카드가 한 시즌에 5~6승은 더 챙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자가 투입되는 시기는 경기 후반. 베이스 하나, 득점 하나가 귀중할 때다. 염경엽 감독은 "대주자는 가장 중요한 상황에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대주자라는 역할은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팀에 꼭 필요한 자리다. 대주자로 선수 생활을 10년은 더 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홈인하는 유재신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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