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아시아 야구팀 감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님이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위기의 남자' 필립 험버(33,KIA)가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KIA 타이거즈는 20일 광주 kt전 선발 투수로 험버를 예고했다. 지난 9일 광주 넥센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된 이후 약 10일만의 선발 등판이다. 당초 14일 삼성전 선발로 확정 됐었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일정이 밀렸다. 결국 험버는 긴 휴식을 취하고 kt를 상대로 연승 잇기에 도전한다.
사실 지금까지 험버가 보여준 모습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한차례 2군도 다녀왔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보다 평균 구속이 떨어졌고, 타자와의 승부도 수월치 못했다. 행운도 따르지 않았다. 스스로도 "생에 이렇게 힘든 고비는 처음"이라고 답답해 했다. 낯선 리그에서의 출발이 수월치 않은 셈이다. 본래 신사적인 성격의 험버지만, 부진이 거듭되자 예민해졌다. 2군에서 잠시 구위를 가다듬고 다시 1군에 복귀했을 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냥 해야할 훈련들을 하고 돌아왔을 뿐"이라며 거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이 험버의 '조급증'을 다시 풀어놓았다. 특히 오랜만에 승리를 거둔 넥센전 결과가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험버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떠어떠한 이유라고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어디까지나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돌아봤다.
"험버를 더 믿겠다"고 못박은 김기태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컸다. 험버는 "사실 동양 야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나 한국 프로팀 감독이라면 미국에 비해 더 강압적이고, 딱딱하게 외국인 선수를 대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나의 편견을 깬 사람이다. 항상 팀을 생각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친근한 리더다. 그가 늘 나에게 '믿는다'고 이야기 해주기 때문에 힘을 받는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만 33살. 투수로서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니다. 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한국행을 선택한 데는 아주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현재 광주에서 함께 머물고 있는 아내와 아들은 험버가 쉽게 도전을 멈출 수 없는 동기 부여 자극제다.
험버는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나이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그만큼 타 리그에 대한 외국인 선수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렇다. 나의 '진짜 인생'을 위해 한국에 왔다. KIA 팬들이 지금까지 나에게 실망했을거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을 위해 절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여전히 험버를 응원하고 있다. 이제 그 응원에 험버가 응답할 차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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