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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박정진, '노망주'의 꼬리표를 떼다

기사입력 2015.06.12 12:50 / 기사수정 2015.06.12 12:50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노망주'는 노인과 유망주를 합친 말이다. 유망주가 주로 성장가능성을 지닌 어린 나이의 선수에게 붙는 수식어인 반면, 노망주는 전성기를 지난 늦은 나이에 장래성을 보이는 선수에게 어울린다. 언뜻 보면 좋은 뜻인 것 같지만, 선수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베테랑의 나이임에도 그 실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정진(39)은 1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7회말 등판해 6타자를 상대하며 누구에게도 안타 하나를 내주지 않았다. 박석민이 얻어낸 볼넷 하나가 전부였다. 주무기인 높은 팔각도에서 내리꽂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땅볼과 스윙아웃, 병살타 코스까지 유도했고, 삼성의 중심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런 박정진에게 항상 따라붙는 별명이 바로 '노망주'였다. 1999년 1차 지명을 받아 한화에 입단했지만 언제나 가능성만 보였을 뿐 실력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2004년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군대에 다녀온 뒤에는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했다. 

34세가 돼서야 박정진은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0년 한대화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팀을 꾸리기 위해 새로운 자원을 물색했고, 좌완 불펜 투수가 모자랐던 당시 한화의 상황에서 박정진이 기회를 잡았다. 그해 ERA 3.06 10세이브 6홀드를 기록하며 부활했고, 이듬해 7세이브 16홀드를 기록하며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입단 이후 8년의 선수생활 동안 기록한 출장경기수 204경기를 2010년 이후 4년 만에 뛰어넘었다(213경기).

여전히 '노망주'는 박정진을 따라다녔다. 불안한 제구 때문이었다. 2014년까지만해도 박정진의 제구 난조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과 낮은 피안타율은 인정받았지만, 폭투가 많은데다 한번 제구가 흔들리면 연속 볼넷으로 무너졌다. 한화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인 건 분명하지만, 박빙의 승부처에서 지켜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투수였다. 

그랬던 박정진이 달라졌다. 제구가 정교해진 것이다. 2015시즌 37경기에 출전해 50이닝을 소화하며 16개의 볼넷을 줬다. 9이닝당 볼넷 허용수를 나타내는 BB/9는 2.88까지 내려갔다. 보통 BB/9가 3.00 이내이면 괜찮은 제구력을 가진 투수로 평가받는다. 박정진의 통산 BB/9는 5.12. 2010년 부활한 이후 5년간 평균 4.46을 기록했다. 전년도 BB/9 4.56에 비하면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박정진의 볼넷비율이 놀랍도록 줄어든 셈이다.

이제 마흔을 앞둔 박정진은 드디어 노망주의 꼬리표를 뗐다. 정교해진 제구를 앞세운 프로 17년차 베테랑 투수는 한화 필승 계투진의 중심에 섰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사진=박정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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