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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0.1%도 안왔다" 구자욱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사입력 2015.06.13 06:55 / 기사수정 2015.06.13 14:03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대구시민구장 덕아웃에서 마주앉은 구자욱(22, 삼성)에게 물었다. 요즘 인터뷰 요청이 많을텐데, 사람들이 무엇을 제일 많이 질문하는지. 구자욱은 쑥스럽게 웃으면서 "외모"라고 답했다.

구자욱은 올시즌 삼성에서 눈에 확 띄는 선수다. 일단 잘 생겨서 그렇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외모 이상으로 실력과 가능성이 뛰어나서다. 삼성은 올해 루키 구자욱이 '제 2의 이승엽'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그리고 정규시즌에 들어서도, 구자욱은 자신에게 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구자욱은 6월 13일 현재까지 57경기에 나와 51안타 25타점 35득점 2할9푼의 타율을 기록 중이고, 홈런은 벌써 7개다.

어렸을 때부터 삼성만 보고 자라왔다는 구자욱은 팀에 입단하고 매일 파란색 유니폼을 입으면서도 파란색 옷을 사게 될 정도로 파란색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자신이 꿈꿔왔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팀 부심' 가득한 삼성의 막내 구자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질문에 매번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더라. 원래 덤덤한 성격인가, 아니면 관심을 즐기는 스타일인지. 스타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텐데.


"진짜 부담감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냥 신경을 잘 안 쓰는 스타일이다. 스타성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5월 21일 두산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 팀 400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아, 구자욱은 스타가 될 선수인가 보다' 하고 느꼈다.

"칠 때는 4000홈런인 줄 몰랐다. 그걸 떠나서 잠실에서 치는 홈런은 홈런 맛이 다르더라. 치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했다.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날 홈런은 맞자마자 넘어가는 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돌면서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내가 봐도 멋있는 홈런이었다"

-신인으로서 팀 역사에 이름을 새겼는데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사실 나한테는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물론 팀과 KBO리그 역사에 내 이름에 남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팀에서 5000홈런, 6000홈런도 나올 것 아닌가. 4000홈런이라는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팀의 역사가 쌓인 것이다. 칠 때 모르고 쳤기 때문에 당시에는 아무 느낌 없었는데 축하는 많이 받아 좋았다"

-이승엽 선수의 통산 400번째 홈런이 나왔던 그 역사적인 경기(6월 3일 포항 롯데전)에서 나란히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날은 선발 출장을 안 했었다. 근데 이승엽 선배의 400홈런이 나오고 나서 '아 여기서 내가 홈런을 치면 어떨까' 하고 벤치에서 상상을 했다. 역사적인 경기에서 나도 홈런을 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근데 그 상상이 진짜 홈런으로 만들어졌다. 그 날도 엄청 잘 맞았다. 홈런은 항상 기분 좋지만, 좋은 생각이 현실로 이어졌다는 게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이승엽 선수를 롤모델로 꼽았다. 이승엽 선수도 알고 있나.

"아시지 않을까. 그 얘기에 대해 따로 말씀하신 적은 없다. 평소에는 가끔씩 농담도 거시고, 야구에 대한 것도 잘 가르쳐주신다"

-보고 있으면 '이런 점이 다르다', '배워야겠다' 직접 느껴지나.

"물론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기록이란 기록을 다 세우시고, 어쩌면 명예까지 다 가지시지 않았나. 그런 분인데 타석에 들어서서 못 쳤을 때는 신인 같이 아쉬워 하신다"

-그게 직접 보였나?

"
그렇다. 한 경기, 한 타석 정도야 못 쳐도 덤덤하실 거 같은데 '너무 아깝다' 하는 그런 욕심이라고 할까. 그런 게 나한테 크게 와 닿았다"

-삼성은 베테랑이 많은 팀이다. 팀의 막낸데 격의 없이 잘 지내는지.

"격의 없는 편인 것 같다.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시려고 하고, 나쁜 선배들이 없기 때문에(웃음)"

-팀에서는 누구랑 가장 친한가.

"(김)상수 형이랑 제일 친하다. 중학교도 같이 나왔고, 동네도 같은 동네 산다. 항상 퇴근도 같이 한다"

-다른 팀에도 친한 선수들이 있나.

"팀 마다 좀 있는 듯 하다. LG 유강남, NC 박민우, SK 박계현, 두산 이현호, KIA 홍건희 등. 선배 중에는 두산 정진호와 친하다. 상무 동기들과 친하고, 민우는 대표팀을 같이 했다. 계현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다"



-시즌이 개막 한 뒤에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다. 여러가지 기회를 많이 받는 것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자리를 못 잡는 것이기도 한데.

"맞다. 내 입장에서는 좋지는 않은 일이다. 제일 좋은 건 자기 자리에서 매일매일 나가는 것이다. 나의 가장 잘못된 점이다. 수비를 좀 더 확실하게, 더 연습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가장 편한 포지션은 어딘가.

"
외야수가 제일 편하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수비보다는 타격이 나은 것 같다. 타격도 아직 많이 부족한데, 그래도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건 타격이다. 부족한 부분은 역시 수비다. 체력적으로도 좀 부족한 것 같다"

-시즌 전 목표가 있었나.

"딱히 성적에 대한 목표는 없었다.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만 다짐했다. 그게 제일 큰 목표였다"

-올스타전 선수 투표가 시작됐다. 욕심 있는지.

"물론이다. 한 번 가보고 싶다. (살짝 보니 1루수 부문 1위인 것 같더라.)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모르는 거다(웃음)"

-시즌이 개막하고 2개월 정도가 지났다. 생각했던 것들 중 이룬 것도 있고 이룰 것도 있을텐데.

"이룬 건 첫 안타, 첫 홈런, 그리고 개막전 선발 출장. 이룰 건 아직 한참 남았다. 올해만 야구할 거 아니니까. 올해도 그렇고 10년 뒤에도 그 후에도, 이룰 건 많이 남았다"

-어디까지 왔을까.

"아직 0.00001%도 안왔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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