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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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낯설겠나" 김기태 감독의 '험버 동병상련'

기사입력 2015.06.03 07:33 / 기사수정 2015.06.03 00:4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화장실 칸에 들어가 30분 동안 멍하니 앉아있은 적도 있었어요. 말이 안통하는 낯선 나라에 있다는게 그런 외로움이 있죠."

필립 험버(33,KIA)가 두번째 기회를 얻었다. 험버는 2일 잠실 두산전에서 KIA의 두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서재응이 물러난 이후 8회에 올라 총 4명의 타자를 상대했고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후 물러났다. 지난달 16일 이후 약 2주만의 1군 등판이었다.

익히 알려진대로 험버는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이름값' 자체로만 치면 함께 KIA에 온 조쉬 스틴슨보다 위에 있었다. 

하지만 험버의 '한국 적응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험난했다. 9번 선발 등판하면서 무실점 경기가 단 한번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닝을 많이 먹어주는 유형의 '이닝이터'도 아니었다. 평균 5이닝 정도만 소화하면서 평균 3~4실점씩 꾸준히 하다보니 팀이 이기기에 다소 버거웠다. 특히 피홈런이 많았다(10개, 리그 피홈런 3위).

점점 실점이 늘어나자 2군으로 내려갔다. 코칭스태프는 험버의 부진이 실력의 문제가 아닌, 멘탈적 문제로 판단하고 여유를 주기로 했다. 김기태 감독은 험버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지냈던 과거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나도 4년간 일본에 있으면서 문득 문득 힘들었다. 가끔씩은 화장실 칸에 들어가 앉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30분 정도 멍하니 앉아있다 나오곤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 있는 외로움과 답답함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스틴슨에 비해 30대 중반의 험버에게 조금 더 마음이 쓰이는 듯도 했다. 

코치들에게 특별한 주문도 했다. "어릴때부터 쭉 엘리트 코스만 밟았던 터라 험버 인생에서 이렇게 야구가 안됐던 적이 없다고 하더라"는 김기태 감독은 "코치들에게도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써달라고 부탁했다. 아마 브렛 필이 스틴슨, 험버를 많이 도와주고 있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KIA는 섣부른 교체 대신 기다림을 택했다. 적어도 당분간 험버는 명예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사실 '퍼펙트 피처'에게 지금 상황은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잠시 휴식으로 심리적 안정을 다져온 험버. 진짜 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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