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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독일, 한국에게 배우다

기사입력 2006.06.22 12:02 / 기사수정 2006.06.22 12:02

편집부 기자





(베를린=손병하 기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우리의 응원 문화는 당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수백만명이 몰려 열광적인 거리응원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그처럼 많은 사람이 모였음에도 큰 사고 없이 깔끔한 마무리를 지었다는 사실에 전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경이롭고 놀라운 기억이 4년이 흐른 2006년, 독일에서 독일사람들과 다른 나라 팬들에 의해서 재현되고 있다. 



◆ 모두를 위한 거리 응원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거리응원에 힌트를 얻어 아주 멋진 공간을 창출해 냈다. 바로 '팬페스트'(fan fest)라고 불리는 거리 응원 구역이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는 결승전이 열리는 베를린을 비롯한 12개 개최 도시에 거리응원 구역을 만들었다.

이곳은 대형스크린을 이용해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하여, 경기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과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경기를 부담 없이 즐기려는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팬페스트'에는 경기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팬은 물론이고 독일사람을 포함한 다른 나라 축구팬들이 자리해 축구를 즐기는 것이다. 특별한 입장의 제한도 없어 월드컵과 축구를 즐기기엔 너무나도 좋은 장소다.



'팬페스트'를 찾은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은 자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축구경기 자체에 열광하며 스크린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후원사들의 월드컵 관련 이벤트도 줄을 이어 그야말로 축구팬들을 위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장이 아니면 이런 대규모의 군중이 모일 수 없었던 유럽에서 이런 공공장소를 착안해 낸 것은 당연히 2002년 한국이 보여주었던 열광적인 거리응원이 영감을 줬다. 베켄 바우어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은 "독일을 찾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색다른 월드컵으로 기억될 수 있는 '팬페스트'는 한국의 거리응원에서 착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이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거리응원이 독일월드컵에서 만개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우리의 거리응원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거리응원이 한국과 한국인들만을 위한 장소였다면, 독일월드컵에서는 그런 공간을 모든 축구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전 세계인들의 거리응원으로 진화시켰다.

◆ 독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20일(한국 시각) 벌어졌던 독일과 에콰도르의 A조 최종전. 3-0 독일 승리로 경기가 끝나고 독일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흥분한 독일 축구팬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기 전 너무나 고요했던 베를린은 승리를 확인한 독일 축구팬들의 환호로 들썩였다.

도로를 지나던 차량은 독일의 국기로 도배한 채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승리를 자축했고, 독일국기를 손에 든 축구팬들은 '도이칠란드~ 도이칠란드'를 외치며 거리를 휘저었다. 독일 경찰도 팬들의 움직임이 많은 구역의 차량을 통제하며 그들의 축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줬다. 한국에서 보았던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 베를린에서도 펼쳐진 것이다.



사실 독일에서는 국기를 들고 다니며 애국심을 표출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다. 세계대전의 도발국으로서의 아픈 기억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독일에는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독일이 결승에 진출했을 때에도 이런 모습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국기가 거리에 나부끼고 사람들이 '도이칠란드'를 외치는 풍경은 지금, 독일에서도 굉장히 어색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축구와 월드컵에 열광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역시, 한국인이 보여주었던 감동적인 거리응원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들은 4년을 손꼽아 이날을 기다렸고, 억눌렸던 그들의 조국과 과거에 대한 답답함을 축구로 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일 독일의 경기가 끝난 뒤 베를린의 모습은 흡사 4년 전 서울의 그것과 비슷했다. 함성을 지르고 국기를 흔들던 독일 축구팬의 모습은 한국인들의 열광적이고 감동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현지 분위기는 독일의 언론에서도 큰 주목거리이자 논쟁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독일언론들은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동시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폭발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지금까지 고개 숙여 지냈던 독일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친 과장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보여주었던 거리응원의 열정과 감동이 4년을 그대로 흘러 독일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4년 전 우리가 보여주었던 거리응원의 감동과 열기는 그대로 독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월드컵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거리응원'은 독일인에게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으로, 월드컵에서는 자유롭고 활기찬 축구 사랑의 원천으로 진화하고 있다.

2002년 우리가 보여주었던 그 응원 문화가 독일에서 다시 한번 만개하고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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