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3.21 02:13 / 기사수정 2006.03.21 02:13
▲ 최고의 구위를 갖춘 그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경험이다. (사진=기아타이거즈)
'더 나은 도약을 위한 성장통?'
환희와 안타까움이 교차되는 가운데 막을 내린 한국대표팀의 WBC 원정기.멕시코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대파하며 예상치 못한 전승행진을 벌인 대표팀의 행보는 그동안 야구에 별반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텔레비전 앞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2연승을 거두었던 일본에 마지막 3번째 대결에서 발목이 잡혀 결승 행은 좌절되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비난보다는 박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팀의 신데렐라로 일약 관심을 모았던 왼손투수 전병두(기아타이거즈·181cm, 72kg).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네임밸류 역시 가장 떨어지는 지라 발탁당시부터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었다.
시즌 막판 보여준 놀라운 구위를 높이산 선동렬 대표팀코치의 용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경쟁상대가 LG의 왼손에이스 이승호와 두산의 광속구투수 이혜천이었다는데에서 깜짝 발탁이라는 의미가 컸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세간의 말들을 불식시키려는 듯 전병두는 연습경기 등을 통해서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를 뿌려대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고, 처음의 기우들은 점차 기대감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대대로 좌투수 기근에 시달렸던 타이거즈 팬들의 환호성은 높아져만 갔다.
열혈 타이거즈 팬임을 자부한다는 김동찬(33·회사원)씨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컸지만 프랜차이즈나 다름없었던 다니엘을 잃었다는 슬픔에 마냥 예뻐 보이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정말로 열심히 하고 또 그만큼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미움보다는 호감의 감정이 크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다니엘이 받았던 사랑, 그 이상을 차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속적인 상승기류만 있을 것 같았던 전병두에게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WBC 본선경기.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경험이 일천한 관계로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팬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선동렬 코치는 그의 구위와 가능성을 믿고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문제가 터진 것은 WBC 준결승전인 일본과의 3번째 경기. 코너웍도 특별히 필요 없이 가운데만 꽂아도 위력적일 정도의 직구를 내세워 6회를 마무리한 전병두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 막내에게 큰 경기에서 1이닝 이상을 맡긴다는 것은 불안요소를 안고 가는 것일 수도 있었겠으나 '특급왼손'으로 활약했던 구대성이 부상으로 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으리라.
선두타자로 맞이한 선수는 4번 타자 마쓰나카(소프트뱅크). 볼 카운트 2-1.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속에서도 전병두는 스트라이크 존 한 가 운데로 몰리는 직구를 던지고 말았고 이는 우익수 옆으로 흐르는 2루타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이는 7회 대량득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고 분위기는 이때부터 일본 쪽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말았다.
물론 이후에 나온 투수들 모두 위기상황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모든 책임을 전병두 개인에게 지운다는 것은 억지일수도 있겠으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성급하게 승부해 무사 2루의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기아팬들 역시 무조건 소속팀선수를 감싸려하기보다는 잘못된 점은 지적하고 더불어 격려를 잊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iss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팬은 "홈런을 맞은건 김병현이였으나 전병두가 투입됐을 시점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 같았는데 전병두의 만족스럽지 못한 배짱이 결국 불안감을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며 어린 투수의 부족한 배짱과 야구에서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바탕으로 전병두 선수는 역시 경험이라는 소중한 재산을 얻기도 했으나 행여나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로 팬으로서의 숨은 애정도 비추었다.
또 다른 팬인 박혜천씨는 "어제 전병두의 아웃코스 낮은 공은 심판조차도 거침없이 손이 올라갈 정도로 일품이었다"며 "다만 마쓰자카를 상대로 아웃코스 낮은 볼로 투스트라이크까지 잡고 던진 공이 약간 가운데로 몰리는 통에 큰걸 얻어맞고 말았지만 적어도 어제경기만 놓고 보았을 때는 서재응이나 오승환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구위가 준비된 선수는 전병두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다른 투수들의 직구는 공 끝의 힘이 전혀 없었고 변화구는 한없이 밋밋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전병두에게 이번 WBC는 누구보다도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좋지 않았던 점은 반성하고, 좋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구대성 선수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다음대회에서는 그의 몫까지 씩씩하게 던져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의 구속 150km에 아쉬움 1km를 담아 상대타선을 폭격하는 '좌완파이어볼러' 전병두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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