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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속도 내는 서울, 슬로우스타터는 우연일까

기사입력 2015.05.06 16:11 / 기사수정 2015.05.06 16:18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FC서울이 중요했던 고비처를 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5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H조 최종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를 어렵게 3-2로 누르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원하던 전환점이 마련됐다. 서울은 가시마전을 앞두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와 내용으로 고민이 컸다. 어김 없이 '슬로우스타터'라는 오명이 뒤에 붙었다. 8경기 연속 매경기 1골에 그친 경기력과 함께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기고 패하는 등 바라던 성적표가 나오지 않았다. 골잡이의 부재라는 문제의 꼬리표도 항상 달고 뛰어야 했다. 그 사이 리그에서는 승점 9로 10위에 자리했고 ACL에서도 마지막까지 긴장과 부담감을 안고 16강 진출을 다퉈야 했다.

ACL 16강 진출을 통해 한숨을 돌렸지만 최근 행적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올해까지 3시즌동안 유난히 출발이 좋지 못했다. 특히 첫 승전보를 올리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그 과정에서는 피치 못하게 계획을 수정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2013시즌에 서울은 초반 7경기동안 무승 사슬에 묶이다가 대구FC를 상대로 8경기째에 첫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에도 리그와 ACL에서 처음에 마음고생을 하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리그 4경기 만에 승점 3을 따냈다.

초반이 부진하다보니 원하는 성적을 내기도 어려웠다. 지난 시즌에는 초중반에 승점을 놓치면서 선두권 진입이 어려웠던 것은 물론, 상위 스플릿 진출을 놓고 마지막 결정의 순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올 시즌에 서울은 슬로우스타터라는 오명을 벗으려는 의지가 컸지만 달라지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도 비시즌 전지훈련동안에도 선수들에게 "초반부터 치고 나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미국 괌과 일본 가고시마를 오가면서 벌인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압박과 공격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좋은 스타트는 이뤄지지 못했고 초반 스퍼트도 내지 못했다.

출발이 잘못됐다면 준비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서울 역시 매 시즌 전에 진행하는 전지훈련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확신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을 앞두고 서울은 전 시즌에 쓰던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수비라인을 바꿨다. 훈련기간 동안 실적이 좋았다. 생각했던 대로 공격적인 색깔을 보여줬고 괌과 일본을 오가면서 가졌던 6번의 연습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보이는 결과와 내용이 만족스럽다보니 최용수 감독 입장에서는 포백이 답이라는 확신이 설 수 밖에 없었다.



시즌 전초전이었던 하노이와의 ACL 플레이오프에서도 7골 맹폭을 퍼부을 때까지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된 리그에서 각 팀들은 서울의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했고 이를 공략 당했다. 최용수 감독도 재조정이 필요했다. 3월 A매치 휴식기동안 공격 옵션을 다시 재정비하고 4월에는 스리백을 혼용해 길을 찾아냈다. 사실상 처음에 생각했던 시즌 구상에 수정을 가한 결과였다.

최용수 감독은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포백을 가동했는데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독인 나부터 너무 확신을 가졌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쪽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스리백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수비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스리백을 기반으로 해도 충분히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진단한 내용을 털어놓기도 했다.


선수들의 적응과 컨디션 문제도 있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서울은 하파엘 등을 영입해 데얀(베이징 궈안)이 중국으로 떠난 빈 자리를 메우고자 했다. 동시에 공격진도 새로 편성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이제 막 K리그에 데뷔한 이들에게 맹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했고 시즌 초반에 득점력이 폭발하지 못해 매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올해도 같았다. 박주영이 이제 7년만에 서울 유니폼을 입고 복귀했고 공수에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차두리와 몰리나 등은 각각 월드컵과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준비가 조금 늦춰졌다. 이로 인해 답답한 공격은 이어졌고 마땅히 큰 변화를 줄만한 카드도 부족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문제가 해소됐다. 베테랑들과 어린 선수들 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특히 몰리나는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골을 터트린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 성남전에 도움 한개를 추가해 60(골)-60(도움) 고지를 찍고 가시마전에서는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5월 초에 큰 산을 넘긴 서울은 한층 가벼워진 마음과 몸놀림으로 추격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름에 부족했던 승점을 쌓고 상승세를 타는 것이 시즌 말미에 한해 농사에 좋은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숙제는 잊어서는 안된다. 당장이 아닌 나중의 일이지만 서울로서는 올해 아쉬운 초반의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에 2016년 시즌 준비에 신경을 쓸 필요도 생겼다.

김형민 기자 khm93@xportsnews.com

[사진=최용수 감독, FC서울 ⓒ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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