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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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목소리'만'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김경민의 정정당당]

기사입력 2015.04.23 09:24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시대가 참 좋아졌다. 가수의 목소리를 소스에 맞춰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는 튠 기술을 넘어 이제는 고인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시대가 왔으니 말이다.
 
22일 故신해철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녹음된 소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차원이 다른 신기술'로 목소리를 복제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만약 이 기술이 적용된다면 작고한 이의 목소리를 이용한 음성 콘텐츠, 즉 음반이나 라디오에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요절한 스타를 추억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져 왔다. 스튜디오에서 잠자고 있는 미공개 음반은 늘상 등장하는 레파토리고, 고인을 추모하는 트리뷰트 음반 및 공연 실황 등은 인기 콘텐츠다.
 
신해철의 목소리 복제 프로젝트가 실현이 된다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차원의 '금광'이 될 전망이다. 그를 추억하는 누군가는 콘텐츠를 살 것이며, 과거의 미공개 음반 등과는 다르게 고인에 대한 추억이 없어질 때 까지 무궁무진하게 퍼올 릴 수 있는 금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인의 팬들이 과연 그의 목소리 만을 사랑해서 그의 팬이 됐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다. 신해철은 생전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이를 절묘하게 녹인 노랫말을 담아온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신해철의 한곡한곡에는 그의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었다. 신랄한 사회 비판을 담은 대작이자 연작인 '껍질의 파괴'와 '세계의 문'을 비롯해 동성동본 불혼 제도 폐지에 기여한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대표적이다. 하물며 대중이 가장 잘 알던 그의 발라드 넘버인 '날아라 병아리' 마저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고찰이 녹아 있었으니 말이다.
 
음악에 높고 낮음이 없지만,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와 비교해 신해철이 못한 것은 패션감각 하나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가치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인 비판적 시각에 대해선 신해철의 깊이가 더했다.
 
그렇다면 디지털로 새롭게 만들어진 고인의 목소리에 이런 철학이 담겨 있을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생전 만들어진 창조물의 '일부분'에만 이 기술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전면적인 창조가 아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선에서만 쓰겠다는 입장이다. "샘플을 들어보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결정될 것 같다. 샘플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사용될 곳도 달라질 것 같다"는 전제를 깔았다.
 
소속사와 유족의 결정이 전제된다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소중한 것들이 있다. 과연 대중들이 고인의 '목소리'만을 좋아했을까? 그리고 디지털로 포장된 그의 유작을 다시 만나고 싶어할까?
 

고인 또한 생전 자신의 노래인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를 통해서 말했다.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라고.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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